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떠날때가 언제인지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봄날의아침 아침의 일곱시 종달새 울고 꽃에는 이슬 맺히고...??
피아노가 된 나무 4
김경주
오늘은
달에 나무가
처음 열리는날
오늘은
지구로 데려온
그 나무로
피아노를 만드는 날
오늘은
달의 물방울
하나가
피아노 속에
바다를 만드는 날
오늘은
아주 조그만 구멍 속에서
달팽이들이
물의 물기를
핥아보는 날
당신이 날 안아줄 거라고 믿는다
맨 가장자리의 중심
김강조
훌륭한 비유 다 놔두고
당당하게 직선적으로 말하는 점성술의 그 별들
쏟아져 흩어져
내려와 박혀
언 땅 위가 죄다
중심의 기쁨으로 들떠
소설(小雪)날 잔디밭
그 맨 가장자리의 개나리
노오랗게
꽃
피워, 수줍어서 활짝
얼어 시들어져 꽃잎 떨어져
이 시각 명운(命運)들의 중심일 터
맨 가장자리의 중심
김강조
훌륭한 비유 다 놔두고
당당하게 직선적으로 말하는 점성술의 그 별들
쏟아져 흩어져
내려와 박혀
언 땅 위가 죄다
중심의 기쁨으로 들떠
소설(小雪)날 잔디밭
그 맨 가장자리의 개나리
노오랗게
꽃
피워, 수줍어서 활짝
얼어 시들어져 꽃잎 떨어져
이 시각 명운(命運)들의 중심일 터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넣고
떠나라.
병원 ㅡ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金盞花)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수선화에게_정호승
울지 마라. 수선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란시스 잼'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나 릴케'가
그러하듯이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넣고
떠나라.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사모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천상병 시인의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딸기를 깍으며 , 문정희
우리 집 아이들은
딸기를 먹을 때마다
신을 느낀다고 한다.
태양의 속살
사이 사이
깨알같은 별을 박아 놓으시고
혀 속에 넣으면
오호! 하고 비명을 지를 만큼
상큼하게 스며드는 아름다움.
잇새에 별이 씹히는 재미.
아무래도 딸기는
神중에서도 가장 예쁜 神이
만들어주신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딸기를 씻다 말고
부르르 몸을 떤다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는독(毒),
사흘을 두어도 썩지 않는
저 요염한 살기.
할 수 없이 딸기를 칼로 깎는다.
날카로운 칼로 태양의 속살,
신의 손길을 저며낸다.
별을 떨어뜨린다.
아이들이 곁에서 운다.
출처: https://sensibly.tistory.com/40 [비가 쏟아지는 공간]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출처] 좋아하는 시 : 담쟁이 / 도종환|작성자 풍경
밤길/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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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서 읽은 시
밤길/ 강인한
검지 정숙자
2015. 7. 18. 14:21 댓글수0 공감수0
밤길
강인한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동화책을 샀지.
양심을 두 개씩 달고 살아가는 슬픈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이 겨울도 비척이는 밤
밀감이며 바나나 그득한 과일상회랑
신나게 요란한 백화점, 제과점을 지나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동화책 한 권을 샀지.
서둘러서 돌아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구십 원짜리 시내버스를 타고
차창 밖 까맣게 젖어서 흐르는
네모난 밤을 내다보았지
아빠 아빠,
삼십만 원도 안 되는 선생 노릇을
아빠는 뭐하려고 십오 년씩이나 해?
식구들 몰래 눈물을 지우던
딸아, 내 어린 딸아,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운바람 속
아빠가 들고 가는 이 작은 선물이
하루만이라도 곱다란 기쁨이기를.
추운 사람들이 내뿜는 하얀 입김
유리창 밖 웅크린 풍경 위에 가만가만 덮이고
소주에 취해서
길고 긴 겨울은 술병처럼 흔들리지만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아빠는 동화책 한 권을 샀지
밤길
강인한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동화책을 샀지.
양심을 두 개씩 달고 살아가는 슬픈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이 겨울도 비척이는 밤
밀감이며 바나나 그득한 과일상회랑
신나게 요란한 백화점, 제과점을 지나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동화책 한 권을 샀지.
서둘러서 돌아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구십 원짜리 시내버스를 타고
차창 밖 까맣게 젖어서 흐르는
네모난 밤을 내다보았지
아빠 아빠,
삼십만 원도 안 되는 선생 노릇을
아빠는 뭐하려고 십오 년씩이나 해?
식구들 몰래 눈물을 지우던
딸아, 내 어린 딸아,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운바람 속
아빠가 들고 가는 이 작은 선물이
하루만이라도 곱다란 기쁨이기를.
추운 사람들이 내뿜는 하얀 입김
유리창 밖 웅크린 풍경 위에 가만가만 덮이고
소주에 취해서
길고 긴 겨울은 술병처럼 흔들리지만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아빠는 동화책 한 권을 샀지
시들 참 좋네요. 마음속으로 읽었어요.
천상병님 귀천 읽자니.. 인사동 귀천의 금귤차랑 유자차가 마시고 싶어졌어요.
처제분 아직 계속 하고 계시겠죠.^^
가는 길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새벽 두시
백 창 우
담 밑에 쪼그려앉아
참 오랜만에 실컷 울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
언제까지 이렇게 팍팍한 가슴으로
다른 아침을 기다려야할까
하나 남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시계를 본다
나는 얼마나 걸어왔을까
저 앞만 보고 걸어가는 초침처럼, 초침의 길처럼
같은 자리를 맴맴 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희망의 별은 멀리 있고
그곳으로 가는 길에 대해 말하는 이 없는데
나는 날마다 어떤 길 위에 서 있다
내 몸에 흐르는 길을 따라갈 뿐
어느 별에 이를지 나는 모른다
그렇게 걸어왔다
쓰다 만 시처럼, 내 삶은 형편없고
내 마음 어둔 방에 먼지만 내려앉지만
나는 다시 어떤 길 위에 서 있을 것이다
내 몸이 향하는 그 길 위에
행복이란 꽃길
혼자 걷는 길에는 예쁜 그리움이 있고
둘이 걷는 길에는 사랑이 있지만
셋이 걷는 길에는 우정이 있고
우리가 걷는 길에는 나눔이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걷다 보면
어느 길이든 행복하지 않은 길이 없습니다.
그대가는 길은
꽃길입니다.
오늘도 마음 가는 곳곳마다
꽃길이시기를
-린 마틴
사랑
황인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나 아닌 것에 매혹되었을까.
내가 기꺼이 혼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는 누구이며 그를 사랑하는 나는 누구인가?
다시 와서 마저 감상하고 갑니다.
원글님 덕^^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능금 / 김춘수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도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마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이미 가버린 그 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놓질 듯 놓칠 듯 숨 가쁘게
그이 꽃다운 미소를 따라 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