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마가 저에게 학대를 했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상한 감정이 있어요.
하도 때리면 맞고, 오늘같이 눈 예보가 있는 날에는.
엄마는 아빠랑 싸우고, 분풀이를 못해서..
항상 저를 굶기도 때리고 암튼 그러셨어요.
엄마는 비내리는 날은.. 일이 커지니..
눈 내리는날.. 아빠랑 싸움하고(거의 맨날 싸웠음)
쌓아뒀던 분을 해소해야 하니까,
아빠에게 두눈으로 톡똑히 보라는 의미로
저의 책가방을 찢고, 교과서를 구기고 반쯤 찢어서
마당에 눈을 소복히 맞도록.. 그대로 두셨어요.
옛날엔 셋방 살던 시절이라, 화장실 가던 다른집
아저씨나, 아빠가 되었던지.. 누하나 빨리 발견하는
사람이 마당에 펼쳐져 있는 책가방과, 교과서, 공책.필통을
주워다 저희집 고무 물통(수돗물 나오는 시간이 있으니,
물 받아놓는 큰 와인색 물통이 있었어요.)
위에 놓아 주셨어요.
(그러길 바라는 눈빛으로 부엌 쪽창으로 응시하면서
바라보고 계셨죠.)
요즘은 그런 가정이 있으면, 엄마가 신고 대상이 되었을
터이고 학교측이나 학부모에게 어떤 눈초리라도 받고
있을터인데,
그때는 아이가 약자이고, 인격장애 엄마는 동네사람에게
두둔받고 그랬었어요.
인구도 많고, 그 안에서 정상적 범주의 아주머니들이
인정이라는 정에 이끌려 저와 자매들에게 밥 먹여주며
아랫목 내어주며 토닥거려주는 분들도 계셨고요.
웃긴 예화가.
엄마가 맥주랑 콜라를 엄청 좋아했는데,
맥주는 아침에 못 마시니까, 콜라1병을 300원주면서
사오라고 하셨어요.(고깃집에서 나오는 350ml)
엄마가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는데, 제가 턱밑에 붙어
"엄마 나도 조금만 먹고싶어" 이랬다가 코피나도록
맞고, 눈밭에 가방이랑, 교과서가 그난도질을 당한거
였어요.
암튼 엄마는 지금 멀쩡한채, 즐겁게 잘 사십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분만 불쌍하거죠.
저희자매도 그세월 동안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세상적인 삶에서 부족함이 많고요.
옛날에 챙겨주셨던 고마운 분들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고.
저도 마흔을 훌쩍 넘기며 여차여차 살아가고 있어요.
세상이 변한탓도 있겠지만,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아본 케이스라, 배풀고 사는게
본능적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일단 한숨 고르고 교육을 받았으니, 내 부모같이 굴면
안되겠지? 라는 생각을 1차로 합니다.
그래도 다시 찬찬히 상황을 들여다 보면서..
나도 과거에 힘들었으니, 감사했잖아? 같은 맥락으로
배푸는게 맞는거야..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예요.
사람노릇, 어른노릇 하기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