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시절 시합 졌다고 열 세살 가슴팍에
이단 옆차기 했던 감독새끼
어린 망에 상처주어 축구화 벗게 만든
그 새끼 용서한다
현충일 선열공원에서 내 왼쪽 허벅지에
칼침놓았던 양아치 새끼들
끝난 게임 알뜰하게도 내 면상까지
밟아 놓았던 그 새끼들 용서한다
군대 시절 이유없이 갈구던 대대 주임원사새끼
먹물 티 낸다고 군생활 암울하게 만들었던
그 새끼 용서한다
그래 오늘 기분이다
내 인생에 태클 걸던 그 모든 새끼들
오늘 여기와서 면죄부를 받아가라
앞으로 밤길에 뒤통수 맞을 일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을 일도 절대 없다
다 봐준다 이제 가슴 펴고 살아라
그러나 단 한 새끼
주민번호 칠삼공구 공삼 일 **팔**삼
저 잘난 맛에 사는 미친 새끼
어슬프게 시 한줄 외우고
틈만 나면 우울해 하는 한심한 새끼
남들 다 저 걱정하는 줄 모르고
딴엔 남 걱정에 밤새는 아주아주 미련한 새끼
결국은 저 살고 싶은 대로 살았으면서도
제 인생은 부모의 각본이라며
도리도리 고개 젓는 비겁한 새끼
넌 용기가 없어서 사랑도 못잡았지
인생이란 도박판이 아직 만만하게 보이냐
소름돋도록 싫건만 떼어 버릴 수 없는 새끼
못난 새끼 이제 그만 울어라
곧 날 밝는다
사람들 온다
그래, 이제 다 울었냐
떠날 준비는 다 되었냐
남은 건 얼마 안 남은 젊음 밖에 없다
가져가서 오지마라
절대로 돌아오지마라
나쁜 새끼야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