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경에 병원에서 방광암 진단받고 수술은 절대 안하시겠다고 했어요.
그렇지않아도 84세로 연로하신데다 몸이 너무 쇠약해지셔서 수술은 아예 불가능한 상태이구요.
거동이 힘들어진 아빠를 7월 중순에 대학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드렸어요.
아무 증세없이 건강하다 생각했던 아빠가 화장실 가다 쓰러지셔서 이마를 꿰매고 누워지내신지 이제 두달도 안지났는데 어제 요양병원 가서보니 눈도 못뜨시고 말 한마디 할 수가 없는 상태로 계셨어요.
3주전까지는 언니와 함께 가면 반가운 눈빛으로 맞아주시고 셋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눴었어요.
그때도 이미 아빠의 눈에는 너무 많은 환각이 보이고 있어서 저쪽에 아이들이 놀고 있다, 물개가 있다, 호랑이가 있다 세계 지도가 보인다 침대 밑에 물고기가 헤엄친다 하시는거예요.
아빠, 그건 우리 눈에는 안보여요 했더니 믿지 못하시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주려고 하셨어요.
지난주에는 아빠가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언니와 내가 알아들을수 있는건 10분의 1 도 채 안될 정도로 목소리가 거의 안들렸어요. 언니와 병원을 나오면서 아빠는 이제 요단강에서 표류하고 계신것 같다. 점점 우리한테서 멀어지고 계신다고 얘기했었죠.
어제 병원에 가보니 며칠새 더 악화돼서 아빤 눈도 뜰수없고 말 한마디 하실 수가 없는 상태예요.
아빠 어디 아픈데 있어요? 통증 있어요? 물어보니 아주 살짝 고개를 저으시고
우리 누군지 알아요? 물어보니 아주 살짝 끄덕이시네요.
혈압, 호흡수, 산소포화도까지 바이탈사인은 모두 정상인데 아빠는 이제 강 저편으로 거의 건너가신것 같아요.
병원에서 떠날실 것 같은 징조를 보이면 연락하겠다는 간호사의 당부를 듣고 나왔어요.
언니와 거의 미이라처럼 변해버린 아빠 손을 잡고 사랑해요 라고 얘길 하고 나오는데 눈물이 쏟아져서 한참을 화장실에서 서성이다 나왔어요.
우리가 한줄기 위안을 삼고있는건 아빠가 그 지경이 되도록 통증은 못느끼신다는거예요.
부디 아빠가 편안히 하늘나라 가시기만을 기도합니다.
조부모님 돌아가실땐 하나도 슬프지 않았었어요. 일년에 한두번 뵙는 분들이고 우리집은 딸밖에 없다고 경시하던 분들이라.. 아빠를 보내드리는건 이렇게 마음에 사무치게 힘들고 슬픈 일이란걸 나이 50이 넘어 겪어보게 되어서야 알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