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재테크도 잘 모르고, 숫자만 보면 머리가 어지럽고, 가계부는 평생 써본적이 없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ㅠ.ㅠ)
그렇게 계속해서 경제에 관심없이 살았는데요.
더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바로 아들 녀석 때문에!!
아들은 이제 7살이 되었는데요. 새 것만 보면 사달라고 떼를 써요.
제가 사주지 않으면 할아버지에게 협박하기도 하고,
어쩌다 용돈이라도 받게 되면 어찌나 헤프게 써대는지 ㅠ.ㅠ
주변의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고민을 저만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비상금으로 얼마씩 주어야 하는데,
그냥 주어도 됮리, 준다면 얼마를 주어야 할지, 어떻게 쓰게 할지,
도무지 무엇하나 알 수가 없다구요.
TV에서 보면 세계적인 위인들은 어려서부터 철저한 경제교육을 받았다고 하던데,
제가 재테크도 잘 모르고, 가계부도 안 쓴다고, 아이에게도 너무 안 가르쳐준 것은 아닐까요?
혹은 아이가 경제관념 있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요? ㅠ.ㅠ
그럴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최고의 경제교육 국가, 독일에서 배우는 돈 교육법이라고 하는데요.도대체 독일의 경제교육법이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까? 용돈기입장쓰는 법이나 돈 모으는 방법은 여기저기 많이 나와 있잖아.
나도 잘 모르는 경제교육을 아이에게 시킬 수 있을까?
그런 의문으로 가득차서 이 책을 보기 시작했지만, 이런 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어요.
독일의 돈 교육은 단순히 돈을 많이 모으는 방법만 알려주는 게 아니더군요.
어려서부터 결핍을 통해 '인내하고 절제할 줄 아는 아이, 성인이 되어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바로 독일식 돈교육의 목적이더군요.
이 책에서는 우선 용돈을 주는 방법부터 이야기해요.
초등학교에 입학할 정도는 되어야 아이들은 돈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그릴 수 있다고 하네요.
일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조금 모자를 정도로 주어야 한다고 하네요.
"실질적인 사회생활에서 돈은 성과와 맞바꿔서 얻는 것입니다. 아이는 당연히 이를 배워야 하지요. 단, 여기서 용돈은 예외입니다. 부모가 용돈을 통해 특정한 교육목적을 이루려고 해도 용돈 자체는 번 돈이 아니라 주어지는 돈입니다. 따라서 부모님은 용돈을 아이가 소비하고 배분할 수 있도록 스스로 체험하는 ‘훈련수단’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목적에 맞도록 앞서 정확한 액수를 정해진 날짜에 주어야 하지요. 절대 용돈을 좋은 성적이나 집안일을 돕는 것 등과 결부시켜서는 안 됩니다." - 책 속에서
이 책의 가장 좋은 점 이 책은 단순히 돈을 잘 버는 방법, 잘 모으는 방법을 아이들한테 알려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경험을 강조하지요.
어려서부터 용돈을 받는 경험, 돈을 함부로 써보기도 하고,
돈이 없어서 다음 용돈 때까지 조마조마 기다리는 마음을 느껴보고,
사고 싶은 물건을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결국 가지게 되는 경험이 결국은 현명한 어른으로 키우는 방법이라고요.
이 책을 보는 내내 아들에게 적용해 보았습니다.
유치원이 끝나고 슈퍼 앞을 지나치지 못할 때, 마트의 장난감 매대에서 움직이지 않을 때, 새로 나온 책 앞에서 고정자세로 있는 아이에게 책에 나오는 데로 이야기해 주었어요.
“이 과자 한 봉지를 사면 음료수를 살 수 있어. 하지만 이 초콜릿을 사면 돈이 남지 않아.”
“이 장난감은 아이스크림 20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이야. 이거 하나를 사려면 아빠가 온종일 일을 해야 해.”
“그 책은 네 친구네 집에 있는데 빌려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도서관에 있는지 볼래?”
"그래, 사고 싶은 건 이해해. 하지만 이번엔 살 수 없단다."
"사고 싶다고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어."
책에는 계속해서 돈을 꿔달라고 하는 10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라는 이야기도 나와요.
"만약 10대인 아이가 계속해서 부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친절하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세요. “얼마든지 빌려줄게. 하지만 너는 벌써 다섯 번째 나에게 돈을 빌렸잖니. 그러니 나는 은행처럼 이자를 받아야겠구나. 46유로를 줄 테니 50유로로 돌려줘.” 아마도 아이는 격분해서 “그건 착취야!”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렇게 말해주세요. “맞아. 너에게 그런 경험을 시켜주려고 그러는 거란다. 아무도 네게 돈을 그냥 빌려주지는 않아. 네가 돈을 빌리면 항상 이자를 더해서 갚아야 해. 그건 비싸지. 그래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도록 살림을 꾸려야 하는 거야.” -책 속에서
오~ 생각만 해도 왜 이렇게 통쾌하죠? ㅋㅋ
그리고 이제 7살인 아들녀석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니 예상외로 잘 알아듣더라구요. 어쩌면 모든 문제는, 나는 돈에 대해 잘 몰라, 돈 교육은 재테크를 잘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 말하며 결정 을 아들에게만 미루던 저에게 있지 않았나 반성도 했습니다. 결정은 돈을 내는 사람, 곧 엄마가 하는 것이지요.
경제에 무관심하던 저도 아이에게 건강하고 든든한 돈 관리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돈교육은 재테크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꼭 필요하니까요 .
이 책으로 아이가 부자가 되지는 않을수도 있겠지만
돈과 노동의 가치를 알고 현명하게 돈을 쓰고 모을 수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