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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서열 몇위이신가요?

| 조회수 : 1,802 | 추천수 : 5
작성일 : 2004-12-31 14:12:15
김 노인은 시골서 할머니 그리고 “달래”라고 부르는 똥개 한 마리와
이미 새끼를 8마리나 쳐서 자식 이상으로 정이 든 늙은 암소 한 마리,
그렇게 달랑 네 식구가 사신다. 비록 적은 가족이지만 김 노인은 당연히
식구 서열 1위이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고함을 치면 똥개는 그저
죽는 시늉으로 꼬리를 내리고 설설 긴다. 그런 서열 1위 할아버지가
추석 때 서울로 올라 오셨다.
출세한 아들이 곧 외국에 출장을 감으로 이번 추석은 서울아들 집에서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위 요즈음 유행하는 역 귀성객이 된 셈이다.  
시골집을 나서는 날 달래가 버스 타는 동구 밖 까지 바래주었다.
비록 똥개이지만 늘 서열을 중시하는 견공의 습성으로 서열 1위인 김 노인을
왕처럼 모시는 것이다.  김 노인은 오랜 세월 개를 길러본 사람이다.
기쁘면 꽁지를 좌우로 요란하게 흔들고 때리면 고통에 겨워 깨갱하고 울고,
잘못이 있으면 한쪽 구석에 가서 슬픈 눈으로 주인을 눈치를 보는
습성을 잘 안다. 그런 면에서는 어쩜 개는 인간의 감성에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특히 개는 사람과 달리 서열을 중시하는 동물이다.
그 집안에서 가족간에 서열을 정확하니 파악 할 줄 아는 눈빛을
갖고 있는데 나이 위주로 서열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존대위주로 서열을 감지하는 것 같다.

한문 학자이신 그런 김 노인의 아들은 부자 집 딸에 장가들어서
이름만 되면 강남 아줌마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뜰 강남 모 터미널 옆
동네에 있는 그 유명한 고급 아파트인데 그 곳에서 아들은 장모를
모시고 부자로 살고 있다.
그런 아들을 둔 김 노인은 아들이 시골로 전화 하면 수시로
“처가 장모도 부모나 마찬가지다 잘 모시거라!” 하는 어른이요.
정승 15명을 배출한 동래 0씨 집안보다 더 처 주는 소위 안동 김씨 중
구김도 아니고 신 김씨 집안의 종손 뿌리이다.
김 노인은 성격이 찬물 한 그릇을 마셔도 연배 존중을 따지고
이웃간에 사람 대하기를 사해형제(四海 兄弟)같이 대하며, 모든 일에
경우를 중시하여 성격이 대쪽같은 분이시지만 풍월을 좋아해서
토하는 언변이 상당히 해학적인 분이다.
언젠가 마을 사람들이

“출세한 아들집에는 왜 발걸음을 아니 하십니까?” 하면
“서울이 관대(款待) 한들 택지(擇地)보다 못하지!”

서울이 좋다지만 나는 태어난 고향이 좋아! 뭐 그런 뜻이지만
젊은 자식이 부모를 찾아와야지!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부모가 자식 찾아가는 것은 좀 그렇다 뭐
그런 마음이다.
어느 날 할머니가 죽기 전에 아들집에 한번 놀러 가보소! 아파트도
그키 비싸고 좋타카디더“ 하자.... “
자고로 반찬 없어도 부고식시에 동기식(婦姑食時同器食)하고
옷 없어도 출문부자 할 때는 역이행(出門父子易衣行) 하면
살아야 자식이지! 요즘 세상, 우째돤 것이 도회지 사는 자식 집은...
당체 남의 집 가는 것 같아서 원......”

하면서 아들집에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분이다.

김 노인이 말한것은 비록 찬이 없어도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는
밥 한 그릇을 나눠 먹고 옷이 없어 외출할 때 자식과 아비가
옷을 번갈아 입고 살더라도 같이 살아야 한다는 그런 뜻으로
말을 하는 양반이다.

마을 사람들은 신김이요 구김이요 청송 심씨요 인동 장씨요,,
족보를 들먹이면서 그분을 양반양반 하는 것이 아니고 한학이
뛰어나시고 집안의 비문도 쓰고 타 문중에서 비문청탁이 들어오면
아주 덕망이 있지 않는 사람에게는 돈을 준다하여도 정중히
거절할 줄도 아는 그런 경우 바른 양반인지라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그 어르신 참 양반이시다!” 다들 말하는 분이다.

그런 양반이 결국 자식을 이기지 못하고 이번 추석은 어려운 발걸음으로
서울 아들집을 찾아 갔다.
아들도 외제 차를 타고, 며느리도 외제 차를 끌고 다니는데...청량리 역에서
내려서 물어물어 혼자서 강남까지 찾아가서 으리 번쩍하는 아들
아파트의 에러베이트를 탔다.
그때 우르르 호호 깔깔 하는 사람들과 같이 타게 되었다.
어른이 있던말던 젊은 사람들은 껴 안다 싶이 하고 좁은 에러베이터
안에서 시끄러운데 그중 젊은 색시가 핸드폰을 받더니
“언니 우리 지금 올라가...근데..오늘 시골 할아버지 온다며?..
그럼 오늘 미사리 라이브 카페 못가겠네!
‘가도 된다고?“
우짜고 저짜고.....너무 시끄러워 헛기침을 몇 번 해보았지만
당체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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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 이게 무슨 일인가?
22층에 내린 그 손님들이 우르르 자기 아들집으로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모야!”
“엄마.!.”
“아이쿠 내 외 손주!” “
장모님!” “우리 형부 살졌네!” “
엉...처제 더 이뻐졌어! 하하호호....... ”
보아하니 처가 식구 들이다.
뒤에 서 있는 김 노인은 본체 만체다.

“어허..서울은 처가 식구 오면 온 아파트가 떠나 갈 듯 시끄럽고
시집 식구 오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하더니만......쩝!

멀거니 그 소란을 아파트 문 앞에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김 노인이 다시
현관 벨을 눌렀다. 벨 소리를 듣고 왠 꼬마가 문을 반쯤을 열고
목을 내밀더니 대뜸
“할아버지 누구세요?” 한다
“허허 자네는 누구신가?” “
밍크요” “
밍크인지 잉크 물인지 시골 할배 왔다 하게!”
나중에 알았는데 그 꼬마는 친손자의 이종 사촌이란다.
자고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촌 간에 가장 거리가 먼 것이 이종 사촌간이데...
이젠 이종 사촌간이 제일 가까운 세상이다.
김 노인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분위기가 물웅덩이에 소금 자루
빠트린 사람처럼 모두가 썰렁 해졌다.
고급 옷이겠지만 침실? 옷차림 비슷한 안사돈과 면전 인사 할 때는
김 노인은 상당히 면구스러워 져서 인사하자말자 얼른 손자 컴퓨터 방안으로
들어가서 피로하다며 누워 버렸다.
넓은 거실에선 보지도 아니하면서 PDP인가 LCD인가 대형 TV를
켜 놓은 채 송편을 만든다, 전을 붙인다...
사돈 댁 딸들이 몰려와서 야단들이다.
며느리는 김 노인이 별로 좋아하지도 아니하는 닥터페이퍼가 뭔가하는
미제 음료수를 한잔 달랑 방안에 들여다 주고는 끝이다.
누워도 잠도 아니 오고 다시 벌떡 일어나시어 홀로 담배를 물고
앉아 있는데 분위기가 영 가시방석이다.
더욱이 치아와인지 치마자락인지 하는 조막만한 강아지 새끼가
아까부터 김 노인을 보고 얼마나 짖어 대는지...
조금 전 며느리 친정 식구들 우르르 몰려 올 때는 끽소리 없더니!

“세상에 견공마져 나를 종놈 방에 깨진 물 사발그릇 취급하는구나!”

사람은 똥으로 촌수를 친다한다, 그래서 손주 똥은 손에 묻어도
더럽지 않는 법이다.
그와 달리 개는 주인이 반기는 농도에 따라서 촌수를 점치는 것 같다.
하늘같은 주인이 반기는 손님이면

“아하! 이분은 우리 주인의 가족이구나!
그리 느끼고 짖으면 아니 되겠다고 직감하는데...
그렇게 하하호호 떠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하고 시어른 맞이하는
며느리 태도도 시쿤둥하니 소위 조막만한 강아지도
“왠 시골 할배야?” 무시하고 짖어 된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아버님 우리 쫌 나갔다가 올께요....” 한마디 하더니 며느리 친정 식구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아마 단체로 춤추는 노래방엘 가는 모양이다.

“올타구나! 월빙인가 하러 가시는구만!”

결국 김 노인 홀로 남아 그 치아와 강아지와 서먹서먹한 대치를 하는데...
아무래도 치아와 눈빛이 김 노인을 뱅뱅 돌면서 근접도 아니 하고
무시하는 눈치다...그래서

“이보시게 견공! 아 나 이래뵈도 이집 주인 아버지요 시골서는
서열 1위요” 은근한 소리를 하자
조막만한 치아와 개가 대뜸
“치....그말을 누가 믿어? 시골 할배 쫌 웃기지 마세요” 하는 것 같다.
“엉 이넘봐라..이리와봐 할아버지 바지가랭이에 개 냄새나지?
맡어봐 맡어봐!” “
킁킁...어휴 똥개 냄새내!”
“서열 1위 맞지?”
“........어 서열 1위 맞긴 맡네”

개는 가족간에도 서열 1위가 되는 분 바지가랑이에 자신의 냄새를
가장 많아 남긴다.
그래서 김 노인이 이참에 시골 똥개가 바지가랑이에 무쳐준 준 똥개
냄새를 확실한 증명서로 들려 된 셈이다.
그 넓은 아파트에 적막하니 견공과 마주한 김 노인은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느 정도 적대감이 사라지고 나서 김 노인이 부드러운 말로

“견공! 자네 생각에 내가 이집에서 서열 몇 번째 인가?” 하고 물었다.
“9번째!”
“엉 우째서? 2번도 아니고 9번째야?”
“그럼 우리 아들은?”
“3번째!”
“우리 아들이 서열 1위 아니고?...그럼 도대체 이 아파트 안에서
서열 첫 번째는 누구냐?
“할배 며느리!”
“두 번째는?”
“그야 할배 손자!”
“.....................”
“이놈아 그럼 나는 왜 9번째냐?” 김 노인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네 번째는 안사돈,
“5번째 서열은 첫째 처제”
“6번은 둘째 처재”
"7번은 동서
“8번은 나..우와한 치와와와-강아지”
“ 그리고 9번째가 할배얏!” “이놈아 내 서열이 그래 너 다음이얏?
”자신도 모르게 김 노인은 고함을 치셨다. <
“아이쿠 깜짝이야! 배 속에 애 떨어지겠네!..
임신 중인 치아와는 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부엌 쪽으로 도망을 가버린다.

아하 그렇구나! 내가 서열 9번째구나! 그래서 날 무시하고 깽깽 거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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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밥상은 무척 늦게 나왔다.
시골서는 새벽잠이 없고 밭에 나가서 할 일도 많아서 6시 조금 넘으면
조식을 하는데 당체 10시가 넘어도 밥상이 나오질 않는다.
할망구가 아침 밥상 조금만 늦게 준비해도 불호령을 내는데...
행여 안사돈 잠에서 깰세라 숨도 크게 못 쉴 판이다.
배가 고프다 못해 아팠다.
다들 전날 친정 식구들과 노래방에서 월빙 한답시고 얼마나 떠들고,
흔들고 놀았는지 목이 쉰 체로 깊은 잠에 떨어져 있다.

그래 처갓집 식구도 한 가족이니 항상 어울려 잘지내고 반듯하게 살게나.
행여 이 아비 때문에 아들 집에 떠오르는 추석 보름 달이 흐리게 보인다면
애비 노릇 못한 사람이 되는 법.
안 사돈도 면전 하였고 하룻 밤 묵었으니 이쯤해서 분도(分道)하네.
그러나 다음에 올때는 이 애비 서열만 쫌 바꿔 주게나!
김 노인은 서둘러 청량리로 떠나면서 이런 메모지를 아들 책상위에 남겼다.

“3번아 잘있거라 9번은 간다!

시골 애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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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10% 정도는 논픽션 90% 정도? 픽션으로 구성 했다.

매년 추석에 시골에 가보면 추석전날 시골 버스 정류장에 후줄끈한
모습으로 늙은 어르신들이 보따리 보따리 챙겨들고 무료하게 버스를
기다리시는 모습을 본다. 자식들을 위하여 역 귀성객이 된 어르신들이다.
물론 시골 부모님이 올라오시면 시어른들께 잘하는 며느리가 일천 명 중에
999명 정도 일 것이다. 이글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추석에 역 귀성하시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달라져도 할머니는 변함없이 손주 녀석 똥이 손에 묻어도
더럽다 아니 느끼시는데 집안에 애완견은 며느리로부터 목욕 써비스도
자주 받고, 방안에 모기 한마리만 돌아 다녀도 행여 애완견이 모기에 물릴까
호들갑 떠는 세상이다.

그름아 구름아 하는 넘이 2004년 9월 17일 새벽에 적다.....조정래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강금희
    '05.1.1 4:56 PM

    아주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찌우도 트지도 않네요.
    하여간 그냥반 들발 좋아....
    나는 이집 세 식구 중 자진해서 3번 할랍니다.
    원래는 1번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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