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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름다운 것은 결국 사람이 빛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조회수 : 6,818 | 추천수 : 7
작성일 : 2023-12-24 01:42:54

겨울 방학 특별 활동으로 만든 왁스 방향제 입니다.

참 예쁘죠?

 

 

저희 아이들이 배우는 미술 선생님께서 겨울 방학 한가한 시간에 엄마들끼리 하루 모여서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지난 주에 만든 것입니다.

모든 재료 준비는 미술 선생님이 다 하셨어요. 

여기 들어간 말린 꽃도 대부분 선생님이 손수 말려서 만든 것이랍니다.

 

라벤더향과 레몬그래스 향이 발산되는 예쁜 왁스 방향제...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

 

 

또는 병에 꽂아놓은 예쁜 꽃...

 

이런 것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실생활에서 없어도 큰 지장은 없는 것들이지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라, 오히려 아름다움으로만 그 존재 가치를 발휘하나봐요.

 

반면에 실생활에 쓰이는 것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인해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해요.

제 선배 교수님은 언제나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연구하시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신 분인데 이제 일흔 살 생일과 함께 은퇴하신다고 해요.

싸구려 털실로 투박하게 만든 무릎 담요라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은퇴 후 이걸 덮고 지난 날을 회상하며 편안하게 지내실 선배님의 모습은 아름다울 것 같아요.


 

서투른 뜨개질로 만든 옷이 아름다우려면...


 

그걸 입어줄 사람이 아름다워야 하구요 :-)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시도 썼나봅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아이들도 저도 한가한 시간을 누리면서 아름다운 사람들 초대 놀이도 시작되었습니다.

종업하는 날 둘리양은 친구들과 함께 하교해서 - 명왕성에서 도보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은 초극소수랍니다 ㅋ - 하룻밤을 자고 놀았아요.

밤늦도록 속닥속닥 놀다가 학교를 가지 않는 다음날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서 브런치를 먹는 여중생들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이 테이블이 근사해 보이는 것은 반찬 몇 가지 때문이 아니고, 함께 먹을 사람들을 기다리는 설레임 때문입니다.

미키마우스 양말을 신은 발에서 설레임과 신남이 느껴지시나요?

ㅎㅎㅎ

 

 

반찬가게 쇼윈도우처럼 차려놓은 음식에다 얼큰한 쇠고기국과 안동식 찜닭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이 날의 손님은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먼 곳, 아제르바이잔 이라는 나라에서 이민온 가족이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교수이자, 제가 존경하는 친구는 스물 두 살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을 떠나왔어요.

그 때 떠나온 나라는 소련이었는데 유학 중에 나라가 붕괴되어 새로운 나라의 국민이 되어버렸대요.

남편도 아제르바이잔 사람인데 지리적으로 터키와 가까운 지역출신이어서 시댁 식구들은 터키어를 사용한대요.

이 친구는 그래서 아제르바이잔 언어, 구 소련의 공식 언어였던 러시아어, 시댁 식구들의 언어인 터키어, 그리고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말할 수 있어요.

한국어와 영어만 해도 버벅거리는 저와는 언어 능력이 비교가 안되는 사람이죠.

 

이 친구네 둘째 딸이 글루텐 알러지가 있다는데, 한국 음식을 요리하니 밀가루 걱정을 안해도 되어서 좋았어요.

평소에 매운 음식도 잘 먹고, 해외 출장과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라서, 한국 음식도 잘 먹겠거니 하고 순 한국식으로 차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친구는 몇 년 전에 한국 출장을 가서 먹어본 김치 맛에 반해서 명왕성의 국제시장인 오아시스 마트에서 김치를 사다먹곤 한다는데 제가 만든 김치가 더 맛있다며 아주 잘 먹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자리, 바깥은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한 집안에서 뜨끈하고 얼큰한 국을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 아름다운 저녁이었어요 :-)

 

이젠 누구를 초대할까... 생각해보는 것도 참 즐겁네요.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냉이꽃
    '23.12.24 6:24 AM

    사랑하는 마음을 베풀고 기꺼이 그에 응하는 주변분들 모습이 언제봐도 포근합니다.
    모두에게 진심이신 소년공원님 같은 분이 계셔서 추운연말이 따뜻해지네요

  • 소년공원
    '23.12.25 2:12 AM - 삭제된댓글

    제가 받은 사랑은 돌려드리는 거죠.
    인복이 많은지 주변에 늘 좋은 사람들이 많고 그들도 저는 좋아해주어요.
    지난 한 해 동안 잘 살았다고 서로를 토닥여주는 모임을 할 수 있는 연말이 좋아요.

  • 소년공원
    '23.12.25 2:14 AM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거죠.
    인복이 많은지 주변에 늘 좋은 사람들이 많고 그들도 저를 좋아해주어요.
    지난 한 해 동안 잘 살았다고 서로를 토닥여주는 모임을 할 수 있는 연말이 좋아요.

  • 2. 바다
    '23.12.24 9:00 AM

    엄마가 뜨개질을 엄청 잘 하셨어요
    어렸을때는. 편물공장도 하셨죠 ^^
    계옷 이라고 불렀는데. 바지까지 떠 입혀주셨죠
    그때는. 사서 입고 싶었고 지겹기까지 했는데
    세탁기 없던 시절에 손빨래 그것도 니트를
    저 같으면 어린 없단 생각이 드네요
    엄마 안 닮아 똥손이라. 뜨개질 재주 없어요
    연말이라 그런지 잠시 추억 돋습니다
    소년공원님. 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

  • 소년공원
    '23.12.25 2:18 AM

    저희 엄마도 뜨개질을 잘 하셨어요.
    뜨개질 뿐만 아니라 오만가지 손으로 하는 수공예를 좋아하시고 잘 하셨죠.
    저는 어릴 때 아주 산만한 아이였는데 엄마가 저를 차분하게 만들어 보려고 기초 뜨개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러고는 다 잊고 살았는데 몇 년 전부터 차 안에서 아이들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진데다, 유튜브라는 신문물 덕분에, 다시 뜨개질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
    아기 옷은 금방 완성되기 때문에 뜨는 재미가 더 커요.
    바다님이 입었던 옷도 엄마가 하나 하나 완성하는 재미를 누리셨을 거에요.

    메리 크리스마스~~

  • 3. 시랑
    '23.12.24 10:05 AM

    역시 범접할 수 없는 다른 별나라 분 임을 인정합니다
    명왕성에 초대받고 싶군요
    항상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마음과 요리로 인해
    보고만 있어도 제 몸이 훈훈해 집니다
    올해82쿡의 mvp를 뽑는다면 분명 명왕성이 차지할 겁니다
    늘 균형잡힌 생각과 식단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니까요 ㅎ

  • 소년공원
    '23.12.25 2:21 AM

    82쿡 연말 대상 시상식,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어요!
    연예인들이 차려입고 시상식에 참가하는 시즌이 돌아왔군요 그러고보니 :-)
    사진과 글을 올려주시고 다정한 댓글 달아주시는 우리 모두가 MVP, Most Valuable Players 입니다!!!

  • 4. Juliana7
    '23.12.24 1:21 PM

    역시 윗님 말씀대로 82쿡의 mvp 맞습니다
    뜨개질도 요리도 뭐든 척척 쉽게 하시는 그 추진력에 감동입니다
    주위에 따스함과 사랑을 나눠주시는 분 같아요
    멀리 계셔도 항상 82에서 봬니 너무 좋아요
    메리 크리스마스^^
    감사합니다.

  • 소년공원
    '23.12.25 2:23 AM

    2023 82쿡 연말 대상, 신인상 후보를 소개합니다!
    댓글로 다져온 감성을 드디어 요리 게시물로 선보인 Juliana7님!
    ㅎㅎㅎ
    이런 놀이 하고 놀면 재미있겠어요 :-)
    줄리아나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5. 카라
    '23.12.24 7:07 PM

    한국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정겨운 시간들.
    비교당하기 싫어서 혹은 남의 입에 오르내리기 싫어서 안하고 흘려보내는 귀중한 순간들이
    따스하게 보이네요.
    뜨개질해서 입히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는데
    이제는 몽클레어의 노예가 다 되어버린 듯한 한국에서 보는 사진 속 모임의 공간을 보니
    참석한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것 같네요.

  • 소년공원
    '23.12.25 2:29 AM

    한국에서는 다들 바쁘게 사시니까요...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먹이는 일이 명왕성에서 만큼 쉽지는 않을거에요.
    비싸고 멋진 유명 브랜드 패딩도 좋지만, 세상에 단 한 벌 밖에 없는 손뜨개 옷 한 벌 만들어 입는 재미도 참 좋답니다. (품은 많이 들어도 돈이 안들어서 좋은 재미가 아주 크죠 ㅎㅎㅎ)

  • 6. 고독은 나의 힘
    '23.12.24 11:17 PM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언젠가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삼국을 한전 여행해보고 싶어요.
    벌써 거의 10년전 이야기네요. 지나가는 과객을 기꺼이 초대해서 융숭하게 대접해주시고 따듯한 잠자리까지 내어 주셨던.
    요즘 깨닫거든요. 누군가에게 밥 한끼 해주는 일이 얼마나 선뜻하기 어려운 일인지를요.

  • 소년공원
    '23.12.25 2:33 AM

    그 삼국간의 묘한 알력과 관계는 마치 우리 나라와 중국 일본을 떠올리게 해요.
    아제르바이잔 친구한테서 듣는 조지아 사람들에 대한 평판이나 아르메니아와의 분쟁 이야기가 마치 한중일의 가깝고도 먼 사이와 비슷하더라구요.
    참, 제 글에서 터키 라는 이름을 썼는데 요즘 한국에서는 튀르키에 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지요?
    미국인들은 여전히 터키라고 말하기 때문에 저도 깜빡하고 옛이름을 썼습니다.
    혹시 불편해 하시는 분들 없었으면 좋겠어요.

    고독은 나의 힘 님 가족과 만난 것이 정말 오래전 일이군요.
    아이들 많이 자랐지요?
    코난군은 2년 후에 대학을 가고 둘리양은 중학생이 되었답니다 :-)
    우리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 7. 메이그린
    '23.12.25 11:04 AM

    원데이로 캘리수업을 들은적 있었는데
    강사님이 산책을 하거나 직접키우는 화분에서
    꽃과 나뭇잎을 떼서 직접 말려서 수업시간에 가져와
    나눠주시며 글을쓰고 남는공간을 꾸며보라고 주셨어요
    그때 받은 말린꽃 나뭇잎을 받고
    얼마나 이쁘고 정성스럽던지요
    원데이를 위해 몇 달전부터 조금씩 준비했을 생각에
    강사님의 감성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거든요
    왁스방향제에 말린꽃을보니 생각납니다 ㅎ
    소년공원님 주변에 작은것도 진심을 담는분들이
    많으신가봐요~~^^

  • 소년공원
    '24.1.3 7:40 AM

    참 열심이신 선생님께 배우셨군요!
    작은 일에 정성을 들이는 사람이 큰 일도 잘 해내더라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8. Harmony
    '23.12.27 10:52 AM - 삭제된댓글

    눈이 산뜻해지는 사진들입니다.
    만든 방향제도
    요리도
    사람들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어머니께서 손재주가 정말 다방면으로 좋으셨나봅니다.
    소년공원님이 그대로 물려받아서
    못하는게 없으신 소년공원님,
    같이 어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겨울방학 지내시고 종종 사진으로 글로 근황 기다릴게요.

  • 9. Harmony
    '23.12.27 10:53 AM - 삭제된댓글

    눈이 산뜻해지는 사진들입니다.
    만든 방향제도
    요리도
    사람들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어머니께서 손재주가 정말 다방면으로 좋으셨나봅니다.
    소년공원님이 그대로 물려받아서
    못하는게 없으신 소년공원님,
    같이 어머님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겨울방학 지내시고 종종 사진으로 글로 근황 기다릴게요.

  • 10. Harmony
    '23.12.27 10:54 AM

    눈이 산뜻해지는 사진들입니다.
    만든 방향제도
    요리도
    사람들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어머니께서 손재주가 정말 다방면으로 좋으셨나봅니다.
    소년공원님이 그대로 물려받아서
    못하는게 없으신 소년공원님,
    같이 어머님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겨울방학 지내시고 종종 사진으로 글로 근황 부탁드려요.

  • 소년공원
    '24.1.3 7:41 AM

    감사합니다!
    겨울 방학 동안에 티비 앞에서 뜨개질 놀이도 하고 좋은 사람들 초대해서 같이 밥도 먹고 그렇게 행복하게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곧 개강이 다가와요.
    방학은 언제나 짧기만 하군요 :-)

    하모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1. 프리지아
    '24.1.4 1:28 PM

    우와....ㅋㅋㅋ 멋지십니다..한해동안 사랑 나누며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왕성..소년공원님 집에 놀러가는 상상을 해보며 신나게 살겠습니다..

    새로운 글이 있을때마다 두근거리며 보게 됩니다 구독자 있으니 자주 올려주세요...^^

  • 소년공원
    '24.1.5 11:36 AM

    제 글을 기다려주기까지 하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주 개학 하기 전에 글 한 편 더 올려보겠습니다.

    프리지아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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