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길고 주관적인 여행 수다인점 참고해 주셔요 ^^
네, 얼마전 이 추운 겨울에 더 춥고 밤이 긴 북극의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10박12일의 일정, 저포함 혼자 참여하는 여성들 5명과 부부 한팀으로 이루어진 드문 구성의 세미패키지 여행
한겨울에 추운 겨울나라 뭐 볼거 있냐고 거길 가냐는 질문을 주변에서 많이 받았는데 글쎄요.. 가기 전에는 빙하와 눈과 밤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는데 다녀오니 제가 겨울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모험과 사람에 관심이 많구나.. 알게 되었고, 아이슬란드 이상의 겨울풍경이 지구상에 있을까 하는 저만의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60이 다 되어도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 아직 많고 아직 못만난 좋은 사람들도 많구나 하는 생각도..
그런데! 출발부터 덜컹덜컹~
1. 출발 전날
다음날 밤 11시 출발이었기에 저는 거실에 펼쳐놓은 캐리어에 필요한 것들을 던져만 놓고 내일 낮에 천천히 쌀 계획으로 잠자리에 들었어요
그런데 밤 11시 넘어 전화가 온거예요
아니 이 밤중에 누가 전화를!하며 봤더니 여행사 팀장님
타고 가기로 한 비행기가 파업으로 캔슬되었다고.. 다음편은 이틀 뒤라 다른 비행편으로 바꿀껀데 그래도 여행 가시겠냐는 전화였어요
좀 편한 자리로 미리 지정도 해 놓았는데 남은 자리에 끼어앉아 20시간 가까이 갈 생각을 하니 잠시 깜깜했지만 그렇다고 겨울 맛을 보려고 가는 여행을 내년 겨울로 미룰 수 없어서 간다고 했죠
잠시 후 다른 항공으로 급히 잡혔는데 출발이 다음날 아침 8시반이라는 전화가 옴 ㅠㅠ
그 시간에 출발이면 늦어도 집에서 5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잠은 다 잤네 ㅜㅜ 라는 생각에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지만 (방학때면 일찍 눈떠지고 개학날은 유난히 졸리운 심리ㅎㅎ) 할 수 없이 일어나 불켜고 짐싸기 테트리스 시작!
그래도 짐싸는건 잘해서 착착 싸고 새벽배송으로 시킨 것들은 포기해야겠구나 했는데 핸폰을 보니 배송완료! 반가운 맘으로 집어들고 가방에 넣어 공항으로 출발
차 안에서 정신없이 자고 공항에 도착해보니 7명중 6명은 5말6초, 저랑 룸메 하기로 한 친구만 제 나이의 딱 절반 ㅎㅎ(그 나이에 패키지 여행에 룸메까지??!!라고 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저도 한번도 안해본 짓을 이번엔 한번 해보고 싶은 맘이 이상하게 생겨서 자원해서 저질렀고 결국 딸뻘 룸메와 팔짱끼고 신나게 뛰노는 케미 찰떡 친구가 되었다는 훈훈한 결론 ㅎㅎ)
만나서부터 비행기 타러가는 짧은 순간에 시원시원한 성격과 재미와 웃음을 쉬지않고 주는 그 친구 덕에 신나게 탑승~
2. 출발
헬싱키에서 런던으로 경유지가 바뀌고 계획과 다르게 좌석도 바뀌어 이코노미 세자리의 가운데에 끼어앉게 되었는데 1초 눈앞 캄캄의 순간이 지나고 슬슬 모험심이 발동하면서 '이번 여행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거 보니 뭔가 재미있는 여행이 되겠는걸?'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여행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어요
힘들줄 알았던 좁은 자리에서 잘 자고 잘 먹고 옆자리 첨보는 학생과 수다도 떨며 15시간 비행 후 비틀즈 노래 들으며 런던 공항에 도착
내려서 잠시 쉬었다가 아이슬란드에어 비행기로 갈아탔는데 오호~ 비행기 안이 무슨 버추얼게임하는 곳인줄
파랑과 분홍 형광빛이 곳곳에 비추고 의자도 우주선 내부처럼 널찍하고 얄쌍한 가죽좌석에 핑크베개에 의자폭 꽉차게 커다란 최신식 스크린에 SF 영화 분위기.. 실내도 반짝반짝, 막 공장에서 나와 첫비행하는 비행기 느낌!
3-3 자리의 작지않은 비행기였는데 승무원이 오더니 승객이 없다고 앉고싶은데 앉으라고 해서 다들 자리 골라서 널널하고 여유롭게 비행
비행기가 좋아서 그런가 3시간반은 왜 이리 후딱 가는지.. 그리하야 웰컴 투 아이슬란드!
3. 아이슬란드
겨울 아이슬란드 여행을 한마디로 하자면 지구상의 어떤 한 나라를 여행한게 아니라 '겨울'이라는 계절, '겨울'이라는 말이 담고있는 모든 것들의 한가운데 풍덩 빠졌다 나온 기분이예요
하늘의 별빛 수가 땅의 불빛 수보다 많은 곳, 불과 얼음의 땅으로의 여행 ~
*하얀 눈... 아이슬란드에 눈이 내리면 어디까지가 산이고 하늘인지 모르고, 내가 진공상태에 떠있는지 세상이 뒤집어졌는지 지금껏 사용해온 감각으론 인식이 안돼요
그래서 꿈을 꾸고 있나, 내가 살아있는거 맞나 (=여기가 천상인가) 하는 극단적인 ㅎㅎ 생각까지도 들어요
그곳 하늘은 특이하게 날씨에 따라 공간감, 입체감이 없어져 버려요
높다, 깊다, 멀다라는 느낌을 아예 느낄 수 없어서 하늘이 흰색, 푸른색 종이장처럼 느껴지는 신기함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용암으로 인해 산과 길, 해변이 검은색인데 그런 산에 내린 눈은 옛날 미술시간에 고무판을 칼로 쭉쭉 긁어내어 찍어낸 흑백의 판화같이 강렬해요
그런 흰색의 세상에 아침 9-10시쯤 해가 떠오르려고 꿈틀대면 하늘이 어두운 코발트블루로 찐해집니다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세상의 반은 하양 나머지반은 강렬한 찐파랑.. 둘로 나뉘면 또한번 어질해져요
너무 아름다워서...
참, 특이한 고드름도 봤어요
밤새 바람이 많이 불고 눈이 날렸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처마 끝 고드름이 아래로 죽죽 매달린게 아니라 땅과 수평으로, 잘세운 속눈썹처럼 앞으로 길게 맺혔더라고요
친구에게 고드름 사진을 보냈더니 사진이 왜 옆으로 돌아갔냐고 ㅎㅎ
*세상 처음 경험한 강풍... 저희는 인원이 적어 밴을 타고 다녔는데 좋은데 있으면 차를 세워 근방을 누비고 사진도 찍고 자유롭게 다녔어요
한번은 백두산 천지처럼 분화구에 호수가 생긴 곳이 너무 멋져 호수 옆에 차를 세우고 사진찍고 구경하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 사람들이 휘청휘청, 차도 흔들흔들, 저같이 작은 체구는 몸을 반쯤 숙이고 투우장 소처럼 상체를 숙여 머리를 들이밀고 차체에 붙어 가야 겨우 걸어가는 수준의 강풍
그때 누군가 차에서 뭘 꺼낸다고 뒷문을 살짝 열었는데 바람에 문이 빠작!하며 젖혀지고 문이 안 닫히는거예요
다들 용쓰고 힘써서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팀장까지 남자 둘이 붙어도 안되고, 옆 호수에선 얼음이 둥둥 떠서 슬러시처럼 걸죽한 얼음물이 꿀렁꿀렁 파도치고... 그와중에 차랑 굴러 호수에 빠지면 익사인가 동사인가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 떠오르고... 지나가는 차나 개미새끼 하나 없어 응급콜을 해야하나 의견 분분 ㅠ
겨우 문짝을 두꺼운 벨트로 묶어 대충 고정시키고 산을 오르는데 길은 얼고 차는 엉금엉금 휘청휘청, 길옆에는 바람에 뒤집어져 나동그라진 빈 승용차도 발견 ㄷ ㄷ
시내 렌트카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절벽 아래 호수로 떨어질까 무서워 눈 질끈 감고 의자 꽉잡고 갔네요
한국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하면서..
아이슬란드는 사람보다 자연이 주인인듯 해요
절벽이나 험한 살길 도로에도 한국처럼 가드레일이나 추락방지석 같은 장치가 없어요
빨랫줄같이 가는 줄로 군데군데 쳐놓거나 사람그림에 대각선 그은 색종이크기 진입금지 싸인 박아놓은 정도
알아서 구경하고 내 목숨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어쨌든 그 강풍에서 살아나오니 그새 무서움은 잊고 또다른 자연의 웅장하고 경이로운 모습에 탄성 지르고 다녔다는 ㅎㅎ
*말로만 듣던 푸른 빙하...대한민국 땅 넓이에 도봉구민의 인구수를 가진 아이슬란드
작은 동네같은 수도 레이캬비크를 벗어나 인간과 인간의 흔적들이 전무하다시피한 곳들을 달리면 속이 뻥 뚫리고 내려서 어디든 달리고 날아보고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달리다보면 멀리 산 꼭대기에 하얀 지붕이 보입니다
눈이 아니라 빙하가 시작되는 빙원인데 제일 큰 바트나요쿨은 서울시 8개를 합친 넓이예요
그런데 그곳에 가까이 갈수록 입이 점점 벌어져요
그 하얀 지붕의 곳곳에서 혓바닥을 길게 뺀 것처럼 희고 푸른 빙하가 넘실넘실 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우리 눈에는 얼음바위들이 빼곡이 박혀있는듯 보이지만 일년에 4미터를 움직이며 쪼개지고 한다니 빙'하'(얼음'강물')라는 이름 그대로죠
제가 태어나서 본 것들 중 최고였고 탄성조차 지를 수 없었어요
이세상 것 같지 않고 순수라는 말의 뜻이 바로 저거다 싶게 깨끗하고 이물질없는 푸르고 말간 덩어리 (옛날 캔디바 색깔을 떠올리면 비슷 ㅎㅎ)... 보고있으면 뭔가에 홀리는듯 해요
더구나 몇만 캐럿 다이아같은 얼음바위가 새까만 모래사장에 얹혀있으면 색의 대비로 더 신비로움
하루종일 빙하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을.. 시간도 멈출 것 같은..태고적 원시의 아름다움이 저렇지 않을까 하는... 게다가 내 귀가 먹었나 싶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곳에서 푸른 빙하색 하늘을 이고 앉아 푸른 빙하를 보고 있자니 어디 별세계에 와있는줄
몽환적, 환상적, 신비로움... 이런 말이 찾아갈 자리가 그곳이예요
빙하 트래킹을 하면서도 수천수만년 전에 만들어진 빙하, 그 만년의 시간을 직접 만지고 밟는 것은 짜릿하고 소름돋는 경험이었어요
*찍는 사진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아이젠끼고 스틱들고 올라가 굵은 초 수백개가 녹아 흘러내린듯 절벽타고 얼어붙은 얼음 사진, 사람이 밟아보지 않은듯 깎아지른 절벽과 계곡, 눈부시게 하얀 태양이 새파란 하늘과 금빛 구름속에서 빛나는 사진, 산꼭대기에서 저 아래 평원으로 연결되는 실선같은 길을 따라 걷는 개미새끼만한 사람 사진 등을 보냈더니 남편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가져온 사진이냐고 ㅎㅎ
제가 닿지 못할 가파른 절벽에 비친 제 그림자도 신기하고, 강을 따라 쪼르르 놓인 얼음장들이 하얀 바둑알처럼 반들반들 빛나는 것도 예쁘고, 땅을 밟고 걷는데 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하늘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듯 보이는지 희한함... 둥글게 휘어진 지평선도 봄
산길 가다가 아직 남아있는 블루베리도 따먹고, 폭신폭신 초록 이끼도 사진에 담고, 눈에 덮혀 수묵화같은 분화구 풍광, 거기서 눈먹고 사는 괴물마냥 걷다가 한주먹씩 눈을 집어서 먹고, 화산지대에서 붉은 흙 사이사이 옥색으로 끓는 물과 마녀의 솥단지처럼 푹푹 올라오는 수증기, 아무 것도 없는 평원에 우뚝 줄지어선 설산들은 호쿠사이의 파도 같았고 (파도 그림 검색하면 제일 앞에 나오는 그림) 하얀 땅과 산을 뺀 나머지 천체에 해가 지며 분홍빛이 퍼지는데 또다시 어질어질.. 차세우고 다들 평원에 나와 입벌리고 노을멍.. 빈혈도 없는데 현기증 유발 풍경이 넘 많아요 ㅎㅎ
*오로라와 별... 솔직히 저는 빙하에 입 벌어지고 심쿵해서 오로라는 눈물날 정도는 아니었어요. 밤하늘에 초록빛이 너울대고 사라졌다 다른 곳에서 나타나고 회오리치고.. 하는 모습이 멋지긴 했는데 파란 밤의 하얀 설산, 깨진 유리조각 찾겠다고 불 비출 때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빛을 내며 존재를 알리듯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이 더 감동적!
그리고 북극이라 그런가 산에 뜬 달이 넘 크고 가깝게 보여 산꼭대기에 걸려 긁히고 부서질까 걱정될 정도, 오리온 카시오페아 북두칠성도 손가락에 닿을듯 가깝게 보여 놀랐어요
북두칠성은 국자가 아니라 포크레인 수준 ㅎㅎ
여행 첫날, 새벽 1시 반쯤 화재난듯 절박하게 멤버들 방문을 두들기며 "오로라 떴어요 !!!!!!!"를 외치던 팀장님을 따라 잠옷에 패딩만 걸치고 문밖으로 뛰쳐나가 신나게 보고 사진찍고 한 뒤로는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오로라를 관찰 (생수나 화장지 품절 때 한박스 쟁여놓은 사람의 여유같은? ㅎㅎ)
*마지막날 밤... 마지막날은 바닷가 옆 뻥뚫린 벌판에 직사각형 박스같은 단층 호텔에 묵었는데 주변에 등대, 집 5채 정도가 전부인 곳(분위기는 딱 에드워드 호퍼 그림)
룸메랑 그날은 밤새고 놀기로 하고 컴컴한 바닷가 제방에 올라가 팔벌리고 바닷바람도 맞고, 드넓은 평지에서 하늘의 별도 구경하다 벌판을 뛰놀다 배가 고파 방에서 생라면과 맥주를 갖고 나와 벌판 한가운데 앉아 (거기 땅은 대부분 풀밭이라 아주 푹신하고 기분 좋아요) 둘만 들리게 노래 틀어놓고 흥얼거리다가 춤도 추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북극 버전 논두렁 파티를 즐겼어요 ㅎㅎ
그러다 바닷가 끝에 있는 등대에 가보자고 했죠
그 시간에 호텔 밖 벌판의 생명체는 룸메와 저 단 둘!
멀리서 볼때는 빨간 줄 그어진 하얗고 귀여운 등대였는데 가까이 가보니 검푸른 바닷가에 허연 건물, 저희 둘의 검은 그림자까지 비춰서 살짝 으스스한 기운이...
내부에 불이 켜져있었지만 저는 사람이 없다, 룸메는 아니다 나무 의자랑 책상이 있는거보니 사람이 있는거 같다고 하길래 제가 저기 의자가 어디 있냐고 아무 것도 없는데.. 했더니 룸메가 저기 나무 의자 안 보이냐고, 왜 안 보이냐고..
입구 쪽에 작은 유리창이 딱하나 있는데 저에겐 흰 벽 말고는 안 보였어요
순간 우리 같은 곳을 보고 있는거 맞냐고.. 왜 누구에겐 분명히 보이는데 다른 사람 눈엔 안 보이는건지 ㄷ ㄷ
영화를 너무 봐선지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인간 맞나 1초 의심도 들고..ㅎㅎ
갑자기 둘다 무서워 악~ 냅다 뛰려는데 제 눈에 누런 무언가가 얼핏 보여 발뒤꿈치 들고 다시 보니 의자가 보이더라고요
제가 룸메보다 키가 작았던 것 ㅋㅋ
그순간 둘이 깔깔 웃고 어휴 ~ 수명 단축되는줄 알았다고... 룰루랄라 어깨펴고 호텔 근처로 다시 귀환
돌아와서도 오로라와 별 본다고 벌판을 헤집고 다니고.. 마지막날 오로라는 광활한 하늘을 가로질러 무지개 다리처럼 길게 연결되듯 너울거렸어요
어디와 어디, 누구와 누구를 연결하는 다리일까...
그렇게 아침이 되고 짐싸면서 룸메랑 저는 이번 여행을 넘 즐겁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두세번씩 인사 나누고 팔짱끼고 비행기 안에서도 끊임없이 수다떨며 즐겁게 왔어요
물론 심한 터뷸런스로 비행시간의 1/3 정도를 강풍에 날리고 (비행기가 앞으로 날아야지 왜 옆으로 날리는지 ㅠㅠ) 눈썰매타듯 우당탕 엉덩이 긁고 뚝 떨어지고.. 룸메는 옆에서 얼굴 허얘지며 토하고 멀미하느라 고생..
이러면서까지 다음에 또 가야하나 싶었지만 그 괴로움도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싹 잊어버리고 룸메와 뜨끈하고 얼큰한 순두부 백반 한그릇씩하고 귀가^^
4. 여행이 끝나고
다녀온지 20여일이 지났는데 여운이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진해지네요 ㅠ
현지서도 꿈같던 풍경은 진짜로 꿈 속 풍경이 되었고 빙하타고 내려온 둘리라도 만나 수다떨고 싶다는 요상한 생각도 들고.. 시벨리우스, 그리그를 들으며 서울시내 눈덮힌 산자락을 헤메요 ㅎㅎ
그곳 생각이 간절해질 때마다 그곳에서 산 털모자를 한번씩 꺼내 만지작거려요
며칠을 못참고 그 매력덩이 룸메와 만나 뒷풀이 하고, 만난 날 눈까지 내려 아이슬란드 추억 소환하며 눈길도 걷고 눈사람도 만들고 서로 사진 찍어주고..
한번씩 연락하며 다음 여행 계획도 세우고
저야 지금은 일도 안하고 시간이 넘치지만 젊은 나이에 자기일 열심히 하며 돈벌어 시간쪼개 여행하고 다른 공부도 하며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멋지더군요
예의바르고 재미있고 타인의 시선보다 내맘 끌리는대로 열심히 사는 모습보며 존경한다 했어요
엄마뻘 아줌마와 재미있게 놀아줘서 고맙다고 했고 첫날엔 저보고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이젠 누가 물어보면 친구라고 해요 ㅎㅎ
한겨울 더 추운 곳으로 뛰어들어 예기치않은 일들이 많았지만 그 바람에 아주 쫄깃하고 추억이 많은 여행이 되었어요
한가지 정보, 아이슬란드 옷 브랜드에 대해 말하자면 유명한 것이 둘 있는데 기능면에서 끝장이예요^^
66°North와 icewear인데 전자는 좀 비싸고 후자는 상대적으로 싸요
icewear 패딩을 현지에서 구입해 입었던 멤버가 어쩌다 센 파도에 물을 홀딱 뒤집어썼는데 패딩입은 부분만 겉도 안쪽도 잠수복 입은듯 물한방울 안 젖어서 철벽방수기능에 다들 감탄을 @@ (제가 산 모자도 완전 후끈~)
인간의 시야는 좁고 인간이 먼지같다고 느끼게 해준 아이슬란드의 자연
이 작은 눈에 미처 담지 못하는 넓고 경이로운 자연은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선물이구나..
지금 집 거실 창밖 하늘과 구름, 바람과 햇빛도 선물이라는걸 기억하고 감사해야겠다고 참하게 마무리 ^^
희한하게 여행갈 때마다 친구를 한명씩 사귀는데 보물같은 사람이 어디에 숨었다 이제 나왔나 감사함도...
지구에서 우주로 다이빙하는 점프대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아이슬란드가 아닐까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