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에서 참석 요청이 왔었습니다.
김재철이라도 물러난 상황이라면 거절했을 겁니다.
그런데, 상황이 그다지 좋질 않더군요.
복귀를 해도 첩첩산중...
그래서 참석하겠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김재철 해임에 합의를 했다고 해도,
조직사회에서 인사권자의 횡포는 막강하기 때문에,
물러나기 전까지 던지는 돌을 다 맞아야 하겠지요.
그래도 현장에서 맞아가며 몸으로 싸우겠다고 합니다.
파업을 지속하는 것보다 복귀하는 일이 더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해고 된 PD 수첩의 최승호PD.
업무 복귀를 선언하는 자리였지만,
다들 처연했습니다.
파업 종료라는 말을 쓰지 않았고,
또다른 투쟁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업무 복귀를 선언한 그날 밤 10시가 넘어서부터
사측의 보복성 인사발령이 났다고 합니다.
특히 스포츠 PD, 아나운서들에 대한 비제작부서 발령이 도드라졌다더군요..
트위터에서 몇몇 트친들을 보니 비판의 날이 선 기자는 수원으로,
PD수첩의 왕고참PD는 사회공헌실로 발령.
그래도 흔들림 없이 굳굳이 간다고 합니다.
다들 의연하더군요.
한 말씀 부탁 드린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ㅎㄷㄷ
그래서 평생 처음으로...
청심환 복용;;;;;
근데, 행사가 예상 시간보다 늦춰져서 시간 맞춰서 마셨던 나는...
나는...ㅠㅠ
그래서 약발을 받은 건지 아닌 건지 아리까리...
암튼요!
그날 워낙 기라성 같은 분들이 많이 오셔서
권영길 전 의원을 비롯해서...
전국언론노조... 하튼 무슨 무슨 단체장들이 줄줄이 오셔 가지고...
내 차례는 언제인가...
저 사람들 다하고 꼬다리 뒤쪽 어디쯤에 내 차례겠거니 생각하면서
둘째는 언제 데리러 가야 되나 가늠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 차례라는 거에요.-.-;;;
외부 인사 발언으로는 제일 처음이었던 듯...
와우, 완전 인삿말의 발상의 전환! -.-b
덕분에 떨 틈이 없었네요...-,.-
실제로 어떻게 발언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준비해 간 얘기는 빼놓지 않고 대충 잘(?) 한 듯.
언니들을 대표해서 나간 거니까 발동생이 경과 보고 드립니다...^^;;;
-업무 복귀를 하는 MBC 노조원 여러분께...
모금 운동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이체를 하면서
노조 측에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복귀를 한다고 하셔서,
저 같은 일반 시민의 의견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진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응했습니다
.
제가 초등학교 때 배운 기억으로는
기사를 쓸 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육하원칙에 따라서 쓰는 거라고 배웠거든요.
그런데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기사가 상당히 많이 바뀌더라구요.
언론에서 언급하지 않으니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세상에 없는 일처럼,
때로는 진실이 거짓처럼 여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런 MBC 뉴스를 보는 게 괴롭고, 부끄러웠습니다.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외면했습니다.
MBC 취재진에게 야유를 보내던 시민 중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모금 운동을 벌이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대단한 대의를 가지고 한 일은 아닙니다.
밥... 그것만큼 중요한 게 어딨겠습니까.
그런데 그 중요한 걸 내놓고 공정 방송을 위해 투쟁을 하시니까
같은 생활인으로 위로를 건내고 싶었습니다.
굶느냐, 먹느냐도 중요한 문제지만,
어떤 밥을 먹을 것인지 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밥.
그런 밥을 먹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지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이 엄마로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을 이겁니다.
제 아이들에게 MBC 뉴스라면 믿어도 좋다,
PD수첩에서 나온 말이라면 믿어도 괜찮다고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20일의 모금 기간 동안 35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모여서
그 내역을 프린트해서 노조에 드렸는데,
보면 아시겠지만, 10만원 단위도 별로 없고
정말 십시일반 하는 마음으로 삼계탕 1~2 그릇을 입금해주신 시민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걸 보면서 숫자가 감동을 줄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사실 파업을 끝내고 업무 복귀를 한다는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그만큼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구요.
어쩌면 거리에서 벌이던 싸움이 일터로 변한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파업 백일장에 장원을 한 조의명 기자님의 '자신감'이라는 시를 봤습니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다고 하는데,
밝은 명 부분을 본 것 같아서 상당히 기뻤습니다.
5개월 동안 이런 성찰을 얻은 사람들이라면 기대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기대 좀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MBC 남문 바닥에서 신문지 깔고 먹었던 삼계탕을 기억해주시기를...
시민들이 모금한 입금 내역서를 한번이라도 들춰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무한도전 돌아이 특집을 하면 응시할 생각이 있긴 한데요.
그게 아니라면 우리, 이 시간 이후로 다시는 만나는 일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 같은 아이 엄마가 나서는 일도 없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최장 기간 동안 파업을 이끌어 온 노조 집행부 여러분께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아 보냅니다.
또 5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굳굳하게 버텨준 노조 여러분들도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시청자로 돌아가서 함께 하겠습니다.
-돌아이 특집을 기다리면서
82cook의 발상의 전환, 두 아이의 엄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