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왕만두에 한방 먹다.
저는 모종의 사고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중국식 왕만두에 관한 사고였습니다.
한번쯤들 경험해보셨나요? 별것 아닌거 같아 덤벼들었는데
따라하는 과정에서 나의 능력으로 커버가 안되는 어마어마한 요리라는게
드러날 때의 그 황.당.함.
레시피 간단하더군요.
장선용 선생님 책이니 사진도 없잖아요. 기냥 덤벼들었죠.
따뜻한물 1과 3/4컵에 설탕을 1/4컵 녹이고, 여기에 드라이이스트 1큰술을 풀고.
이스트가 떠오를쯤 버터 2큰술을 물에 녹이고, 밀가루 6컵을 붓고 반죽.
매끈한 반죽을 전기밥통(어느 책에서 이렇게 약식 발효하라고 읽었거든요)
에 밀어넣을 때까지만 해도 기분 좋~~았습니다.
30분후. 반죽 예쁘게 부풀어오르고 있었어요.
밥통의 밥들을 몽땅 밀어내고, 적당한 그릇에 반죽을 담아 밥통에 넣으니
그릇이 밥통 중간에 걸렸지만, 그래도 뚜껑이 닫히니 안심했죠.
30분의 막간을 이용해 전화를 이용한 회사일을 하고...
시간이 돼서 짜짜잔--- 하고 밥통 뚜껑을 열려는 찰나,
누가 밥통 뚜껑을 잡아당기는듯 뚜껑이 꿈쩍도 안하는 겁니다.
힘을 몰아 획 제끼니
아니아니~~ 반죽의 절반이 뚜껑에 들러붙어 올라오지 뭡니까.
그것도 작은 기포같은 구멍들이 막 생겨 "나 빵 될래"하는 모습으로.
어머머 어머머 하면서 그 뜨거운 반죽을 이 맨 손으로
정신없이 긁어내고, 밥통속의 반죽까지 긁어내면서 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1차 발효후 바람을 빼는 반죽을 다시 해야한다'는 이론이
퍼뜩 생각나, 정말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에 쩍쩍 달라붙는 반죽을
마구마구 치대서 겨우, 정말 겨우, 만두반죽꼴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까지 해놓으니까 다리에 힘이 풀리고 얼이 빠져서
2차 발효고 뭐고, 안 부풀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지더군요.
밥상앞에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만 아니었다면
그냥 그 반죽을 통째로 찜통에 밀어넣고
초대형 찐빵으로 그냥 끝내버렸을겁니다.
어쨌든 점심식사를 만들어 대령해야하는 `운명' 때문에
다시 기운을 모아 송편만큼씩 떼넨 말랑말랑한 반죽을 밀어서
돼지고기.양파.중국부추를 넣은 소를 큼직큼직 넣고
왕만두 모양으로 빚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큰 찜통에 쪘습니다.
반죽을 망쳤으니,,,무슨 부풀기를 기대할까마는,,,그래도 고맙게
부풀어줍디다. 쬐금, 아주 쬐금.
그래도 고생한 보람 있습니다.
이 만두를 먹으면서 저는 왜 어떤 사람들이 집에서 만든 만두피를
고집하는지 알았습니다. 완전히 차원이 다른 맛이더군요.
이 만두소는 제가 자주 만들어서 시판 만두피로 빚어 먹는 것인데,
완전히 다른, 업그레이드된 요리였다 이것입니다.
주먹만큼 남은 만두반죽은 찐빵으로 먹었습니다.
제일 간단하고 달콤하게 먹을수 있는 찐빵은 반죽속에
흑설탕을 넣는 것입니다. 어렸을때 친정어머니가 자주 해줬죠,
님들은 이스트반죽을 자주 하시는지요.
집에서 약식으로 어디에 부풀리시는지요.
믿었던 전기밥통 부풀리기를 하다가 이런 낭패를 보니
조만간 부시맨브레드 하려던 의지가 좀 흔들립니다.
아시면 가르쳐 주세요. 부시맨브레드 용 통밀가루가 울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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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당
'04.12.12 9:46 PM헤헤.. 글 읽으면서 내내 웃었답니다..(발효같은거 할줄도 모르면서..웃긴...-_-;;)
저는 만두같은건 꿈도 못꿉니다만.. 예전에 즈이집 결혼하기전 친정에서 만두를 해본적이 있었죠.
즈이 엄마도 그런건 못하시고..아빠도 못하시고.. 울 집 얻어만 먹었었는데요..
글쎄.. 만두피는 아빠가 밀어서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서 빚기는 우리가 했는데..
글쎄 만두가 다 만들어진걸보니...거짓말 안하고 울 남동생 머리통만하더라구요..-_-;;;
만두반죽은 산같았는데 딱 16개 만들었구요..
온가족이 둘러앉아 하나 먹으니 배부르더군요..-_-
그 뒤론..만두 만들잔 말..아무도 안한답니다..
그 일이 자꾸 생각나 더 재미있게 일었어요!!2. 달달
'04.12.12 10:09 PM요구르트 발효기에 해 보세요.. 저 어제 거기다 증편이랑 빵 발효시켜서
성공했다는 거 아닙니까.. 아랫쪽에 글도 올렸지요^^.3. 영원한 미소
'04.12.12 10:15 PM전 그냥 뜨거운 물 받은 그릇위에 올려 발효시키거나 보온중인 전기밥통위에 올려놓아요.
그럼 그냥 그런데로 만족할만한 수준은 되던데...그렇게 해 먹어도 괴아나욧~~!!ㅋㅋ
근데, 왜 글로리아님 글 읽으면서 저까지 얼이 빠진다는...책임지셔요~~~!! ^_______^4. 글로리아
'04.12.13 12:50 AM달달님, 맛있는 떡 계속 하시는군요.
저 떡중에서 제일 좋아하는게 증편이어용.
미소님, 담부터는 정말 밥통 위에다가 올려봐야겠어요.
첨에 그렇게 할까 생각했는데, 더 뜨거운게 좋은거 같아서
밀어넣었다가 정말 뜨거운 맛 봤습니다.
그리고 마당님.... 만두얘기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ㅎ5. cinema
'04.12.13 6:30 AM하하하~나 빵될래~ 이부분 정말 웃겨서 넘어가는줄 알았습니다..ㅎㅎ
저도 저번에 그런적 있거든요..
근데..왕만두 저도 먹고 싶네요..
저두 미소님 말씀처럼 밥솥에 올려보아야겠어요..6. 현석마미
'04.12.13 10:04 AMㅋㅋㅋ
정말 넘 웃겼어요...
읽다가 어~ 저러면 안되는뎅...하고 예상은 했지만...그래도 넘 재밌어요...^^
전 오븐 약하게 예열한 오븐 끄고 랩씌워서 발효 하던지..
아님 냄비에 물 끓인 다음 냄비보다 조금 더 큰 양푼이에 반죽 담에서 올려둔답니다..
저도 예전에 제빵기에 빵 반죽 넣어놓고 깜박하는 바람에...
제빵기에 빵 반죽이 넘쳐서 얼마나 난감했는지 몰라요..ㅋㅋㅋ7. 행복한토끼
'04.12.13 9:43 PM글로리아님, 마당님 넘 웃겨요.
앞으로 만두 먹을 때 마다
나 빵될래 치고 올라오는 만두 반죽, 동생 머리만한 만두 생각나서
혼자서 狂女처럼 웃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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