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제 낮에 일정이 있어 평소보다 좀 늦게 집을 나섰더랬어요.
오늘은 인파가 좀 덜할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광화문역에 도착했는데 왠걸 아직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철없는 40대 아줌의 실망과 민주주의 시민의 뿌듯함이 교차함을 느끼며 ㅋㅋ 역사를 나서 광장으로 나아가는데
304개의 구명조끼. 그 위에 얹혀있는 촛불... 갑자기 울음이 터져서 멈추지가 않았어요.
우리는 살아서 이렇게 좋은 날을 보고 있는데, 우리 모두 함께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이들아 희생자 여러분 얼마나 아프셨어요...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82쿡 천막으로 향했습니다. 그때까지 질질 울면서요;;;
그냥 유지니맘님께 감히 위로의 말이라기보단 응원의 말씀 한 마디 드리러 간 거였는데
그런 사람이 가서 질질 울면서 "유지니맘님 제가 너무 속이 상해서 들렀어요" 운을 띄우고 보니까
그 상황이 너무 이상한 거에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알바 몇 마리 때문에 속이 상해도 그렇지
정작 당사자는 너무 담담한데 제삼자가 질질 우는, 손발 오그라드는, 눈뜨고 못. 볼. 꼴. ㅠㅠ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유지니맘님 제가 우는 이유는 사실 이게 속상해서 그런 게 아니고 아까 광화문에서 나오는데 구명조끼가..."
설명하다보니 더 이상해져서 결국 유지니맘님이 저를 위로해주는 이상한 상황이....
유지니맘님 죄송해요;;;;;;;
암튼 자봉단 여러분이 수고하시는 모습도 보고
이렇게 행진이 시작되기 전까지 여러 가지 준비하시고 간식도 드시고...
잠시 이은미님의 공연도 감상하구요.
애국가 부르는데 또 이 주책없는 아줌 울컥해서 눈물 흘림. 저도 제가 이렇게 애국시민인 줄 몰랐심 ㅎㅎㅎㅎ
전 82쿡 깃발 이 문구가 너무 좋아요. 이 분들만 생각하면 항상 코끝이 찡해집니다.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자봉님들이 일사불란하게 일을 시작하셔서 방해가 될까봐 얼른 자리를 떠났습니다.
길에서 이런 재밌는 아저씨도 만났구요, 십원짜리가 없어서 기부를 못했어요.
실제로 어떤 커플이 더 많은 액수의 돈을 드리려고 하자 (아마도 100원짜리???)
"아닙니다! 이렇게 많은 돈은 필요없습니다!" 하며 손사래 ㅋㅋㅋㅋㅋㅋ
우리 국민들은 정말 1등이에요. 정부가 썩어서 그렇지 ....
행진하면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 보라고 계속 깃발의 저 면을 뒤로하고 들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더 힘내야죠.
어제 천막에서 받아온 무지개떡이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듯 지금은 투쟁의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르니까요.
자봉님들 그리고 유지니맘님 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멋지세요들!!! 언니님들 동생님들 걸 크러쉬!!!! ^^
ps 사진들이 저퀄이라 죄송해요. 그리고 조심하며 찍는다고 하긴 했는데 원치않게 얼굴이 노출되신 분은 저한테 살짝 말씀해주시면 사진 내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