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조사를 필요 이상으로 오래 합니다...작년에는 8천 원짜리 슬리퍼 하나 사는데 3주 고민...
그러고도 함께 쇼핑 갔던 친구한테 맞아 죽을 뻔 했습니다. 질질 끈다고.
그래도 한번 사면 죽어라 아낍니다. 하지만 쓰다 보면 헤어질 때도 있고 그렇죠.
어쩌다 보니 프라이팬 2개와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재작년에 독립해서 저도 자취 살림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 홈쇼핑에서 많이 팔던 마블코팅 웍과, 백화점 행사매대에서 산 정체 모를 프라이팬입니다.
마블아, 네가 해롭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1년 하고도 8개월 동안 정말 애썼어. 거의 모든 요리를 너와 함께 했네.
바닥의 흠집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뭘 넣어도 이제 다 눌어붙는 걸 보면 체력이 다한 거지?

그리고 빨간꼬맹이. 엄마가 널 보고 홀딱 반한 내게 “쪼꼬만 거 어디다 쓰냐”며 절대 사지 말라고 하셨지.
그래도 난 네가 좋았다. 엄마가 화장실 가신 사이에 헉헉~달려가서 품에 안았잖아.
판매원은 이탈리아에서 물 건너 왔다는 둥 놀라운 가격이라는 둥 했지만, 솔직히 생긴 게 좋았다.......................
만 원짜리 한 장인가를 던져주고 가져온 후 내 모든 달걀 프라이팬과 깨작깨작 볶음을 너와 함께 했지.
코팅은 심각하게 다 벗겨지고, 소다와 메탈클리너로 아무리 닦아도 깨끗해지지 않던 너.
그 코팅을 다 먹고 난 후인 지금, 헤어져야겠지? 좀 더 아껴 써주지 못해 미안하다.

코팅팬 아닌 스텐팬을 최대한 작은 걸로 사려니 의외로 찾기 힘들었어요.
검색 열심히 해서 20cm로 샀습니다.

떡볶이를 무척 자주 해먹습니다. 떡볶이엔 뭐가 좋을지 살림물음표에 질문을 올렸더니 yuni님께서 친절히 답변해주셨어요.
사실 슬림이님이 올리신 사각팬도 갖고팠는데 매진이라 구할 수가 없더라구요.
yuni님, 저 말씀대로 전골팬으로 샀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새 식구끼리 한 컷 찍었습니다.내일 깨끗이 닦아서 시작해야겠습니다.
아참, 마블팬은 행주 두어개씩 삶는 용도로 쓸까 봐요. 호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