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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키 리 (이미경)은 누구인가? (펌)

ㅏㅏ 조회수 : 6,302
작성일 : 2020-02-11 10:10:03
영화계, 특히 미국에서는 미키 리 라고 불리죠. 어제 수상발표 한 이미경 부회장 이야깁니다.

아시는 분도 있지만, 제가 한때 대기업 영화사업부에 있었어요. 극장운영과 배급을 맡는 팀에 있었는데 1998년입니다.  IMF 직후.당시 영화판이 어땠는가... 그야말로 충무로 노친네들이 세력다툼하는 고리타분의 극치였습니다. 

극장은 목 좋은데, 그러니까 서울같으면 종로 3가, 다른 지역은 보통 명동으로 불리는 그 지역 번화가 또는 역 앞에서 손쉬운 장사를 하면서 길게는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낡은 시설에 투자도 없이 그야말로 현상유지에 급급했죠. 

 

극장이 못들어가는 층고에 극장을 구겨넣어서 앞사람이 스크린 반 가리고, 

무리하게 구겨넣은 좌석 때문에 무릎이 앞좌석에 닿고, 

스크린은 하도 오래 안 닦아서 부옇고 영사기는 맛이 가서 번번히 사고 나고, 

돌비 음향이 뭔지 영사기사가 모르고, 센터스피커가 찢어져서 대사가 잘 안나와도 모르고, 

매점은 보통 극장 사장님 친인척이 운영하면서 봉지팝콘 바가지 가격에 휙 던지고, 

위생 안좋은데는 쥐도 가끔 나오고, 

스크린 옆에는 비상구 불이 계속 켜져서 시선 뺏고, 

영화 끝나면 나오는 길은 두 사람도 못지나갈 좁아터진 계단이고...

 

이건 디피 아재라면 다들 기억하실 이야기지만, 

관객들이 잘 모르는 제작 배급 문제는 더 심각했습니다. 

 

서울극장 곽회장 라인으로 배급을 타면 그나마 상영이 되고, 아니면 아예 극장조차 못 잡고 관객을 만나기조차 힘든 독점구조에 공공연히 뒷돈이 오갔고, 

극장과 영화사는 불투명한 경영 때문에 매번 수입 정산 때문에 싸우기 일쑤였고, 

제작자들은 제대로 된 투자자를 잡지 못하고 충무로 전주들 눈치만 보는 식이었죠. 근데 그 충무로 전주들이 노친네들이라 절대 과감한 시도, 젋은 감독에게 기회를 안 줬습니다. 

그야말로 아사리판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당시 최고의 흥행감독이던 강우석 감독도 서울극장에 회사 사무실을 두고 거의 매일 곽회장에게 가서 문안인사 드리고 굽신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구요. (제가 직접 본 상황)

 

이미경 부회장이 없었다면...

 

아마 2005년 정도에는 멀티플렉스가 누군가에 의해 자리를 잡았겠지만 그 전까진 저런 눈뜨고 볼 수 없는 극장들이 여전히 성업했을 것이고, 누군가가 용감하게 멀티플렉스를 해도 아마 기존 극장주들의 견제에 제대로 살아남기 어려웠을 거구요 (실제  cgv 강변의 성공에 용기를 얻어 충무로 토착자본이 동대문에 열었던 멀티플렉스가 서울극장의 견제로 영화를 제대로 걸지 못했었죠)

 

구태의연한 투자자, 충무로 전주들은 박찬욱이나 봉준호 같은 이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구시대 충무로 출신의 고리타분한 연출자들에게만 자본을 댔을 거고,  

박찬욱 감독은 영화 못지않게 잘하시는 평론으로 근근히 먹고 사셨을 거고 (저는 그분의 책을 영화보다 먼저 접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첫 영화 플란다스의 개 같은 소품들을 근근히 만들며 저같은 인디영화 매니아들에게만 인정받으며 다음 영화 투자자를 찾기 위해 애쓰고 계시겠죠. 

 

이미경 부회장이 CJ엔터를 만들어 대중적인 작품 못지않게 작가들의 작품에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cgv를 만들어 멀티플렉스 시대를 열지 않았다면 한국영화는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다양성을 질식시킨다, 시설이 부족하다 하지만, 당시 극장들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CGV가 우리나라 극장의 전체적인 수준을 몇 배 올려놓았고, 영화관에 오는 이들을 크게 늘려놓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아무리 CJ가 엄한 작품들을 만들거나 오락성에 치중한 대작을 주로 만든다고 해도 박찬욱과 봉준호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비겁한 다른 대기업들, 삼성, 엘지, 현대... 다들 IMF를 맞자마자 문화사업에 투자한다던 방침을 다 바꾸고 정리해버리기 바빴는데, 상대적으로 훨씬 소규모이던 제일제당과 동양이 그 힘든 시기를 버티고 결국 한국영화의 융성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미키 리의 공이 과보다는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438317&push_link=y...

IP : 59.15.xxx.2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ㅏㅏ
    '20.2.11 10:12 AM (59.15.xxx.2)

    여기 82에도 40대 이상으로 과거 단성사나 피카디리 서울극장 이런 데서 영화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실 거에요. 과거 극장들이 얼마나 서비스 엉망이었는지....앞자리에 조금 키 큰 사람 앉으면

    영화보기 어려웠죠. 그리고 극장의 약간 퀴퀴한 냄새(응, 냄새 ?).

    무엇보다 극장과 결탁하고 있는 그 엄청난 암표상 !! 고등학교때 플래툰 보러 가서 2시간 줄서 있는 데

    앞에 암표상이 왔다갔다하는데 정말 열받더라구요.

  • 2. 리메이크
    '20.2.11 10:15 AM (221.144.xxx.221)

    CGV가 의외로 영화 배급의 새 장을 열었군요

  • 3.
    '20.2.11 10:15 AM (211.208.xxx.12)

    단성사 피카디리ㅋㅋㅋ
    추억 도네요
    진짜 운 안좋아 키 큰 사람 앞에 앉으면 스크린 안보였죠ㅠ

  • 4.
    '20.2.11 10:16 AM (211.208.xxx.12)

    도× --> 돋○

  • 5. ㅎㅎㅎ
    '20.2.11 10:21 AM (14.39.xxx.212)

    서울극장 곽 회장...

  • 6. ㅇㅁ
    '20.2.11 10:21 AM (175.223.xxx.178)

    그렇네요. 인정합니다

  • 7. ...
    '20.2.11 10:22 AM (65.189.xxx.173)

    변호인 영화 제작해서 박근혜에 밉보여 회장 자리 내려온거 보면 안된 부분도 있죠. 국제시장은 압력에 의해 만든거고요.

  • 8. 이글~
    '20.2.11 10:31 AM (121.176.xxx.28) - 삭제된댓글

    이미경부회장님이 보시면
    아주좋아하시겠어요 ~^^
    원글님 이미경님인스타 페북 같은데 올리셔요

  • 9.
    '20.2.11 10:32 AM (223.38.xxx.47)

    단성사 ㅋ
    그 좁은 종로통에 붙은 영화관들
    기억이 새록새록

  • 10. 그러게요
    '20.2.11 10:35 AM (1.231.xxx.157)

    변화만이 살길이네요

    긴 시간 살아보니...

  • 11. ....
    '20.2.11 10:41 AM (223.38.xxx.28)

    산업의 흥성에는 시스템의 개혁이 최선이네요.

  • 12. ㅎㅎ
    '20.2.11 10:46 AM (211.104.xxx.198)

    얼마전 차이나는클래스에서 그러더군요
    영화투자계약은 늘 룸살롱에서 이뤄지는게 관행이었는데
    여기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감독들이 박찬욱과 봉준호였다고
    오죽하면 박찬욱 감독은 자기 회사 이름을 NRS(NO ROOM SALON)?
    이렇게 지으려했다고 하네요
    룸살롱에서 술접대받고 계약하는 관행을 이해를 못했다고
    투자한 갑이 저꼴인데 제대로된 영화가 나올수도 없고 그 이후에도 계속 굽신대야하는
    이상한 구조였고 그 명목으로 희생된 여자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리고 투자와 계약의 당사자들도 남자들이었는데
    그 이후로 여자들이 계약의 중요역학을하면서 이런관행이 싹 사라지는데 일조했다고 하던데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이미경 부회장인거 같아요

  • 13. 저도
    '20.2.11 10:55 AM (220.78.xxx.26)

    어제 미키리가 마지막에 한국 관객들 코멘트 하는 것 보고 약간 감동쓰 :D

  • 14. dou..
    '20.2.11 11:01 AM (219.255.xxx.28)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잘 모르고.. 투자&배급사 사장이 오스카 수상소감은 좀 갑툭튀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 미키리 지분 확실히 있군요
    원글님 정보 감사해요

  • 15. 마이크
    '20.2.11 11:06 AM (117.111.xxx.252) - 삭제된댓글

    잡고 한마디 할만 하구만 여기 방구석 여포들은 또 잽싸게 뒷담을..
    소감 내용도 좋았어요

  • 16. 아 좀 그만
    '20.2.11 11:20 AM (14.7.xxx.119)

    cj 홍보팀 풀었나
    이미경이 박근혜때 탄압 받으면서도 제작에 힘쓴건 인정하지만
    cj 투자배급으로 지들 영화 아니면 안되는 독과점도 문제인거..
    그리고 cj는 투자자입니다. 제작자 아니구요.
    링크 첨부할테니 잘 들어보시길..

    https://news.v.daum.net/v/20200210193525414
    기생충 감독 배우 무대에 이미경 소감? 한국영화 단면 보여줘

  • 17. ㅇㅇ
    '20.2.11 11:20 AM (218.237.xxx.203)

    미키리 ... 어르신한테 좀 그렇지만 예전부터 좀 귀여우셨죠
    요즘 우리나라 케이팝이며 영화며 해외에서 알아주는거
    이 분 역할이 8할이라고 생각하고요
    플란다스의개 봉감독님, 무명단편영화의 송배우님을
    오랜시간동안 응원한 팬입장에서
    한국의 관객을 언급해준 것도 왜그런지 울컥하더군요ㅠ
    어제 소감 멋졌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문화발전에 많이 힘써주시길...

  • 18. rE: 아 좀 그만
    '20.2.11 11:26 AM (59.15.xxx.2)

    이미경씨 제작자 맞아요. 영화 타이틀 마지막에 보면

    책임프로듀셔(EXECUTIVE PRODUCER)로 나옵니다. 투자배급사이면서 동시에 제작자인 거에요.

    그리고 링크 봤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제일 기생충 같은 직업이 영화학과 교수들 아닌가요?

    평론으로만 먹고 사는.... 그 와중에 mb때는 줄 타서 영화진흥위원장한 교수들도 몇 명 있었고..

    게다가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도 없어요. 신문사 영화기자하다가 국내에서 학위 딴 사람들도 있구요.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이미경은 투자하면서 시스템을 개편하기라도 했지. 영화학과 교수는

    뭘 했나요?? 맨날 이러쿵 저러쿵 입만 살리고...

    오늘날의 영화판 자체가 쩐의 전쟁인데 거기서 자본을 배제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죠.

    미국영화가 왜 오늘 세계를 지배하겠어요? 엄청난 쩐의 힘이죠

  • 19. CJ
    '20.2.11 11:27 AM (218.101.xxx.31)

    좋아하진 않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미경 부회장이 미국 헐리우드 인맥 후덜덜하고 미국 문화예술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인데다가 이번 기생충 미국 홍보에 120억 썼다니 기생충 흥행과 성공, 오스카 수상에 지분은 있다고 봐요.

    CJ 투자배급 문제를 기생충 수상소감과 연결시키는 건 오바라고 봅니다.

  • 20. ㅎㅇ
    '20.2.11 11:39 AM (218.237.xxx.203)

    cj직원 아니고 거기서 1원 한 장 받은적 없고요
    제작자에 이름 올린 사람이 소감 말한게 뭐가 문제라고 그러는건가요?

  • 21. ...
    '20.2.11 4:44 PM (175.114.xxx.49)

    CJ를 좋아하지 않고..그렇지만 tvn은 좋아하고

    독과점했던거 때문에 cgv에서ㅜ영화보는걸 조금은 캥겨하지만

    이 글읽고는 생각을 좀 여러가지로 해봐야겠다 싶네요

    명동cgv예술관은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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