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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두서없는 생각들

ㅠㅠ 조회수 : 778
작성일 : 2023-09-08 13:23:11

대학 졸업하고 10년 일했어요.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 직장이었는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사했고요.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고 남편이 원하는 내 할 일의 범위가 참 넓었어요. 지금 같으면 그 이기심을 깨닫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 무시했겠지만 그 때는 사랑이라 생각하고 생색도 안내고 꾸역꾸역 다 해냈어요. 시부모가 돌아가며 입원하시는데 9-6 정규직 직장인이 간병하거나 못하면 매일 들러 안부라도 묻고 가라는 식이었으니 휴가도 못가고 연차를 그런 식으로 소진하는 게 보통이었죠. 결국 퇴사하고 가사, 육아 전담했는데 그렇게 10년 넘게 지내다보니 과일 하나를 맘 편히 못먹고 있는 저를 보게 됐네요. 남편 연봉 1억 넘은지 오래됐고 저는 원래 아끼고 아끼는 스타일이라 돈이 없어 과일 못살 형편 아닌데도 참 희한하게 눈치를 줬어요. 어느 과일이 맛있다 싶으면 며칠 지나 다 먹고 그거 누가 다 먹었냐고 꼭 물어봐요. 그걸 산 지가 언제이고 식구가 몇인데 다 먹었다 하면 맛있는 건 항상 누가 다 먹는지 모르겠다, 혼잣말처럼 해요. 근데 그런 것들 남편이 거의 70~80% 먹거든요. 얘기해도 자기 생각 안바꾸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몇 천만원, 억 넘는 돈이나 혜택도 참 쉽게 베풀어서 그것 때문에 나는 화병도 났는데 나한테는 하다못해 먹는 걸로도 눈치를 주니 이렇게 살기 싫어 늦게 일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나이에 좋은 학벌, 좋은 직장 경력 무의미하네요. 이 분야에서 나는 그냥 경력없는 나이든 여자일 뿐이고 사람들은 자기 이익 안되면 1분의 시간도 쓰기 싫어하고요. 나를 제 부모 수발에 마음껏 써먹었던 남편과 시집 식구들, 가족이니 해야한다고 다 떠안았던 젊은 시절 나를 생각하니 너무 한심스러워요. 그 귀한 시간을 나를 위해 투자했다면 지금 이렇게 살진 않을텐데요. 인간 관계,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은 회의가 듭니다. 

IP : 211.234.xxx.12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9.8 1:26 PM (1.232.xxx.61)

    마음이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원글님의 노력은 어디 안 가요.
    그게 절대 헛된 게 아니랍니다.
    젊은 시절 그 시간이 소중하고 아까우시겠지만
    그렇게 헌신하셨으니 또 꼭 받게 되세요.
    남편이 그러든 말든 맛있는 거 아끼지 말고 드시고
    누가 다 먹었냐고 하면 내가 다 먹었다고 큰소리치세요.
    먹을 만 해서 먹었다고 하시고요.
    너무 쪼그라들어 계십니다.
    원글님은 훌륭한 분이세요.
    스스로를 욕봤다 애썼다 다독여 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 2. 점셋님
    '23.9.8 1:32 PM (211.234.xxx.124)

    자기 이익 안되면 1초 시간도 아까워하는 사람들에 지친 마음을 이렇게 위로해주시네요. 시간과 마음 들여 써주신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죽으면 다 흙으로 돌아가는 거니 지나간 시간을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자 스스로 다독이는데 쉽지 않네요.

  • 3. ...
    '23.9.8 1:40 PM (1.232.xxx.61)

    과거는 지나갔고 바꿀 수 없어요.
    그리고 남은 절대 못 바꿉니다.
    내가 바뀌어야 해요.
    이제 참지 마시고 싫은 건 싫다, 좋은 건 좋다, 표현하고 사세요.
    화낼 필요도 없어요.
    물론 화가 나면 화도 내시고요.
    내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살아야 합니다.
    내 이익을 좇아서요.
    남들 다 그렇게 살고 그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닙니다.
    원글님도 내 기준, 좋은 사람이고 싶은 그 마음 못 놓으셔서 더 고생하셨잖아요.
    체면 찾지 마시고 내 마음은 벌거벗은 듯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다음은 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시면 돼요.
    원글님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어요.

  • 4. 구구절절
    '23.9.8 1:54 PM (39.115.xxx.61) - 삭제된댓글

    지난일 곱씹어 봐야 과일이 나옵니까 돈이 나옵니까
    과일 사다가 실컷 먹고 맘편히 사세요.
    님은 눈치 준 남편 탓이라 하겠지만, 눈치 준다고 주눅들어서 살았던 원글님 탓이죠.
    저도 이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하고 싶은 거 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말아요.
    다 땡겨서 의무복무 했으니 이제 그만 편하게 사세요.
    딴 세상 열려요.

  • 5. ..
    '23.9.8 2:07 PM (222.117.xxx.76)

    오늘부터 님 마음 위로해주시면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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