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거 베이직 교회 조정민 목사와 한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다.
2016년 겨울
박근혜 탄핵이 한창일 때였다.
개신교 모 언론단체에서 조정민 목사와 나를 강사로 초청해서 현직 기자들을 상대로 '(기독) 언론의 중요성'에 관한 교육 행사를 가진 때였다.
그때 조정민 목사가 개신교 기자들을 상대로 힘을 주어 강조했다.
"여러분, 교회가 우리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제가 평생 언론계에 종사해서 잘 아는데, 언론은 세상의 희망이 아닙니다. 오직 교회 만이 우리의 진정한 소망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잘 지켜주세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가 마이크를 넘겨받아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언론이 우리의 소망입니다. 제가 평생 교회에 몸담고 있어 봐서 잘 아는데요, (한국) 교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언론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습니다. 여러분 언론인들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그때 조정민 목사는, 아마 나한테 기분이 많이 상했는지, 행사가 끝난 후 얼굴도 잘 안 보려고 했다.
2. 최근 조정민 목사가 설교 중에 '12.3 비상계엄이 계몽'이라고 했다 해서, 페북이 시끄럽다.
사람들이, 조정민 목사는 그나마 양식이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표출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애당초 그런 감정조차 없다.
지난번 이찬수 목사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목사들, 소위 한국 개신교의 간판스타(?)라고 불리는 자들의 진짜 면면을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커밍아웃(?)을 할 때마다, 그냥 터질 게 터지는 것뿐이다라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지금 사방에서 연쇄 폭발물 터지듯이 드러나는 참단한 현실, 그게 딱 한국 개신교의 수준이고 진실이다.
사람들이 소위 스타 목사들에 대한 그동안 환상에 젖어 있다가, 이제서야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는 것뿐이다.
3. 지난 100년 간 한국 개신교의 처절한 실패의 근원에는 수준미달의 목사를 양산한 죄가 자리하고 있다. 그 결과,
학습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목사들,
역사의식이 비뚤어져 있거나 아예 부재한 목사들,
사회적 약자와 대한 애정과 치열한 고민이 없는 목사들,
말만 그럴싸하게 하면 그것이 곧 설교의 실력이고 영력이라고 착각하고 개그인지 만담인지도 헷갈리는 유치한 종교 언어를 남발하는 목사들이 개신교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소위 스타목사들은 근본적인 면에서는 하등 다를 게 없되, 그러나 자신을 좀 더 세련되게 포장하여 마케팅할 줄 아는 자들이다.
그 세련된 처세에 그동안 너무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현혹되었던 것뿐이다.
그러니, 만약 정말로 한국 개신교를 개혁하고 살리고 싶다면, 저질 목사들의 퇴출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도 '자신들의 눈에 드리워진 비늘'을 벗겨내야 한다.
결국 반 하나님 나라적인 목사들이 스타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상당수 개신교 신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보다 세련되게 표현해주길 바라는 목사들을 추종하고 갈구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4. 다시 2016년 이야기로 돌아가서 덧붙이자면,
한국사회는 언론도 교회도 아무 희망이 안 보인다.
아니, 언론과 교회 만큼 무시무시한 흉기가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저 당분간은 '깨어 있는 개인'들의 처절하고 치열한 몸부림만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고통스런 몸부림만이 타락한 정치, 타락한 언론, 타락한 종교를 견제하고, 나아가 언젠가는 그것들을 본연의 자리에 돌려놓음으로써 결국 그것들을 구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현재로서는 그게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