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잠시 멈추는듯 하길래 냥이들 밥주러 가야지 하고 챙기는데 그새 또 막 퍼붓더라구요 ㅠㅠ
일기예보 보니 며칠 비오나본데 냥이들 배고프겠다 싶어 어쩌나 속상하죠.
그냥 내놓으면 사료가 불어서 나중에 가보면 개미들 들끓고...
내가 그 동네 주민이라도 불쾌해서 냥이들 자체를 미워할 사람도 있겠다 싶었구요.
빗소리 들으며 이렇게 대책없이 손놓고 있을수가 있나 허한 가운데 또 비가 멈췄어요.
앗...다시 오기전에 어서 가자 하고 나서는데요.
갑자기 눈에 빈박스가 들어오네요?
저게 딱 좋은데 그냥 두면 젖겠지? 두리번
오~마트 배송 시키면 큰 비닐에 싸서 오거든요.
그걸로 종이박스를 테이프로 비닐을 쌌어요. 일단 방수개념은 되겠어서 ㅎㅎ
그리고 누가 치울까 부탁하는 글도 급히 써붙이고...
아, 나무젓가락으로 뚜껑(차양?)을 살짝 아래로 향하게 고정을 시켰어요.
비가 안쪽으로 흐르면 젖으니까 밖으로 흘러내리라구요.
불과 십여분 안쪽...맘이 급하니 손도 빨라지네요.
제가 만나는 냥이들은 공원쪽인데 제가 산을 하나 넘는 코스예요.
급한 맘에 골목으로 지름길 찾아 들어섰는데 어머 딱 마주친 냥이 둘이서 두리번...
피할 생각도 없이 비 그치고 먹을거 찾는듯 싶었어요.
사료 봉지를 흔들며 나비야 맘마 줄까~하니까 완전 눈이 왕방울이 되서는 초집중 모드 ㅎ
그래 오늘 니들 정말 행운이다.
그러면서 사료 담아 놓자마자 얼굴을 박고 먹어요.
한녀석 다 먹으니 뒷녀석이 다가가는 식...
이뻐라...많이 먹어라...난 그만 어서어서 목적지로 고고~
헉헉~~~숨이 턱에 닿는 정도가 아니라 곧 쓰러질거 같아서 산으로 오르던 계단서 서다 가다를 반복
비가 와서 인적도 거의 없는 공원인데 대학생쯤 된 연인 둘이서 서있는 날 앞서가며 서로 계단 안쉬고
잘 오른다고 자기들끼리 칭찬모드 ㅎ
야들아, 니들도 나처럼 안쉬고 산입구부터 논스톱으로 계단 올라와봐라 별 수 있나
겨우 50계단쯤 오른 연인들은 벤취서 관람모드로 절 맞이(?)하는데 잰걸음으로 얼른 지나쳐 이제부턴 또 내리막길
미끄러지지 않으려 박스 한손에 들고 우산 반대손 들고 가방은 어깨 메고 흐르는 땀에 더위에 연신 헉헉
겨우 도착할 무렵...어슬렁 누렁이가 지붕으로 오르다 저렁 눈이 똬~~~
나비야 밥먹어 하니까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네요 ㅎㅎ
이쪽 냥이들 중에 나이가 제일 많게 집작되는 아인데요.
표정에 포스 작렬이죠? 골목대장쯤 되는 것 같아요.
손에 든 사료통 불나겠슈 급히 내려와 제 뒤를 쪼르르
박스 두고 물 따르고 사료 넣고 하다보니 어머나 못보던 고등어 아가가 새로 와있네요.
아직 청소년기 같은데 어쩜 그리 뽀얀지 ㅎ
얘네들이 은근 까다로워서 한그릇에 같이 밥을 안먹더라고요.
그래서 봉지에 덜어서 딴 상 차려 주니 누렁이가 오드득...
고등어냥도 박스서 오드득 이쁘다 하고 보다가 주변에 사료 뒀던 통들이랑 쓰레기 주워서 왔네요.
실은 거기가 공원에서 좀 떨어진 꽃밭? 같은덴데 동네주민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계시더라구요.
헉...혹시 박스 못놓게 할까 살짝 눈치봤는데 여기 두려고 가져오는 거녜요...
아네 고양이들 밥 주려고요 그러니 아저씨왈 고양이들이 팔자가 제일 좋대요 ㅎ...
먹이 안주면 얘네는 죽어요 ㅠㅠ 그러니 훠이훠이 가더라고요.
근데 다 주고 나오는데 다시 돌아오는 아저씨 쓰레기 주워가는 것도 보셨으니 나쁘게만 안보면 좋겠다 싶은데
아저씨도 애들 밥 먹는거 보면서 밥 잘먹네 하더군요. 이뻐해 주시길..
호의적이지 않은 동네라면 일단 토마토 포장 투명 박스 뚜껑 달린 것도 활용해 보세요.
어느 분이 전에 올려 주셔서 따라해봤는데 저는 뚜껑에 젓가락 반으로 접어 테이프로 고정해서 자동으로
뚜껑이 닫히니 바람 불어도 열려서 비 들어가진 않을 거예요.
저 위에 고등어냥이 둘이 밥먹는 사진 자세히 보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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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inging in the rain~with my poor shoes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