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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이야기 (6) - 빵순이의 일기 -
강두선 |
조회수 : 1,014 |
추천수 : 7
작성일 : 2005-08-27 11:29:38
은주 이야기 (6) - 빵순이의 일기 -
은주는 둘째로 딸을 낳았다.
은주의 딸 유정이는 은주의 어릴때의 모습을 그대로 빼어 닮았다.
우람하고 튼튼하며 영악한 폼이 영락없이 은주의 딸이다.
그래서 은주의 딸에게 자연스레 붙여진 별명이 빵빵하다고해서 빵순이다.
빵순이는 이제 네살이다.
빵순이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 하는 창조적인 삶을 살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한다.
예를 들면, 미끄럼틀에서 미끄럼을 타더라도 보통의 아이들 처럼 앞으로 앉아서 타는 법이 없다.
뒤로 돌아서 타던가, 드러누워 머리를 아래로 하늘을 보고 타던가,
미끄럼 난간에 두 다리를 걸치고 뒤로 앉아 타던가... 그렇듯 빵순이는 매사에 늘 탐구정신을
발휘하며 놀이를 즐긴다.
빵순이는 얼마전부터 제 오빠와 같이 건너방에서 잠을 잔다.
몇일전, 잠잘 시간이 되었는데 빵순이는 잠잘 생각을 안하고 은주에게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칭얼 거렸다.
냉동실에는 빵순이가 좋아하는 하나 씩 낱개로 포장된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그것을 알고있는 빵순이는 그냥 호락 호락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은주는 빵순이에게 감기 기운이 있는듯 해서 아이스크림을 못먹게 그 우렁창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빵순이는 은주의 기세에 눌려 훌쩍 거리며 자기 방으로 갔다.
은주는 빵순이가 자리에 누운것을 확인하곤 안방으로 가서 만희의 옆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눕혔다.
피곤함에 깜빡 잠이 들은 만희.
자신의 엉덩이에 스르르~ 닿는 은주의 손길에 부스스 잠이 께었다.
"자기 그냥 잘라구 ?"
"음냐~ 졸려~ 자자...자..."
"아이잉~"
바로 그때, 안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똑똑...
문을 두드리는건 빵순이가 틀림 없었다. 딸내미라면 사족을 못쓰는 만희.
얼른 문을 열어 주려고 하자 제지 하는 은주.
"문 열어주지마, 저년 괜히 때쓸려고 그러는거야."
"그래두 불쌍 하자나."
"안돼! 버릇 나빠져. 그냥 냅둬."
은주의 눈치만 살피며 문을 열어 주지도 못하고 안스러운 마음으로 방 문밖의 인기척을 살피는 만희.
잠잠... 조용하다.
"다시 제 방으로 갔나부다."
"그렇지, 지가 안가고 배겨. 빨랑 이리와 누웡~~"
"니 갑자기 왜 코맹맹이 소리는 하구 그래?"
"아잉~"
그때 또 다시 노크 소리.
똑똑... (두번째)
화가난 은주.
"아니, 저년이..."
"에이~ 문 열어주자."
"안돼!"
"아이구~ 불쌍한 내 딸내미..."
방 문밖의 인기척을 살피는 만희와 은주.
"음.. 이제 다시 제 방에 갔나부다."
"근데 우리 어디까지 했지?"
"글쎄..."
똑똑... (세번째)
"아니, 졔가 왜 저러지? 어디 아픈가?"
"글쎄... 아까 감기 기운이 있긴 있는것 같아서 일찍 자라고 그랬는데."
"문 열어줄까?"
"글쎄... 그럴까? 에이, 안돼. 버릇 나빠져. 한번 두번 재워주면 자꾸 안방에서 자겠다고 그런단 말이야."
다시 잠잠...
"이젠 자나부다..."
똑똑... (네번째)
"아니, 졔가 아직도 안자네."
"그러게... 불쌍한데 오늘만 데리고 잘까? "
"글쎄 불쌍해라... 문 열어 줄까?"
은주와 만희가 문을 열어 주느냐 마느냐로 갈등을 하고 있노라니 밖이 다시 잠잠 하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모질게 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과 안스러움에 두 사람의 마음은 무거웠다.
은주는 만희의 엉덩이를 주무를 기분도 사라졌고 만희 역시 방 밖의 기척에 귀 기울이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빵순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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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둔걸 봤다.
잠잘 시간이 되었는지 어떤지 나하곤 상관이 없는데 엄마는 자꾸만 자라고 그런다.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잠이 잘 올꺼 같다.
엄마는 괜히 아이스크림 못먹게 할라구 감기 걸린다고 야단이시다.
엄마 미오~
그래도 착한 어린이가 될려고 잠든 오빠 옆에 누웠다.
엄마가 잘자라고 뽀뽀해 주고 갔지만 아이스크림 때문에 잠이 안온다.
아~ 못참겠다.
엄마, 아빠가 잠드셨을까?
살짝 가서 하나 먹구 잘까?
먼저 살그머니 가서 엄마 아빠 잠 들었으면 몰래 하나만 먹고 자야지.
똑똑...
귀 쫑긋~
조용...
이야~ 엄마 아빠 잠드셨나보다.
아이스크림 먹어야징~ 하나만 먹으면 모를꺼야. 히히~
살금~ 살금~
냠냠~
아~ 맛있다.
근데 하나 더 먹구 싶은데 어쩌지...
아직도 엄마 아빠 자고 있는지 보고 와야지.
살금~ 살금~
똑똑...(두번째)
조용...
헤헤~ 엄마 아빠 세상 모르고 주무시는구나.
잘됐다. 하나 더 먹어야지. 히히~~
살금~ 살금~
냠냠~
에잇~ 먹는김에 더 먹자~
똑똑...(세번째)
냠냠~
똑똑...(네번째)
냠냠~
어... 먹다보니 다 먹었네.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고 혼나면 어쩌지...
그리고 엄마가 감기 기운 있다고 그랬는데, 아이스크림 네개나 먹어서 정말 감기 걸리면 어떻하지...
열나는것 같은 기분이네.
그래, 약먹고 자면 괜찮을꺼야.
어린이 감기약 **시럽.
한수저 꿀꺽~
자아~ 이젠 약 먹었으니깐 감기 안 걸리겠지.
아웅~ 졸려 이제 그만 자야지.
콜~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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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순이의 일기 끝 -
덧) 은주 이야기 그만 할 줄 알았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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