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저는 엄마에게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어요
초2때 얼굴에 아주 큰 상처를 입고 왔어요
동네 아줌마가 병원에 데려가서 여러바늘 꼬매고 집에 왔는데, 그 아줌마 앞에서 저는 방으로 끌려들어가서 정말 매타작을 당했어요
문을 잠궈놓고 대나무 빗자루가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도록 온 몸을 닥치는 대로 패더라구요
여자아이니까 얼굴에 상처난게 속상해서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그렇게 맞은 뒤에 한번이라도 상처에 대해 따뜻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아팠니?라던가 얼마나 무서웠겠니 라던가
사춘기때는 과외하고 학원을 뺑뺑이 도느라 엄마랑 시간을 보낼 틈도 없었어요
지금 대치동 애들 스케쥴 만큼 바빴던거 같아요
그때는 10시면 집에 가야하는 것도 없어서 새벽 2시, 3시까지도 수업을 들었던거 같아요
대학때 자취하는 친구의 엄마가
택배로 음식을 보내주더라구요
국도 지퍼백에 한번 먹을 분량씩 소분해서 얼려서
각종 반찬에
아. 다른 집 엄마들은 저렇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자취를 했는데 음식은 커녕 우리 집에 한번을 와보질 않았거든요
그런데 웃긴건 다른 사람들한테는 너무나 잘해요
정말 지극정성으로 잘해요
그래서 우리 엄마를 은인으로 아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자식에게는 왜 애정이 없었을까요..
사춘기때 그게 너무 이해가 안되서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도 잘하면서 가족에게는 관심없는게 이해가 안되서
엄마한테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관심 있어? 라고 울면서 이야기했던 적도 있었지만 무반응. 무관심
그때 이후로 엄마의 애정은 포기했던거 같아요
엄마도 나에 대한 관심은 오로지 성적. 등수. 대학
그렇게 자랐으니
저도 엄마한테 애정이 없죠
대학도 어떻게든 먼 곳으로 가는게 소원이였어요
집에 있으면 숨막혀 죽을 것 같았으니까
자취하면서 엄마가 우리집에 안와보는 건 당연했어요
그리고 저도 집에 갈 생각을 못하기도 했고, 안하기도 했어요.
가족을 걱정하는 걸 겪어보지도 못했고
해방감도 있었으니까요
가끔씩 교회 사람을 만나면 저한테
넌 집에 한번을 안온다며?
전화 한통을 안한다며? 하며 타박을 하는데
그 타박을 듣고 배우기도 했네요
아.. 집에 전화를 가끔씩 해야하는구나
그런데 엄마도 나한테 전화도 방문도 없으면서 왜 사람들에게 내 흉을 볼까?
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이 낳고도 엄마는 병원에 한번, 조리원에 한번 온게 다이고
우리 집에는 한번도 안와 봤어요
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차로 10분 거리에 살면서도 한번을 안와봤고
저도 가지 않았어요
요즘
가끔씩
자식새끼 필요 없다
남보다 못하다 라는 말을 엄마 입에서 들을때 마다
사춘기때 울던 제 모습이 떠올라요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지도 않고
왜 사랑하지 않냐고 몰아세움을 당하는 것 같아
불편하고 싫어요
그래도 부모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잘하려고 요 몇년 노력했어요
음식도 주문해드리고, 김장해서 가져다 드리고
가끔 전화도 드리고
그랬더니 네가 아쉬운게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건지
점점 사람을 비참하게 하네요
엄마에게 애틋한 남편을 볼때마다
부럽기도 해요..
사랑을 그만큼 받았던 사람이거든요
추석 연휴에
친정에 다녀와서
생각이 많아서
주절주절 떠들었습니다
쓰다보니
문득 우리 아이들도 나를 닮아
사랑하는 법을 모르면 어쩌지
삶이 외로울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건 남편 닮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