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갑자기 잠에서 깨서 우울지수가 오릅니다.
공황이 올 듯한 기분에 그냥 끄적. 일기장 같은 뻘소리요.
짧게 나를 요약하면 40중반 싱글이에요. 모쏠이구요 (그렇게 쳐도 됨)
양친 중 한 분만 계세요. 사이 나쁘지 않은 형제와.
문득 이 밤에 눈을 떠,
20년 후의 추석 날 밤 내 모습은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적이 있고,
지금은 상담만 받고 있어요.
점점 깨닫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나는 가족이 필요한 사람이었구나..에요,
남들 눈에는 모든 걸 똑부러지게 잘 해내는 사람이지만, 깊은 애착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한편으론 사실이기도 했어요.
스스로도 비만인 몸에 컴플렉스도 있었고,
이성이 편하지 않아요. 관심도 없고.
가장 의지했던 엄마와 이른 이별로 더더욱
평생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친구를 꿈꿔왔지만, 그건 참 허망한 꿈이라는 걸 몇 번의 사건들을 겪고서야 이제서야 깨달았어요.
그들과 나의 관계가 미성숙했다는 것도 있었겠지만, 친구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내가 원한 건, 가족이었으니 아마 나중에라도 결국엔 그렇게 됐을거에요.
얼마 전에 영화를 한편 보게 됐어요.
퀴어 영화인데, 거부감이 없는데다가 평소 좋아하는 배우가 참여하는 행사여서
가볍게 그냥 문화생활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가 충격이 좀 컸어요.
메인 스토리일 동성애자 두 사람 이야기가 때문이 아니라, 그 주변의 이야기로 그려자 혼자인 노년의 이야기 때문에요. 뭔가 내가 가진 가장 큰 불안의 실체를 눈으로 마주해버린 것 같아요.
오히려 동성일지라도 오롯이 서로 의지하는 영화 속 애들이 부럽기까지 했어요.
회사 생활 외 대외적 관계가 소멸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더 움츠러들고 그렇게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간 지금.
가족을 만들려면 지금의 나에게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곤,
이성적으로는 전혀 매력없는 나라는 사람을, 값을 매겨 결혼이라는 시장에 내놓아야만 되는 거겠죠.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가족이 결혼이 내가 꿈꾸던 그런 게 될까.
아마 내년의 추석에도 나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게 그려져서 씁쓸하구요.
수 십분 째 문장들을 고치며 글로 써내려가다보니, 요동치던 마음은 조금은 잠잠해졌네요.
그냥 어딘가에 쏟아내고 싶었던지라, 피와 살이되는 쓴소리야 삼켜야겠지만, 너무 심한 비난은 그냥 지나가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