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에야 깨닫게 된 것들
그가 이렇게 나를 배신할 줄 알았더라면,
1년 전 그 가장 어두운 시간에 내가 그를 구해주지 말 걸…
그런 생각이 요즘 문득문득 듭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마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저는 또다시 그의 손을 잡았을 거예요.
그땐 죄책감이 너무 컸고,
그를 외면한다는 것이
사람으로서 너무 차가운 일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건
그가 노력한 것도 맞지만,
그 옆에서 끊임없이 지지하고, 용기를 북돋아준 저도 있었다는 걸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저는 그의 재기와 회복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몰랐겠지만요.
요즘은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내 존재의 의미는 뭐였을까.”
가장 힘든 순간에 함께했던 내가
지금은 그냥 잊혀질 사람 중 하나가 된 걸까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제가 그에게 바쳤던 시간과 감정이
허공에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려요.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건
텅 빈 껍데기 같은 공허함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누군가의 인생을 구했고,
그 어두운 시간에 불을 하나 켜줬던 사람이라는 걸
제 스스로는 알고 있어요.
그건 그가 몰라도, 인정하지 않아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나의 진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