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 자매들은 서로의 스토리에 관심이 없어요.
결혼한지 얼마안되었을때 남편은 그점이 너무 의아했대요.
"다른집들은 서로 엄청 친하다고 하던데 왜 자기네는 서로 소닭보듯하는 그런 눈이냐?
왜 처제두명은 왜 언니라고 안부르는 거지?"
챙피해서 못들은척 하고 살았는데 어느날 남편도 그냥 알아차린거예요.
전 좋*생각 창간때부터 지금까지 정기구독자인데 얼마전부터 그책들이 한권을 다 읽고나면
은근히 피곤한거에요.
전 느껴보지못했던 뜨거운 가족애들,
가난해도 서로가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랑들.
힘들고 어려울수록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가족들.
실연당한 아들을 감싸안아준 엄마의 마음등등.
특히 친정엄마가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이야기들은 오히려 더 소외감을 느끼게 했어요.
전 그런 사랑을 모르고 지냈거든요.
늘 동생들앞에서 제 흉을 보는데에 거리낌없던 엄마.
8살때부터 1년동안 더부살이했던 친척집에서 미움받고 지냈던 세월들을 비웃고 소리지르면서
집안일을 시키고 마음껏 미워하던 그 시절이 정말 길었어요.
친척집에 있을때에도 차가운 응접실을 무릎꿇고 앉아 물걸레질을 하고 겨울아침 싸리빗자루로
눈송이들을 쓸어내던 그 유년이 엄마와 함께 살았던 그 가난한 판자집에서도 이어졌어요.
미처 거둬들이지못한 빨래들이 소나기에 젖으면 사탕을 널어놓았다면 절대 이런 일은 벌어지지않았을것이라는
엄마의 악다구니와 저를 향한 그 미움은 참 원색적인 기억이죠.
전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또 악마같은 남자아이의 손과발에 늘 걷어차이고
알콜중독자인 아빠에게서 벌벌 떨며 굶주리고
푸석한 머리칼과 바싹 마른 엄마의 히스테릭에 시달리고
제일 만만했던건 8살때 1년을 지냈던 친척집에서의 미움받은 일이
엄마에게서 비웃음과 멸시로 회자되면서 그일로 엄마가 마음껏 절 혼낼만한
좋은 구실이 되었던 거죠.
그런환경속에서 자란 자매들은 점점 말이 없어지고
서로간에 대화가 무의미해졌고
그렇게 남들보다 더 못한 사이로 자라나
지금은 또 그렇게 애엄마가 되었죠.
그러나 지금도 서로간에 연락은 하지않아요.
기쁜일이든, 슬픈일이든,
서로 관심이 없는 일이죠.
그저 호적만 sistermate.
사람은 누구나
별같은 존재라는데
우리자매들은
루이제 린저가 남긴 말처럼
자매란 아주 친한 사이이거나
혹은 서로 무관심한 사이다라는 말처럼.
우린 그런 존재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