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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태리엔 이탤리안 드레싱이 없다.

| 조회수 : 3,476 | 추천수 : 104
작성일 : 2003-02-07 14:30:54
오자마자 설이다 밀린일이다 해서 좀 바쁘게 지냈다가 오랫만에 와보니 쥔장님의 심란한 소식이 마음에 걸리네요.
다들 설보내느라 몸도 마음도 지치셨을텐데 여행얘기 노닥거리기도 좀 그랬구요.

여행정보는 넘쳐나는 세상이고 또 외국생활하신분도 많으니 여행얘긴 빼구 먹는얘기나 해보죠.

우선 배낭여행은 로마, 폼페이를 끝으로 포기했습니다.
우선 이태리에서의 민박이라는게 너무 열악하고 값도 싸지않고 스물 꽃띠 아닌담엔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몸이 편해야 다음날 잘 움직일 수 있으니....
거기다 끝에가서나 들리마 했건만 밀라노에서 거의 10년째 살고있는 동생이 언니와 조카를 이대로 둘 수 없다며 날리 치는통에 못 이기는척 거만하게 동생집으로 숙소를 옮겼습니다.
덕분에 옛날엔 도무지 뭐가뭔지 모르니 사 먹을 수 없던 진짜 이태리, 독일, 스위스 음식을 많이 사먹어 봤구요.
관광지뿐 아니고 단체여행에선 갈수 없는 한적한 곳도 차한대 렌트해서(렌트비가 주말에 더 싸요) 열심히 잘 다녔습니다.

전 혹시 외국에서 살게되면 어쩌려나 모르겠지만 잠깐씩 외국에 있을땐 한식, 한식대신 먹는 중국식 절대 안먹습니다.
고로 저랑 여행하는 사람은 거의 쓰러집니다. 밥땜에....

옛날에 여행할땐 구경하는데만 정신팔려서 바에서 파는 나라마다 조금씩 틀린 빵, 커피, 이태리는 피자와 젤라또 만으로도 너무 맛이 있었는데요.
새삼 유럽 농, 축산물 그 풍성함에 기가 죽네요.
어쩌면 그렇게 맛, 색깔, 종류, 신선함이 가득한지, 또 서양사람들 조그만 과일, 채소 노점도 굉장히 예쁘게 꾸며놓잖아요.
재료자체의 맛이 풍부하니 별다른 조리가 필요치 않더라구요.
가지, 호박만 잘라 구워도 어찌나 달콤하고 맛이 있는지....
또 지금이 오렌지철인데 우리가 사먹는 미국산 수입오렌지하고는 정말 비교가 안되게 맛있더군요.
더 놀란건 이런 농산물도 독일사람들은 저급품에 100%유기농이 아닌 싸구려라고 농부들이 고속도로를 막고 못 들어오게 시위한다고....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니 이런 농축산물이 다 수입되면 정말 우리나라 농민들은 다 쓰러질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한밤중에 대충 찾아가 하루 묵은 독일의 호텔(시설은 우리나라 장급 여관도 안되죠)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달력속의 그림처럼 하얀 눈속에 싸여있고 복도엔 예쁜 접시콜렉션한 장이며 맥주담는 컵들, 오래된 살림살이들, 깨끗한 식탁보, 아침식사에 나온 커피는 한사람마다 쟁반에 풀세트로 갖추어서 내다 주네요.
이 대목에서 남편을 버리고 온걸 다시한번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ㅋㅋ, 아시는분은 아시죠?

전 고기를 썩 좋아하진 않고 또 소화잘되라고 주로 빵과 감자, 채소샐러드만 먹으면서도 감탄의 연속인데 우리딸, 먹는 고기마다 너무나 맛있다고 난리네요.
그런데 한 열흘 지나니 엄마, 깍두기 올려서 설렁탕이 먹고 싶어.
동생왈 언니랑 며칠 다니면 내가 쓰러지겠어. 난 지금도 두끼이상은 이나라음식 못먹는데.... 라면이라도 한그릇 먹어야지 힘을 쓸것같아.
나원,

채소자체가 워낙 맛이 있어서인지 드레싱이란게 별로 많지가 않더라구요.
특히 이태리는 아예 드레싱이란게 없고 무조건 올리브기름과 발사믹 식초뿐이네요.
요즘 동생이 요리를 배우고 있다는데 정확한 소식통 이겠죠?
그럼 이탤리안 드레싱의 정체는 과연 뭐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의 학부모 정도만 되어도 사실 요즘처럼 배낭여행을 많이 다녀본 세대는 아닌데요.
아이들 데리고 유럽여행(물론 패키지 말고요),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특히 이번처럼 겨울엔 어딜가나 기다리는데가 없어 시간이 많이 절약되고 사람에 지치지 않고 또 문닫는곳이 많으니 포기할것을 미리미리 정할수 있고 우선 숙박료가 한적한곳만 잘 찾으면 사람 바글거리고 불편하고 낼돈 다내는 민박보다 비싸지 않아요.

여름의 로마, 폼페이, 많이 걸어야 하는데 물값도 배로 받고 거의 땡칠이 되죠. 겨울엔 오히려 걸으면 더 힘내고 훨씬 좋네요.
해가 좀 짧은게 문제긴 한데 일찍자고 좀 서두르면 크게 무리는 없고
옷가방이 커지긴 해도 쇼핑해서 채울게 아니면, 옷갈아입고 사진에 목맬거 아니면 내복한벌 두꺼운 파카로 버틸수 있고 세일기간이라 온통 반액이니 꼭 갖고 싶은거 우리나라엔 없는거 사는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거고.
엄마가 외국어를 잘하거나 여행경험이 많으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영국뺀 유럽연합 생각이상 영어 못하고 발음도 나쁘고.... 열심히 역사책읽으면서 다니면 아이들에겐 산 공부.
이제 화폐까지 유로로 통합되니 좀 두려운 생각까지. 꼭 미국이 서양의 전부인것 처럼 아는 우리나라, 유럽시장도 좀 신경써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여하튼 남들은 20kg꽉 채워 쇼핑하느라 입던옷도 벗어놓고 간다는데 구두라도 한켤레 안산다고 아쉬워하는 동생네를 뒤로하고 발사믹식초 고급품하나만 사서 돌아왔답니다.
사실 값도싸고 탐도나고 충분히 가져올만한 살림살이도 많이 보긴했지만 안목도 없이 어설프게 몇개사다 늘어놓는거 관두자 하고 꾹 참았지요.
역시나 채소맛이 달라서인지 독일이나 이태리의 샐러드맛은 안나네요.

우리딸 초등학교 졸업기념할겸, 학원이나 과외공부 한적 없으니 그돈이다 하는건데 중학교가서 일체의 사교육없이 공부 따라가면 다시한번 약발로 써 볼까해요.
남의 나라에서 보면 우리가 해볼 수 있는건 정말 공부밖엔 없다는거..... 애도 약간은 수긍하는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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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수연
    '03.2.7 4:06 PM

    여진맘의 말솜씨 만큼이나 여행이 멋져보이네요. 그저 부럽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언제나 울 아들 꽤차고 다니나... 과일 말씀하시니 저두 아주 검붉은체리 배터지게 사먹던 생각 나네요.
    글구, 역시 일밥식구답게 외지에 나가서는 외지음식으로!!!
    그래두 사진이라도 한장있음 올리시지.. 그걸루나마 대리만족좀 하게요.^^

  • 2. 현승맘
    '03.2.7 4:14 PM

    우앙!!부럽다....

    학교 당길떄는 돈이 없어서 못가고, 지금은 돈은 어떻게 마련이 되는데 시간이 없어 못갑니다
    외국에 나가서 사는 사람은 사돈의 팔촌도 없으니, 유럽은 갈 기회가 없었지요

    회사 그만두면 꼭 유럽여행을 하리라 맘먹고 있습니다

    그 많은 경비를 한입에 털어 넣을수 있는 배짱이 그때까지 변함없다면요..
    혼자갈 생각이었는데 저도 얼렁 아이 키워서 같이 가야겠네요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인데요....로또나 맞으면 뭐 바로 가버리구요 ㅋㅋㅋ

    p.s: 수연님 애들 키워서 같이 가시죠..참고로 우리아들은 어제로 만 두살 되었답니다..

  • 3. 김혜경
    '03.2.7 11:29 PM

    여진 어머니 여기다 이탈리아 기행문 올리신걸 정신이 없는 관계로 못 찾아보고는 여기저기서 기행문 올리라고 앙탈을 부렸네요.

    참 멋지네요, 딸 초등학교 졸업기념 여행. 저희 모녀는 겨우 대천해수욕장 다녀왔거든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딸 아이 졸업할 때마다 모녀만 여행을 다녀보라고... 그래서 우리 딸보고 비행기 기차 배중 운송수단을 고르라고 하니까 "엄마차!!" 하는 바람에 대천해수욕장에 가서 겨울바다 보고 왔어요, 그땐 대천에 변변한 호텔 하나 없어 아이를 데리고 허름한 여관에서 자는데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전 한잠도 못잤어요, 취객이랑 그들의 여자 때문에...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괌행 패키지 티켓 2장(난생처음 행운권 당첨된 거)이 있어서 그걸 가지고 괌에 갔었어요. 괌의 소나기와 신혼여행 부부들의 유치한 사진촬영을 보고 우리 딸이 ""엄마 나도 결혼하면 저런거 해야돼?"하며 비웃던 게 생각나네요.

    우리 딸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는 워낙은 호주쯤 가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상 못가고 홍콩에 쇼핑이라도 가자도 했는데(쇼핑 그러니까 거창하게 들리지만 가봐야 중국 접시 몇장 사가지고 왔겠죠) 우리 딸 엄마랑 가면 재미없다고 차일피일 미루더니 네덜란드로 도망가버리고 말았어요. 여고졸업기념 여행도 못갔는데 네덜란드로 따라서 괴롭힐까요, 울 딸??

    전 이탈리아 15년전에 가보고 못가봤어요. 여전히 나폴리 앞바다의 물 색깔은 회색이겠죠? 어찌나 실망스럽던지...

  • 4. 박지현
    '03.2.8 1:23 AM

    위 분들 글보구 있으려니까 우리딸들 빨리 키워 여행가구 싶어요
    근데..........언제 키우나, 이제 5살, 5개월이니...........
    그 전에 친정엄마랑 여행이나 다녔으면 좋겠는데..........
    여진 어머니.부럽습니다.특히 떠날 수 있는 용기가요..........

  • 5. 김수연
    '03.2.8 9:41 AM

    울 아들은 22개월이니 현승맘이랑 수준이 맞겠네요.
    아이들 졸업을 구실삼아 다니면 되겠구나.. 근데, 그때즈음 되서 돈이 안따라주면 어쩌나...
    전 몇년전에 동생 파리 유학때 엄마랑 둘이서 유럽다닌적 있어요. 엄마랑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닌데, 여행같이 다니니까 좋더라구요.

  • 6. 독도사랑
    '11.11.17 5:31 PM

    진짜 맛있어보이네요 ㅎㅎ 너무 먹어보고싶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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