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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아줌마, 사진전을 보다--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전전
참 근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보여주던
그 구불구불한 황토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황량하면서도 따뜻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던 길을
영화에서 보여주던 그 감독은 어떤 길들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내심 기대가 컸다.
사진으로 보는 길들은 더 드라마틱하고 아름답거나 혹은 슬플 것 같았다.
괜시리 권태롭고 만사가 재미없는 날,
얼굴이나 보자는 동생의 전화를 시큰둥하게 받다가
문득 사진전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기대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았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신비로움도 없었다.
그저 익숙하고 편안한 길들, 너무 좁아서,
너무 굽이굽이 돌아가서 힘겨워 보이는 길들,
주변이 황량한 길들...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길은 그냥 한없이 이어지기만 했다.
끝없이...
너무 담담하고 너무 상투적인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눈이 쌓인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이 아주 크다.
크기만으로도 감정이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눈이 쌓인 곳에 있는 나무들 몇 그루. 그리고 그림자.
눈이 덮인 땅의 경사에 따라 그림자는 그 부분만 왜곡되어 보인다.
빛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와 크기는 달라진다.
길게 혹은 짧게. 크게 혹은 작게.
얼핏 보면 실체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 같지만
그림자는 왜곡이고 허상이며 환영이다.
우리의 생이 이러할까. 이 그림자처럼.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서 왜곡되고,
빛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림자가 비춰지는 땅의 모양에 따라서,
다 달라지는 상(像).
작가가 그 작품들을 통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에게 들은 적이 없으니.
단지 나는 나무와 나무의 그림자를 보고
실체와 미망, 그리고 환영의 관계를 보았을 뿐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 흑백의 화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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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리
'05.9.7 6:56 PM사간동의 금호미술관에서 전시 중입니다.
입장료가 비싸요. 5000원.2. 안나돌리
'05.9.7 7:29 PM"우리의 생이 이러할까. 이 그림자처럼.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서 왜곡되고,
빛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림자가 비춰지는 땅의 모양에 따라서,
다 달라지는 상(像)."~~~~
사진전으로도 이리 섬세하고
예리한 작품평을 쓰시는 것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한번 시간내어 들러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지는 군요.....
글~~감동깊게 잘 읽었습니다....^^*3. 보리
'05.9.7 7:50 PM안나돌리님,
글 올려놓고 괜히 마음이 미진해서 여기저기 떠돌다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댓글 올려주신 것 보니 매우 기쁩니다.^^
전시회에 가보세요.
입장료가 엄청 비싸긴 하지만 저는 좋았거든요.
환경영화제의 작품을 보시면 무료입장 혹은 할인받을 수 있는 게 있어요.
영화제 내일부터인데 검색해보시면 정보가 있을 거에요.
좋은 시간되세요.4. capixaba
'05.9.7 8:02 PM나 여기왔네 바람에 실려
여름의 첫날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가을의 마지막 날.
키아로스타미의 길을 찾아 계단을 오르 내리다 보니
계단 참에 멋진 글들이 붙어 있네요.5. 아메바
'05.9.7 8:30 PM저 내일 가볼참인데..기대되네요
6. 박미선
'05.9.7 10:42 PM어머나....
울 회사 근처 금호미술관이네요...
내가 열심히 근무하는동안
울 82쿡식구들이 내 곁을 지나쳤겠다는 생각이.....
나도 한번 가봐야 겠다..
님 감사해요...ㅎㅎㅎㅎ7. 몬나니
'05.9.7 10:59 PM돈은 문제가 없는데... 거리가....
무척 가보고 싶네요..8. 포비
'05.9.7 11:32 PM저도 가보려 했는데...시간이 나지를 않네요..
조금 쓸쓸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리고 입장료는 5천원이면 괜챦은것 같은데요??
얼마전 예.당의 브레송전도 9천원정도 했던것 같은데..
사간동 들렸다..광화문가서 애플파이 먹어야겠어요~9. mariah
'05.9.8 1:28 AM저.. 포비님, 광화문의 애플파이집은 어디인가요? -_-
(사진전 이야기 하는데 파이집 물어보기 좀 쑥스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