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 먹지 마세요 예술에 양보하세요 . Save your coffee beans
‘
만약
7
일 안에 안 팔리면 이것은 파괴될 것이다
.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볼 수 있다
.’
아티스트 Robert D'Agostino 는 자신의 작품 사진을 홈페이지에 전시한 채 이런 문구를 남겨놓았습니다 .
그가 하고 있는 이 실험예술명도 다름 아닌 ‘ Save My Studies ( 내 작품을 구하십시오 )’ 입니다 . 그의 작품은 다음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는데요 . “ 내 작품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그걸 구매하지 않을까 ? 내 작품을 구해줄 누군가가 정말 없을까 ?”
이러한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모두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아주 기발한 생각이죠 .
어찌보면 그의 이런 태도는 자기 작품이 반드시 팔릴 거라는 자부심의 표출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 하지만 Robert 의 작품을 보면 , 과연 그의 자신만만함이 이해가 됩니다 .
저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파괴될 수도 있다니 . 생각만해도 아까워서 누군가는 꼭 사게 될 것 같으니 말이죠 .
그의 작품 중에서 커피콩을 사용한 작품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 만약 저 작품이 파괴된다면 , 최고 품질의 원두로 맛있게 로스팅한 커피 한 잔을 맛보지도 못한 채 버리는 것과도 같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 .
커피에 공들이는 사람들
알바니아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자이크 아티스트 Saimir Strati 는 100 만개의 커피콩 (40 킬로그램 ) 을 사용해 다른 대륙에서 온 5 명의 음악가를 모자이크 벽화에 옮겨 놓았습니다 .
“One World, One Family, One Coffee( 하나의 세계 , 하나의 가족 , 하나의 커피 )” 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작품의 제작동기에 대해 ,Strati 스스로 " 한 잔의 커피를 넘어서는 사랑의 공유 " 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요 .
다양한 갈색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콩은 볶았고 , 어떤 콩은 까맣게 태웠고 , 어떤 콩은 생으로 사용하는 수고를 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 결국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6 번째 기네스기록을 세우게 됐다고 하네요 .
하지만 아쉽게도 Strati 의 기네스기록은 얼마 후 깨지고 마는데요 , 자그마치 180 킬로그램을 사용한 더 거대한 커피콩 벽화의 등장 때문입니다 .
러시아의 아티스트이자 조각가인 Arkady Kim 이 만든 'Awakening( 각성 )'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벽화는 모스크바의 한 공원에 만들어지게 되었는데요 . 그녀 역시 벽화를 위해 다양한 정도로 콩을 구워 사용했습니다 .
커피콩 벽화를 만드는 방식은 커피를 만드는 방식과 어찌 보면 비슷하지 않을까요 ?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아티스트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작업에 매진하듯 ,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과 큐그레이더 , 바리스타들같이 수많은 사람들의 힘과 노력이 모여서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
마실 수 없는 커피
과학자이자 기술자이자 발명가이자 건축가이자 화가이자 조각가 … 그 수식어가 어마어마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커피를 많이 마셨다고 합니다 .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모나리자 초상화가 커피예술작품으로 만들어질 거라곤 생각지 못했을 텐데요 . 시드니에서 열린 Rocks Aroma Festival 에서 가장 독특한 볼거리는 바로 'undrinkable drinks'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
이 작품은 컵에 우유와 커피를 넣어서 그걸로 여러가지 색을 만들어 거대한 모나리자 모자이크를 만든 것인데요 , 커피콩뿐 아니라 커피 액을 가지고도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니 커피의 변화가 정말 다채로운 것 같네요 .
커피콩은 SHADE( 구운 정도 ) 의 차이로 명암을 조절하고 , 커피액은 우유와의 배합으로 색깔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커피 예술 작품들은 , 로스팅과 블렌딩의 조그만 차이로도 다양한 맛을 내는 커피를 떠올리게 합니다 .
에스프레소 , 물감이 되다 .
커피액으로 작품을 만든 케이스가 또 하나 있는데요 .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 아티스트 Karen Eland 는 그림 그리는 재료로 에스프레소만을 쓴다고 합니다 .
커피를 마시는 데 쓰는 게 아니라 그리는 데 쓰는 셈이죠 . 그녀는 주로 대작들을 패러디한 작품을 즐겨 그리는데요 , 천지창조를 패러디한 'Creation of Coffee( 커피의 창조 )' 에서는 아담이 신을 향해 커피를 주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
신이 인간과 커피콩을 창조했고 , 인간이 그 커피콩으로 커피를 만들어 다시 신에게 건네는 모습이라니 , 정말 기발하네요 .
커피잔으로 그린 그림
에스프레소로 그림을 그릴 땐 붓만을 사용해야 할까요 . 여기 , 붓이 아닌 커피 컵으로 그림을 그린 예술가가 있습니다 .
상하이의 Red Hong 이라는 예술가는 배우 Jay Chou 의 초상화를 그릴 때 커피 액과 커피 잔만을 사용했는데요 . 커피컵 바닥에 튀어나온 동그란 부분인 커피링에 커피를 찍어서 그림을 완성시켰습니다 .
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 , 커피링에 커피를 덜 묻혀서 묽게 표현하고 커피를 쏟아서 짙게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 ‘ 커피 ’ 는 마시는 것으로든 , 예술작품이든 , 모두 세심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모양입니다 .
눈이 즐거워지는 커피 타임
여기 , 커피 잔 속 내용물보다는 커피잔 그 자체에 더 관심을 두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
Boey 는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 이번에 그가 활용한 재료는 바로 일회용 커피잔이었습니다 . 그의 커피잔은 흰 바탕에 검은 펜으로만 그림을 그린 것인데도 , 풍부한 느낌을 담아냅니다 .
단조로운 브라운 색만으로도 깊은 맛을 내는 커피처럼 말이죠 . 스타벅스 설립자인 Howard Schultz 도 그에게 커피잔을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요 , 그는 스타벅스 CEO 라고 해서 더 많은 가격을 받는다거나 하지 않고 , 다른 고객들과 똑같은 가격에 팔았다고 합니다 .
누가 맛보냐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 그의 작품도 그것을 사가는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 것이죠 .
Boey 는 스케치도 하지 않고 곧장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요 , 그럼에도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가령 , 위의 ‘Red Kimono( 붉은 기모노 )’ 같은 작품의 경우엔 , 완성하는데 세달이나 걸렸다고 하네요 . 커피잔이라는 조그만 작품에서도 큰 고민과 애착을 가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커피로 예술작품만 만들 수 있을까요 ? 예술 작품뿐 아니라 ,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호식품인 담배에까지도 커피가 접목될 수 있다고 합니다 .
커피가 접목된 담배로 ‘ 레종 카페 ’ 를 들 수 있는데요 , 레종 카페는 담배에 직접 원두추출물을 첨가시켰다고 합니다 . 그래서인지 한번 피워봤을 때 향은 물론이고 , 맛까지도 헤이즐넛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게다가 이 원두추출물을 필터에 넣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4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를 해왔다고 하니 , 다른 커피 예술품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
커피를 활용한 예술작품들을 음미하는 동안 , 자꾸만 연상되는 단어는 바로 ‘ 인내 ’ 였습니다 . 다른 재료는 없고 , 커피와 컵만으로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법이죠 .
그리고 주어진 재료에 한계가 있다면 , 그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와 노력 , 집요함으로 하여금 작품이 더욱 가치 있어지는 법이죠 . 여러분 손에 든 커피 한 잔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
수많은 자연과 사람의 손길을 거쳐온 커피 한 잔 , 그러므로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아주 간편하게 욕심부릴 수 있는 아름다운 사치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