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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깊은 밤 끄적여보는 속마음

ㅇㅇ 조회수 : 4,739
작성일 : 2024-09-17 04:20:32

문득 갑자기 잠에서 깨서 우울지수가 오릅니다.

공황이 올 듯한 기분에 그냥 끄적. 일기장 같은 뻘소리요.

 

짧게 나를 요약하면 40중반 싱글이에요. 모쏠이구요 (그렇게 쳐도 됨)

양친 중 한 분만 계세요. 사이 나쁘지 않은 형제와.

문득 이 밤에 눈을 떠,

20년 후의 추석 날 밤 내 모습은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적이 있고,

지금은 상담만 받고 있어요.

점점 깨닫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나는 가족이 필요한 사람이었구나..에요, 

남들 눈에는 모든 걸 똑부러지게 잘 해내는 사람이지만, 깊은 애착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한편으론 사실이기도 했어요.

스스로도 비만인 몸에 컴플렉스도 있었고,

이성이 편하지 않아요. 관심도 없고.

 

가장 의지했던 엄마와 이른 이별로 더더욱

평생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친구를 꿈꿔왔지만, 그건 참 허망한 꿈이라는 걸 몇 번의 사건들을 겪고서야 이제서야 깨달았어요.

그들과 나의 관계가 미성숙했다는 것도 있었겠지만, 친구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내가 원한 건, 가족이었으니 아마 나중에라도 결국엔 그렇게 됐을거에요.

 

얼마 전에 영화를 한편 보게 됐어요.

퀴어 영화인데, 거부감이 없는데다가 평소 좋아하는 배우가 참여하는 행사여서 

가볍게 그냥 문화생활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가 충격이 좀 컸어요.

메인 스토리일 동성애자 두 사람 이야기가 때문이 아니라, 그 주변의 이야기로 그려자 혼자인 노년의 이야기 때문에요. 뭔가 내가 가진 가장 큰 불안의 실체를 눈으로 마주해버린 것 같아요.

오히려 동성일지라도 오롯이 서로 의지하는 영화 속 애들이 부럽기까지 했어요.

 

회사 생활 외 대외적 관계가 소멸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더 움츠러들고 그렇게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간 지금.

 

가족을 만들려면 지금의 나에게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곤,

이성적으로는 전혀 매력없는 나라는 사람을, 값을 매겨 결혼이라는 시장에 내놓아야만 되는 거겠죠.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가족이 결혼이 내가 꿈꾸던 그런 게 될까.

 

아마 내년의 추석에도 나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게 그려져서 씁쓸하구요.

 

수 십분 째 문장들을 고치며 글로 써내려가다보니, 요동치던 마음은 조금은 잠잠해졌네요.

그냥 어딘가에 쏟아내고 싶었던지라, 피와 살이되는 쓴소리야 삼켜야겠지만, 너무 심한 비난은 그냥 지나가 주시길.

IP : 125.178.xxx.69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9.17 4:33 AM (220.72.xxx.59)

    깊은밤 토닥토닥. 생각이 진실은 아닐때가 많아요. 내 현실보다 더 부정적일 수 있어요. 쓰는게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되죠. 잘 털어놓으셨어요. 현실을 간절히 바꾸고 싶어지면 이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될거예요. 나를 믿고 걸어가봅시다.

  • 2. ㅇㅇ
    '24.9.17 4:37 AM (125.178.xxx.69)

    첫댓 박복이라는데 이런 복이. ㅜ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생각이 내 현실보다 부정적일 수 있다... 오늘 저를 위로하는 말씀이네요
    감사해요.

  • 3. ㄹㄹㄹ
    '24.9.17 4:37 AM (120.142.xxx.14)

    너무 힘들게 생각하면 모든게 불가능하게 보여요.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삶의 이미지로 마인드 셋 하시고 기도하세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거기에 닿아있을거예요. 세상은 내가 맘먹은 만큼 혹은 그 비슷한 거라고 이루게 됩니다. 믿으세요 자신을. ^^

  • 4. ..
    '24.9.17 4:57 AM (14.38.xxx.221)

    미래에 대한 불안은 누구나 가지고 있어요..가정을 이루면 좀 나아질거라는 기대감도 일정부분 맞지만 결혼은 또 다른 어려움도 있을수 있구요..가보지 않은길에 대한 아쉬움가튜은거라고 생각됩니다..결혼30년이 넘었지만 가끔 결혼안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중국작가의 인생이라는 책 안읽어봤음 읽어보라고 권해봅니다.

  • 5. 인생
    '24.9.17 5:02 AM (112.153.xxx.159)

    이 시간이 그런것 같아요..
    어쩌다 새벽 4-5시 무렵 눈이 떠지면..
    기분이 그냥,, 아득하다고나 할까 그럴때가
    있더라구요..
    잘 드시고,
    많이 움직이셔서,
    밤에 푸욱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비슷한 처지라..
    종종 어떻게 이 생을, 노년을
    보내고 정리해야할까 생각을 하지만,
    너무 자주는, 많이는,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뭐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것만은 아니니까요, 하핫.
    아마도 우리의 계획이나 생각보다 더 멋진것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느 누가 알겠어요.
    혼자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라도 좋은 우리 인생, 오늘도 뚜벅뚜벅 잘 살아 보아요!
    원글님 위해 기도 드려요, 힘내세요

  • 6. 일찍 깨서
    '24.9.17 6:21 AM (221.160.xxx.116)

    마음을 움직이는 원글과 댓글 읽고,
    저도 큰 위로 받아요~~감사합니다!!
    내 편 아닌거같은 가족 때문에 괴로운
    사람도 많아요~~
    원글님은 더 좋은 친구 꼭 나타나기를…

  • 7. 윗글 이어
    '24.9.17 6:26 AM (221.160.xxx.116)

    평생 식욕을 못 이겨 다이어트 불가능했었는데요,
    나이 드니 식욕도 줄고 자연히 슬림해졌어요
    외모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좀 나아지니
    자존감도 올라가는거같아요
    원글님~look good feel better

  • 8. 바람소리2
    '24.9.17 6:33 AM (114.204.xxx.203)

    노년에 대한 불안른 누구나 같아요
    모시고 사는것도 아니라
    배우자 자식이 있어도 결국은 혼자 남으니...
    저도 새벽에 깨서 생각만 많아요
    건강관리 하고 뭐든 움직이고 좋은 사람 생기면
    연애도 하세요

  • 9. 가족
    '24.9.17 6:39 AM (130.208.xxx.75)

    가족같은 친구를 만들려고 하지 마시고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돈 주고 운동하러 다니더라도 거기서 만나는 분들하고도 아는 관계가 되는 거고요. 아 오늘도 이런 저런 분들이랑 운동했다 하고 고맙고 즐겁게 받아들이시고요. 한달에 한 번 정도 밥먹는 친구 모임 만들면 또 그렇게 너무 외롭지 않게 번갈아 가며 맛있는 거 먹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거구요. 유튜브 게시판이나 여기 82 게시판도 사람이 맺어지는 중요한 관계지요.

    그냥 한방에 내 인생의 외로움과 부담을 다 해결해주는 그런 가족이란 없어요. 책임질 가족이 없으니 자유롭다고 생각하시고 대신 더 유연하게 사람들 만나고 관계 맺으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덧 내가 세상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드실거예요. 이건 만나는 사람 수나 쏟아 붓는 감정의 양이나 질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요. 그냥 내가 이렇게 저렇게 어울려서 살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되는 거예요.

    그냥 편안하게 살자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사시길요~ 해피 추석!

  • 10. ㅇㅇ
    '24.9.17 7:42 AM (125.178.xxx.69)

    모자란 잠 보태 자고 일어나,
    감사한 말씀들 새깁니다.
    좋은 말씀들 감사하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 11. ㅡㅡ
    '24.9.17 9:47 AM (221.140.xxx.254) - 삭제된댓글

    내가 바라는 완벽한 관계란게 없어요
    가족이어도요
    가벼운 관계를 여러개 만드세요
    운동가서 생기는 모임
    여행모임
    술모임 등등
    그런 모임 두어개 하면 한달 갑니다
    나이들면 오래되고 속속들이 아는 사이보다
    만나서 웃고 즐기다오는 가벼운 사이가 더 산뜻하기도 해요
    생각에 잠식되지마시고
    운동가서 땀쫙빼고 시원함을 느껴보세요

  • 12. ..
    '24.9.17 2:38 PM (61.253.xxx.240)

    원글님 저와 비슷한 감정이 지나가는 중이군요
    저도 이번 명절은 특히 그러네요

    좋은 글과 댓글 저도 잘 읽고 갑니다 원글님 삶에 꿈꾸고 계획한 것들이 다가오기를 바라겠습니다!

  • 13. .
    '24.9.18 3:10 AM (118.235.xxx.177)

    새벽 네시 누구라도 그럴시간이네요~
    덕분에 원 댓 보며 저또한 위로를..
    명절이라 심들게 일하고 누웠는데 여태 못자고있어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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