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어머니가 참 좋은 분이에요.
어릴 때 큰집에 가면 진심으로 저(뿐만 아니라 시조카들 모두)를 반겨주셔서 큰집에 가는게 참 즐거웠어요.
큰아버지는 그 시절 기준으로도 좋은 남편도 아버지도 아니어서 매번 허황된 사업 한답시고 경제적으로도 가장 역할 못하셨고 외도에 술에 문제가 많으셨어요. 큰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사시다가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친정 도움 받아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셨는데 수완이 있으셨는지 자식 넷 모두 대학 보내고 먹고살만할 정도로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셨죠. 그러면서도 집안 행사 있으면 앞장서서 제일 많이 일하셨고요. 타고난 체력도 좋으시고 마음 씀씀이도 크고 너그러운 성품이라 화를 내시는 걸 못봤어요. 지금 생각하면 시집 식구들(제 친가쪽)이 다 한동네 사는 열악한 환경인데 싫은 내색은 커녕 진심으로 다 품어주시는 분이었어요.
지금 90세 넘으셨는데 정신 맑으시고 몸도 건강하신 편이라 혼자 사시면서 공공근로도 하세요. 그런데 4남매 자식들이 다 나몰라라 명절에나 겨우 오고 평소에는 안부 전화도 안하나봐요. 제가 사촌언니들이랑 가까운데 큰엄마 뵙고 왔다하면 민망한 표정으로 화제를 돌려요. 왜 그럴까요? 자식들에게 헌신적이셨고 그건 사촌들도 인정하는데 사촌들이 특별히 못된 사람들도 아니거든요. 지금도 자식들에게 부담 줄까봐 병원(큰 병은 없으셔도 정기적으로 혈압약 정도 받으러 가세요)도 혼자 가실 정도로 독립적이신데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