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에서 헤나염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유심히 보았습니다.
힘없고 가느다란 반곱슬 머리라서 왠지 헤나랑 잘 맞을것 같더라고요.
헤나가 머리칼을 굵고 힘있게 해준다는게 끌리더라고요.
저는 머리칼에 너무 힘이 없어서 좀 뻣뻣해져도 좋거든요.
그래서 천연헤나와 천연인디고가 섞인 파우더를 쿠*에서 구입했어요.
평소 머리 관리 혼자서 절대 못하는 곰손이에요
드라이로 모양내는 것도 못해요 그냥 남자처럼 머리 말리기만 해요 ㅋ
그런 주제에 무슨 용기를 냈는지 ㅋ 그것도 꼭 명절 직전에 택배 엄청 몰릴때 주문하는 센스 ㅋ
어쨌든 가루가 도착했으니 해봤어요 ^^;;
유통기한 넘긴 요플레 두팩 섞어서 걸쭉하게 만들어서 처덕처덕 발랐어요.
계란노른자는 비린 냄새날까봐 안섞었는데 천연헤나의 허브향이 강해서 계란 섞어도 괜찮았을것 같아요.
꼭 봉숭아 냄새랑 거의 같더라고요. 어릴때 손톱에 물들이던 봉숭아의 추억이 확 밀려와서 좋았어요.
바르다 너무 힘들어서 중딩 딸내미더러 좀 도와달라고 애걸복걸 ㅋ
딸 말로는 머리 뿌리 부분에 하나도 제대로 안 묻었다고 하더군요 ㅋ 엄마같은 사람이 무슨 셀프염색을 하냐고 ㅋㅋㅋ
빗질같은건 엄두도 못내고 처덕처덕 바르기만 했는데도 목아프도 등아프고, 셀프염색이 힘들긴 하더군요 ㅠ.ㅠ
어쨌거나 듬뿍 바르고 랩으로 감싸주고 핫팩 군데군데 붙여주고 헤어캡 쓰고 3시간 30분 기다렸어요.
헹구는게 바르는거만큼 힘들더군요 ㅠ.ㅠ
모래 많은 섬초 시금치 다듬는것처럼 헹궈도 헹궈도 헤나 가루가 끝도 없이 나와요 ㅠ.ㅠ
바가지에 물 받아서 열번쯤 헹궜나봐요. 더 헹궈도 가루 계속 나올것 같은데 허리아파서 포기했어요 ㅠ.ㅠ
머릿결에 힘이 있는 분들은 헹굴때 머리칼에 손도 안들어갈만큼 뻑뻑하다고 하던데
저는 헤나 반죽을 꽤 되직하게 했는데도 뻑뻑한 느낌은 없었어요. 오히려 트리트먼트 한것처럼 차르르한 느낌이 좋더군요.
과정이 무척 번거롭고 힘들긴 했는데 머릿결이 차르르하게 좋아진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
흰머리 염색이 잘 안된게 함정 ㅋ
첫 염색은 아예 캡 쓰고 하룻밤 푹 자야하나봐요. 캡쓰니까 머리아파서 네시간 버티다 헹궜는데 ㅠ.ㅠ
검은머리칼엔 불그레한 빛이 도는데 흰머리칼은 오렌지색이 흐릿하게 될랑말랑한 정도네요.
그래도 저는 헤나 염색에 아주 만족했어요. 염색이 아니라 트리트먼트 했다 생각할래요.
봉숭아향 비슷한 허브향이 감돌고 머릿결이 아주 부드러워요. ^^
여러번 할수록 흰머리 염색도 더 잘된다고 하니까 앞으로도 쭉 하려고요.
저처럼 힘없고 가는 머릿결 가지신 분들은 헤나 염색 해보세요 저한테는 잘 맞는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