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를 여러겹 겹쳐서 두툼하게 깔고
광목으로 흔들림 없이 싸서 속옷을 입히고
다시한번 겉옷을 입힌 다리미판입니다.
재작년에 93세로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신혼살림을 보러 오셨다가 만들어주신.....
30년 된 다리미판입니다.
군용담요 같은걸로 대충 척척 접어서 다리미판으로 쓰곤 했던 시절이라
혼수에 다리미판이 없는 걸 보시곤
어머님께서 이쁜 색동을 이불처럼 깔고
광목으로 겉싸개를 해서 만들어 주셨지요.
시중에 나온 다양한 다리미판도 많지만
저는 이것이 젤루 편하고 사용감도 좋답니다.
익숙함이 주는 나만의 편리인지는 모르지만
주변에선 웬만하면 버리고 새롭게 장만하라고 하지만
아직 이것만큼 실용적인 다리미판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커버가 더러워지면 벗겨서 빨기도 쉽고,
삼등분으로 접으면 아무 구석이나 존재감없이
보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랍니다.
세월을 견디지 못한 광목이 삭아서 구멍이 나고,
그 구멍사이로 어쩌다 다리미의 뾰족한 앞부분이 걸려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종이처럼 찢어지던 겉싸개를 벗겨서 버릴땐
괜스리 어머님께 죄송스런 마음까지 들던......다리미판입니다.
겉싸개는 저가 두번 갈았지만
신혼초에 어머니께서 깔아주신 고운 색동은
삭고 바랬지만 차마 찢어 버릴 수가 없어서 다리미판의 뒷쪽에 커버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답니다.
소박하다못해 초라한 다리미판이지만
제겐 참으로 소중한......살림살이랍니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는 다리미판을 소개하려다가
어쩐지 묵념분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