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석] “니가 ‘넘버 투’냐?”
박근혜정권 권력기관들의 서열
강기석 /경향신문 전 편집국장 | kks54223@hanmail.net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고 누가 센 지는 붙어 봐야 안다. 세상의 모든 인간과 조직 간의 관계가 ‘갑을’로 얽혀져 있는 판국이다. 상대가 여간 센 놈이 아니란 걸 눈치로 알아 채고 스스로 무릎꿇고 기어 들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건 당사자가 됐건, 구경꾼이 됐건, 좀 찜찜하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는 점잖은 속담은 싸움구경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간파한 타이름일 뿐이다.
특히 주먹세계가 그렇다. 중고교 짱도 뒷산에서 결판나고, 동네 건달들도 한판 붙고 나서야 형님과 아우가 정해지는 법이다. 조폭들의 구역다툼도 마찬가지다. 주먹의 강도와 구역의 크기가 정비례한다는 건 불문가지다.
조폭같은 박근혜 정권의 권력행사, 누가 센가
권력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권력은 남을 강제하는 힘이다. 권력자라면, 권력기관이라면 당연히 자기가 가진 그 힘을 불리고 싶어 한다. 그만큼 이익도 커지지만 체면문제도 걸렸다. 과거에도 늘 그랬지만, 통치행태가 조폭세계와 하등 다를 게 없는 박근혜 정권에서 더 그렇다. 보스는 기춘대원군이 버티고 있는 청와대임이 분명하거니와 ‘넘버 투’를 가리는 싸움이 치열하다가 이젠 결정이 내려진 듯 하다.
경찰은 벌써 오래 전에 탈락했다. 경찰 조직의 2인자라는 인물이 국정원 중간간부에게 휘둘림 당하는 걸 넘어 시키는대로 알아서 기는 비굴한 모습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과정에서 보였다. ‘넘버투’나 ‘쓰리’는커녕 행동대장 정도의 재목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국정원에 찍히면 한방에 날라간다”는 한 경찰간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