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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전 정말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 조회수 : 1,263 | 추천수 : 1
작성일 : 2006-04-28 12:31:37
어제는 제가 3년정도 가르친 아이 레슨이 있는 날이었어요.
레슨을 시작하려는데 아이 엄마께서 "파전 드시고 하세요" 하시면서 파전을 주시더라구요
저도 10분정도는 쉬고 해도 될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 우리 파전먹고 하쟈"(참고로 @@이는 초등 5년 남자아이입니다.)
아이랑 파전을 먹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사담을 나눌 수 있었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레슨을 하게 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나눈 이야기는 대충 이렇습니다.
"@@아. 나는 대학 들어가서 바로 교수님께서 딸을 가르쳐 달라셔서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어.
그때는 정말 생초보였지. 그러니깐 나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이 하셨던대로 레슨을 하게되더라. 근데 우리 선생님들은 맨날 소리지르시고 악보 집어던지시고 "그것도 못해?"를 입에 달고 레슨을 하셨거든^^
그래서 난 레슨이 다 그런건줄 알았었다.^^ 근데 한달 두달 레슨을 하다보니깐 음악이라는 게 그런게 아닌 것 같은거야. 학생과 선생이 만나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한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고 음악을 먼저 안 사람과 나중에 알고싶어하는 사람 둘이 만나서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음악이라는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내 손으로 그것을 만들고 있다는게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지 알아가는 게 진정한 것 아닌가...하는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어.
그런 고민들을 하다보니 1년 2년이 지나면서 레슨 스타일이 많이 바뀌기 시작하더라. 근데 내가 고치지 못했던 것이 있었어. 작년까지도 (레슨한지 6-7년째까지도) 못 고쳤던 건 내가 장난이든 장난이 아니었든 너희를 손으로 꼬집었던 거야.(좀 충격적이시죠.저도 정말 창피합니다.)내가 어려서 레슨받을 때 나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께서  "다시한번 해보자. ..."했는데 내가 빨리 시작하지 않고 딴청을 부리거나 끝까지 다 했는데 허무하게 다시해보라면 정말 짜증나서 반항했을 때 선생님이 꼬집으면서 "얼른해!!!" 하셨거든. 근데 내가 레슨 6-7년째가 될때까지  그걸 잘못된거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한 거 정말 정말 미안해. 정말 반성 많이 했고 오늘 정식으로 사과해..."
여기까지 얘기하니깐요 @@이가
"선생님 꼬집은 거 괜찮았어요. 제가 말 안들었으니까 그렇죠 뭐. 딴청피우고 시간끌고 그러는거 엄청 시간낭비인데 선생님한테 꼬집히면 좀 빨리 할 수 있었으니까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죠. 계속 꼬집어도 괜찮아요.^^"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음..난 작년 어느날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내가 너희를 꼬집었다는 생각에 너무나 괴롭고 슬프고 내가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가 그동안 나한테 말은 안했지만 얼마나 상처받았을까.사람이 사람에게 맞아야 할 이유가 없거든. 니가 한 행동이 어떤 행동인지. 그리고 그렇게 행동했을 때와 내가 원하는대로 행동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주고 니가 이해하게 하고 만약 한번에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열번 스무번 설명해줘야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던거야. 그래서 정말 많이 반성했어. 이젠 절대 안그럴께.
여기까지 이야기하니 파전을 다 먹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 레슨 시작할까? "
난 레슨을 하면서 너희를 통해서 정말 사람의 됨됨이를 배우고 점점 훌륭해지는 것 같아. ^^;;
그래서 너희에게 참 고마워." 이렇게 말하니까 @@이가
"선생님 정말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이야기 해줬어요.
이때 받은 감동은 정말 말로 못해요. 눈물이 피잉~
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라돌이맘
    '06.4.28 2:01 PM

    가장 좋아하는일을 하며 사시니 축복받으신거 맞지요... 부러워요. ^^
    아이랑 선생님이 대화로 교감을 나누는것.. 참 중요한것 같아요.
    저희 큰녀석도 선생님들이랑 어찌나 이야기를 많이하는지...^^;;
    공부나 레슨보다 자꾸 딴길로 빠지는게 좀 신경쓰이긴 하지만 그만큼 선생님들과 더욱 친밀하게 정을 나누는거 같아요.그러니 아이도 선생님들을 더 좋아하게 되구요.
    저 어릴적 피아노렛슨받을때도 틀리면 선생님이 손등을 얇은 막대기로 때리시곤했는데.. ^^

  • 2. 똥강아지
    '06.4.28 10:36 PM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는 참 힘든일인거 같아요..
    학생말처럼 좋은 선생님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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