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딸아이 부탁으로
교보문고 바로드림 신청 후 받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예전 금강제화 건물 자리엔
어느새 높지막한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고
잠시 올려다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손글씨 대자보 그리고 세워진 몇 권의 책들.
무슨 사연인가 싶어 잠시 읽어 내려가다 시간 여유가 없었던지라
사진 한 장을 찍고 돌아서는데 어느 분이 절 급히 부르시더군요.
아이가 있으면 갖고 가서 읽히랍니다. 그러면서 살포시 내민 두 권의 책.
두 손 모아 건네시는데 가만 보니 헤럴드경제에 나왔다던 대자보 사진의
그분과 비슷한듯해 여쭤보니 맞다 하십니다. 그 순간 스친 쓸쓸하고 처연한 그 분의 눈빛.
시간 여유가 넉넉했다면 어떤 사연인지 찬찬히 묻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고
주신다고 넙죽 받긴 그래서 책값을 드린다니 극구 사양하시더군요. 정 그러면 음수료 하나면 족하시다며.
근처에 마침 살만한 곳이 보이길래 음료수랑 과일을 사다 드렸는데
받으시며 보이신 환한 미소 뒤에 빠진 치아들이 보여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쓰이더군요.
집에 와서 헤럴드경제 기사를 찾아보고서야 철거 갈등 와중에 지하철을 기다리다
정신이 혼미해져 철로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신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40224001016
급히 돌아서며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드리겠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 블로그는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흉가 수준이라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거 같았습니다.
한밤중 기습 철거로 1만여 권의 책과 출간을 준비 중이던 귀한 원고들이 땅속으로 묻혔고
철로에 떨어져 다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 중이라 보상도 못 받고 그리되셨다니 그 속상함 어찌 다 헤아릴런지요.
그 분의 앞날에 자그마한 좋은 소식이라도 들리길 기원하며
자주 오던 82쿡에 용기내 글 한번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