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설날이면 빠지지 않는 음식 떡국. 어릴 적에는 벽두부터 일어나 차례를 지내고 조금은 잠이 덜 깬 마음으로 어머니가 끓여주신 떡국을 '나이 한 살 더 먹겠다'며 두 그릇씩 먹곤 했다. 뽀얀 국물 위로 쌓인 정갈한 흰 떡, 소고기 고명과 계란 지단, 앙증맞게 올라온 대파…. 누구나 무심코 먹는 음식이지만 사실 떡국에 얽힌 이야기는 떡국을 만드는데 드는 수고만큼 복잡하다.
섣달그믐이면 사람의 수명과 한 해의 풍년을 관장하는 세신(歲神)에게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과 고기를 올렸는데, 이때 제사를 진애고 남은 고기와 가래떡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복을 빌었다. 이것이 설날 음식으로 없어서는 안 될 떡국이다.
예전에는 설날에 떡국을 끓일 때 반드시 꿩 고기를 넣어 만들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서는 떡국에 꿩 고기가 들어가는 이유를 옛날 사람들이 꿩을 '하늘닭' 이라고 하여 상서로운 새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때문에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인 설날에 먹는 떡국에는 꿩 고기를 넣어 끓였다.
' 동국세시기 '를 보면 '떡국에는 원래 흰 떡과 쇠고기, 꿩고기가 쓰였으나 꿩을 구하기 힘들면 대신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꿩은 야생동물로 잡기가 힘들고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닭고기로 국물을 냈던 것. 여기에 닭고기로 고명을 만들어 얹은 것에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유래되기도 했다.
또한 옛날에는 떡국 한 그릇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여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설날 떡국에 들어가는 떡은 가래떡으로, 가래떡은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떡국을 먹는 설날은 음력으로 1월 1일,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면서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시 찾아오는 날이다. 즉 음의 기운이 물러가고 양의 기운이 시작되는 날인데 가래떡은 양의 기운을 상징한다. 때문에 가래떡을 길고 가늘게 만들어 먹음으로써 식구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봄을 맞아 풍요를 빌었던 것이다.
▲영양가 높은 떡국…과식은 주의해야 사골이나 멸치를 우려낸 국물을 베이스로 하는 떡국은 1인분에 약 450~700kcal.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칼로리는 다르지만 탄수화물과 단백질, 식이섬유는 물론 나이아신, 비타민B, 비타민C, 비타민E, 철분, 칼슘 등이 들어가 있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
특히 고명으로 얹거나 사골 국물로 활용되는 쇠고기는 필수아미노산 과 무기질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을 돕는다. 또한 떡의 경우 소화 흡수가 빨라 열량 보충에 효과적이다.
떡국은 영양가 만점의 음식이지만 비교적 고칼로리 음식이다. 조리 과정에서 간을 맞추기 위해 간장을 넣거나 조미된 김을 첨가하기 때문에 나트륨 함량 역시 높다. 하루에 권장되는 나트륨 섭취량은 약 5g. 떡국에는 한 그릇에 약 5g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떡국을 요리할 때 소금이나 간장을 덜 사용하는 편이 이롭다. 떡국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칼로리와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게 되므로 역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