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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미성년자 관람불가

| 조회수 : 2,256 | 추천수 : 183
작성일 : 2010-03-18 08:46:39
9.11 사태로 한창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에 미국에서 어린 자녀들을 가진 모든 부모들에게 내려진 주의사항이 있었다. 가급적이면 어린 아이들과 함께 뉴스를 시청하지 말고 테러에 관해 얘기할 때에는 간결하게 말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가해지는 불필요한 충격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도 교사들은 일체 테러에 관해서 불필요한 토의를 하지 못하게 했고 아이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인도하려고 애를 쓰는 노력이 역력했다. TV에서도 보도가 끝날 때마다 자막을 통해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적 충격을 받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화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긴급전화번호가 지정되어있음을 계속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가족이 모여 TV 앞에서 식사하는 것이 익숙한 우리 문화에서는 참으로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문화적 차이였다. 하지만 몇 번에 걸쳐 거듭 각 가정으로 전달된 학교의 가정통신문에 의하면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아동기의 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가증시켜 주는 일이야 말로 기성세대의 어른들이 피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어차피 세상에 나가면 다 알게 될 부조리와 모순들이지만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리부터 세상을 불신하고 불안감에 사로 잡히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9.11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TV등의 대중매체들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매우 민감한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반드시 테러 시기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아이들에게 범죄 소식들로만 가득 찬 뉴스를 보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관한 찬반이 엇갈렸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알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어차피 성인이 되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될 세상에 대해 미리부터 불안감을 조성하여 한참 신뢰를 배우고 꿈을 키워가야 하는 아이들의 정서에 상처를 가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다수이다. 또한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각종 범죄의 소식을 듣고 그대로 모방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잔혹한 범죄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 수 시간 이내에 바로 꼭같은 유형의 범죄가 도처에서 재발생한다고 한다. 각종 컴퓨터게임에 젖어있는 현대의 아이들이 점점 폭력과 범죄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만 2세 미만은 '부모와 함께'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보는 경우가 아니면 TV나 비디오의 시청을 피해야 하고 그 이후의 연령에도 하루에 두 시간을 초과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두 시간에는 각종 컴퓨터 게임 시간도 포함된다. 부모가 이와 같이 시간을 조절해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점은 동서양에 별 차이가 없다.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에는 동네에 TV 가 제대로 있는 집도 드물었고 주요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에는 TV 가 있는 집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보곤 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기본 TV 에 케이블 방송에 컴퓨터 게임, 휴대폰, MP3까지 그야 말로  대중매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수년 전 화제가 되었던 미국 여가수 재닛 잭슨의 경우만 해도 사고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미국 국민이(그 중 대다수는 아동들과 십대들이다) 보고 있는 슈퍼 볼 경기 중에 한창 민감한 아이들의 불필요한 호기심을 자극한 전형적인 사건이었다. 바쁜 일과 속에서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가족 구성원들이 모처럼 모여서 스포츠 이벤트를 관람하고 있는 그 시간에 아무리 노출이 보편적이라 일컬어지는 미국에서도 오래도록 비판이 일었다.

한국에서 지낼 때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큰 아이의 얘기에 의하면 자기 반 아이들의 대부분이 평일에도 밤 10시, 11시가 넘도록 부모와 함께 인기 연속극을 보고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우리 아이 반 아이들에 국한된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 10시가 넘어서 방영되는 방송의 대부분이 형식적이나마 15세 이하의 어린이는 보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의 주의 사항이 자막으로 나온다. 일일히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스토리와 장면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보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드라마들을 아이들이 늦도록 잠을 설치면서 본다면 아이들에게 미칠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TV 가 아니면 가족이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 TV 를 끄고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고 혼자서 하루종일 매달리는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도 엄마 아빠까지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이 있어야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친구외에는 딱히 말할 사람도 없고 컴퓨터 게임이라도 하지 않으면 무료함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엄마 아빠는 자기들의 스케줄에 바빠 아이의 얘기 한번 제대로 들어 줄 시간이 없다면 각종 문제아를 배출하는 문제가정의 범주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는 TV 를 보는 시간과 아이들의 창의성 개발이 반비례한다고 생각한다. TV 를 적게 보는 아이들일수록 기발한 생각과 아이디어로 가득 찬 경우는 매우 흔한 예이다. 무료하고 지루해서라도 무언가 할 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4년 전에 미국으로 돌아와 가장 인상깊에 느낀 것은 우리 동네의 많은 미국 가정들이 TV 없애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굳이 TV 시청을 막지 않아도 TV 가 아예 없는 친구들의 집에 한번씩 다녀오면 저절로 TV 에 매달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언젠가 학부모 모임에 갔더니 그 가정의 문화 수준과 TV 사이즈가 반비례한다고 해서 다들 웃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일면 맞는 얘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초등학교부터도 학교 교과 과정의 하나로 컴퓨터가 들어가있고 TV나 인터넷을 통해 그날 그날의 뉴스를 요약 정리해오는 것도 과제에 포함되는 아이들이니 대중매체와의 접촉을 아주 막을 수는 없는 세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점점 늘어만 가는 게임 중독과 인터넷 중독, 그리고 그로 인한 폐해들을 생각하면 무한정으로 아이들을 컴퓨터 앞에 앉혀놓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 세대의 특징은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고 인내심이 적고 다른 사람들과의 일대일 관계를 맺고 친밀감을 키워가는 일에 아주 미숙한 것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혼자서 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서 컴퓨터와 마주하는 시간을 더 즐긴다는 요즘 아이들을 기르는 엄마들의 두통이 한동안은 사라지기가 어려울 것같아 안타깝다.

우리 집 아이들의 경우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주중에는 TV 시청을 할 수 없게 규칙을 만들었다. 숙제때문에 컴퓨터를 아주 안 쓸 수는 없지만 그것도 시간을 정해서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은 금했고, 컴퓨터들을 모두 거실로 내놓아서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사용하게 해놓았다. 어려서는 불평도 많았는데 그나마도 이제는 훈련이 되었는지 혹은 포기가 되었는지 불평도 거의 없이 줄어들고 자발적으로 조절해서 쓰는 모습이 감사할 따름이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넷이나 되고 컴퓨터는 세대 밖에 없으니 순번을 정해서 쓰게 했다. 생각같아서는 아이 수대로 컴퓨터를 마련해줄까도 했지만 티격태격하면서도 종이에 순서를 정해서 컴퓨터를 쓰기도 하고,그러다가도 또 다투는 듯 해서 걱정을 하면 어느 새  고등학교 2학년 큰 아이부터 4학년 막내까지 깔깔거리면서 컴퓨터 한 대 앞에 모여서 놀고 있는 게 우습기도 하고 이뻐보여 한 대를 더 들여놓을 생각을 늦추고 있다.

잘 쓰면 무궁무진하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까딱 잘못 쓰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은 컴퓨터를 포함해서 모든 문명의 기기들이 다 그런 게 아닐까. 아무리 보안장치를 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해도 자꾸만 철통같은 보호장치들을 뚫고 우리 아이들의 속살로 파고드는 도처의 위험들에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는 동안은 세상의 부조리를 덜 보여주고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막아주고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각종 문명의 폐해들은 곁에서 최선을 다해 걸러내주다 보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ugar
    '10.3.19 6:55 AM

    저희도 티브이 시청권을 사지 않은지가 지금 5년이 돼어서 한번씩 이제는 다시 티브이를 들일까하다가다 공돈 나가는 것 같아서 아깝기도 하고 아이도 티브이가 없으니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보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하는 것을 보면 잘했구나 싶어 꾸욱 참게 돼요.
    영화는 PG 나 U 등급을 보여주는데 그런 영화들도 때로는 지나치게 폭력적이기도 하고 언어도 순화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곳곳에 배어 있는 성적인 요소들을 보면 대화를 방해하는 이런것들이야말로 정말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현대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두 주만 있으면 7살로 들어서는 아이는 요즈음 사고나 대화의 폭이 많이 확장되고 깊어져 새로운 즐거움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요즘입니다.
    많이 바쁘시죠?
    그렇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글을 올려 주시길 바란다면 저의 욕심일까요?

  • 2. 동경미
    '10.3.19 8:08 AM

    sugar님,
    아이들 TV자제시키는 것 정말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려운 일이지요.
    저는 한국에서 있을 때 정말 많이 힘들었답니다.
    아무리 집에서 자제를 시키려고 해도 다른 아이들은 많이들 보니까 그걸 비교하면서 힘들어하더라구요.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못알아듣는다고요^^
    그러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니 여기는 TV 많이 보는 걸 부끄러워하는 분위기라서 다행스럽게 있어요.
    저희 집 막내 반 친구들끼리도 서로 얘기 하는 걸 들어보면 누구 누구가 TV 의 뭐를 잘 안다는 것보다는 집에서 어떤 보드 게임을 엄마 아빠랑 하는지가 더 부러운 얘기거든요.
    그런데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TV 좋아하는 부모 밑에 TV 좋아하는 아이있답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TV 를 끊고 (혹은 덜 보고) 살려고 저도 무진 애를 쓰고 있어요.
    아무래도 저녁 시간에 TV 끊으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대화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요.
    님의 말씀대로 요즘 영화들도 아이들용이라고 해도 아주 많이 폭력적이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내용을 잘 보고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슬며시 전해주는 메세지가 위험한 경우들도 많거든요.

    요새...많이 바쁜 중이에요.
    학교는 5월부터 시작인데 회사 일이 아주 많아졌거든요. (좋은 이유로요^^)
    일에 치여서 정신 못차리다가도 바깥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음에 봄바람이 부네요.
    영국도 날씨가 좋아졌나요.
    4월 말까지 회사가 많이 바쁘고, 5월부터는 학교가 시작이니 햫후 학교 졸업까지는 제 인생이 학교에 저당잡힌 거네요.
    일주일에 한 번...한번 지켜볼께요.
    이렇게 기다려주시니 영광이네요^^

  • 3. sinavro
    '10.3.19 5:12 PM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특수한 프로그램만 시청을 했습니다. 역사스페셜이라든지 아이들에게 유익할 것 같은 다큐프로그램 등이 이었지요. 그 이외에는 못 보게 했지요. 엄마아빠가 안 보니까 볼 이유가 없으니 안 보더군요.

    큰 아이는 대학에 다니느라 같이 있지 않고 작은 아이와 이집트에 있는데 주인집에서 준 티비는 아예 방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서 안 본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네요. 그 대신에 책 읽고 아이와 사회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지냅니다. 큰 아이의 경우 한국 정치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제발 kbs world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는데 제가 그냥 묵살했죠. 뭐 별거 없다, 우리 나라 언론이 그렇게 수준이 높지 않아서 말이다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신문 여러개 인터넷에서 보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신문사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더군요.

    동경미님 말씀처럼 책 읽고 자녀와 이야기하고 지내기만도 많이 바쁩니다. 제발 집에서 tv를 보는 습관을 조금 씩 변경해 하기를 바랩니다.

  • 4. 링고
    '10.3.24 2:41 AM

    언제나처럼 좋은 말씀 새겨들었습니다. 동경미님의 글은 항상 자녀교육의 좋은 지침서가 되는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

  • 5. 동경미
    '10.3.24 5:06 AM

    sinavro님,
    이집트에 계시는군요.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웬지 TV 따위는 안보아도 그냥 그곳에 사시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자원을 충분히 만끽하고 계실 것같아요^^
    한국뿐 아니라 어느 곳이든지 언론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요.
    편파적 방송이 아무래도 있게 마련이고요.
    아이 스스로가 분별력이 생기기 전에는 더더욱 무조건적으로 대중매체에 노출시키는 것을 가급적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뉴스조차도 부모가 함께 보면서 설명을 곁들지 않으면 보지 않는 게 좋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부모를 많이 따라가고 닮아간다고 생각해요. 먼저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요.
    sinavro님의 둘째 아드님처럼 주장이 잘 학립되는 아이들로 자라주면 좋겠어요^^
    링고님,
    감사합니다.
    아이들 키우다보면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배우는 것도 생기고 조금씩 변화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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