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평소에는 외국에 있고 간만에 5월에 한국에 와서 어린이날이라고 날씨도 좋고 해서
저 혼자 7살 짜리 조카를 데리고 점심-피자먹고 어린이 공연을 보러가기로 자원했어요 ( 내가 왜 그런 무모한 자원을 했는지...ㅠㅠ)
평소에는 거의 못보고 살던 조카가 고모인 저를 제일 좋아해요 ( 외국에서 맨날 선물많이 보내주니까...ㅡㅡ;;)
그래서 둘만 나가서 놀고 오고 저녁에는 온가족이 외식하기로 한건데
조카는 무척 순하고 말도 잘 듣고 말도 예쁘게 하는 편이라 힘들지 않을 줄 알았어요.
피자집 가서부터 온 사람한테 말걸고 ( 아저씨 음식이 어쩜 이렇게 맛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요리를 잘해요? 아줌마 옷이 너무 예뻐요 어디서 사셨어요? ....)
피자를 굳이 칼로 썰어 포크로 먹어야 겠다길래 일일이 다 썰어주고요.
차타고 공연장 가는 동안 내내 보이는 모~~~든것에 대해 질문하고요.
고모는 왜 선그라쓰를 껴?
저 차는 왜 뒤에 스티커를 붙였어?
등등 10분거리 공연장까지 질문을 200개는 한것 같아요.
여기까지만해도 그나마 웃으며 잘 대답했어요.
공연장 도착해서 -예술의 전당 그 넓은 공간 밖에서 가로로 세로로 다 뛰어다니는 겁니다. 애들이 바글바글 하고 분수에 가까이 가서 바람에 실려 오는 물벼락 다 맞으며 장난하고 옷 적시길래 그거 다 닦아주면, 또 가서 물 맞고 오고 씩 웃고 또 뛰어가고.....무한 반복...ㅠㅠ
그러다 공연장 들어가니
애들을 위한 공연이라 애들이 엄청 많았는데 공연시작하자마자 애들 재미 없다고, 나가고 싶다고 여기저기서 거의 절규와 울음을 터뜨리는데...정말 정신이 없더라구요.
제 조카도 앉았다 일어났다 누웠다 온몸을 이리 저리 꼬고 난리가 났어요.
겨우겨우 달래서 중간 쉬는 시간에 나와서는 이거 저거 보이는 음식은 다 먹고 싶다고 ( 사달라고는 안 해요. 그저 먹고 싶다고 할 뿐....) 은근히 떠봅니다.
어린이날 특수라 평소에 없던 코너가 막 생겨 있고 음식들이 얼마나 비싸던지
공연 2부는 결국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길래 밖에서 앉아있는데 사람 많은 데서 이리저리 얼마나 뛰어다니는지 애 잃어버릴까봐 같이 뛰어다니느라 정말 힘들더라구요. ( 자기가 챙겨서 가져와야 했던 온갖쓸데없는 짐들은 제가 다 들고 다니고..ㅠㅠ)
차에서는 또 멀미하고 ( 차에서 토할까봐 맘이 조마조마...ㅠㅠ)
5시간 꼴랑 밖에서 조카랑 둘이서만 보낸시간이 얼마나 길던지..계속 시계만 보고 또 보고 그랬네요.
집에 와서 다른 식구들에게 인수인계 하고 제 방에 와서 여태까지 잤습니다.
저는 평소에 약간 불면증이 있는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피곤하면 이렇게 잘 수도 있는거군요.
덕분에 피부는 좋아졌네요.ㅎㅎㅎ
세상의 모든 엄마들 너무 존경해요.
전 아이를 갖지 말아야 할까 생각이 드는 정말 힘든 5시간이었어요.
말도 잘 듣고 떼부리거나 하는 조카도 아닌데도 그 수준에 맞춰서 대화하고 애 안전에 신경쓰고 다른사람 피해안보게 주의주고 먹을거 챙기고 하는게 ....상상초월 힘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