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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결혼하고 싶어요

| 조회수 : 1,847 | 추천수 : 190
작성일 : 2009-09-15 23:47:01
네 다섯 살 무렵이면 마치 약속들이라도 했듯이 반복되는 억지가 있다.
"난 아빠와 결혼할래요. 아빠, 나랑 결혼하자, 응?"
큰 아이부터 현재는 세째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시기에 조르기 시작하고 초등학교 1학년 쯤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소리가 사라져버린다. 최고의 인기남이 되어 한껏 사랑을 받다가 시한부 사랑(?)의 희생자가 되기를 반복해 온남편은 그래도 아직 네째가 남아 있지 않냐며 익살을 떨지만 서운함을 아주 숨길 수는 없나 보다.
"은선이 이제 아빠랑 결혼 안할거야?"
오늘도 애석한 얼굴로 남편은 2학년이 되어가는 둘째의 마음을 떠본다.
"응, 아빠는 엄마랑 벌써 결혼했잖아."
"그래도 은선이랑 꼭 하고 싶은데."
"아니야, 아빠는 너무 나이가 많아서 다른 친구랑 할거야."
어쩌면 그렇게도 제 언니의 대답과 꼭 같은지. 아빠의 나이가 가장 큰 이유라는 말에 남편은 또 한번 충격(?)을 받는가 보다. 그 애석한 얼굴을 볼 때마다그래도 딸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위로를 해준다.

누구나 배우자를 고를 때에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부모와의 관계가 좋고 나쁘고에 관계없이 어떤 면으로든지 부모와 비슷한 점이 하나라도 있는 이성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결혼상담가 하빌 헨드릭스는 우리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자기도 모르게 부모의 단점(가장 닮고 싶지 않았던 점들)을 그대로 지닌 사람을 고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알콜중독의 부모를 가진 여자라면 술 한방울 입에 대지 않는 남자만 찾으려고 애를 쓸 것이 분명한데도 많은 경우 이들이 알콜중독의 배우자를 만나게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모든 것을 휘어잡아야 하는 기가 센 어머니를 가진 남자는 대체로 그런 기질의 아내를 얻게 되어 고부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가정폭력을 목격하며 자랐던 여자는 몸서리치며 피하려 해도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는 남자에게 친근함을 느낀다.

하빌 헨드릭스는 불가항력인 것만 같은 이러한 만남에 작은 희망을 준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갈등요소가 되었던 성향을 지니고 있는 배우자와의 결혼은 성장과정에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바로 그 갈등관계를 성인이 되어 해결하려는 무의식적인 욕구의 표출이라고 한다. 어려서는 부모의 권위에 눌려 감히 이슈로 내놓을 수 없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자신에게 끝없이 상처를 주었던 문제들을 어른이 되어 부모와 비슷한 배우자를 선택함으로써 새로이 해결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 경우 남편의 단점과 부모님의 단점들을 열거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사춘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느꼈던 좌절과 실망을 남편에게서 찾을 때면 나는 어쩌면 영영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려나 보다, 라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모험을 싫어하고 지극히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하던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결혼했는데 부모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함이 없는 남편으로 인해 10 년 결혼생활의 절반은 후회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헨드릭스의 이론은 많은 도전을 주었고 지금에 와서는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날마다 깨닫고 있다. 모험을 좋아하고 추진력으로 가득 차서 무슨 일이든지 저지르고 난 뒤에 생각하는 나였지만 내 주변에서 묵묵히 선을 그어주며 울타리가 되어주는 남편의 모습에서 엄마 아버지의 익숙한 그 모습을 보았을 거고, 결국은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선택한 것이다. 부모님이 아닌 남편이 보여준 새로운 테두리의 안정을 통해 이제는 부모님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아이들을 스펀지에 비유한다. 무의식 중에도 주변의 환경을 남김없이 흡수한다는 의미이다. 남편과 내가 날마다 무심히 보여주는 삶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잠재의식 속에 자신들의 배우자를 조금씩 새겨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깨가 무거워지지만, 엄마 아빠와 미처 다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미래의 사위들이 바톤을 이어 받아 내 아이들을 도와 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출처] 꽃밭에서 (9) 아빠와 결혼하고 싶어요|http://blog.naver.com/kmchoi84/9001942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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