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부산에선 (혹은 우리외가에서만?) 이 음식을 김치밥국이라고 불렀어요.
나중에 보니 다른 지방에서는 김치 갱시기 라고 부른다더군요.
(갱시기는 경식이를 갱상도에서 부르는 방식인데... 쩝 ㅎㅎㅎ)
구수한 국물도 즐기고 칼슘 섭취도 하려고 마른 멸치를 넉넉하게 넣고 육수를 우려냅니다.

그리고 또다른 중요한 준비물은 짐치냉장고에서 꺼낸 짐장짐치 ^__^
저는 이 음식을 보면 외할머니가 생각이 나고, 그래서 외할머니 말투가 저절로 나와요 ㅎㅎㅎ

멸치 육수에 김치와 찬밥을 넣고 푹 끓이면 이렇게 부드럽고 구수하고 얼큰하고 따끈한 김치밥국이 됩니다.
독감으로 일주일 앓아누웠다가 회복식으로 먹으니 몸안이 훈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가 많은 날에는 이것저것 다 썰어넣고 두부 한 모 넣어 끓인 된장찌개가 훌륭한 저녁 메뉴입니다.

오징어를 이용해서 밥식해를 만드는 방법이 있길래 한 번 해보려고 냉동 오징어 한 마리 영입했다가 마땅한 지역구를 찾지 못하고 냉장고 원내대표의 심기를 복잡하게 만들길래 간장과 설탕에 바글바글 조려버린 오징어 장조림입니다.
명왕성에는 메추리알이 무척 비싼데 태국산 통조림을 팔길래 3달러던가? 주고 사서 함께 조렸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끓인 미역국.

44년 전에 제가 태어나던 무렵에는 무척이나 비싸고 귀했을 쇠고기를 이렇게 듬뿍 넣고 국을 끓여서 마음껏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제 인생 이만하면 성공했죠?
ㅎㅎㅎ
저는 미역국을 참 좋아하는데 둘리양에게 그 유전자가 전달되었는지, 오늘 하루만에 큰 솥으로 하나 가득 끓인 미역국을 저랑 둘리양이랑 둘이서 절반을 먹어치웠어요.
코난 아범은 군대에서 맛없는 미역국을 하도 많이 먹어서 미역국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해요.
획득형질은 유전이 안된다는 말이 틀린건지...
아니면 코난아범의 군대 미역국 이야기가 핑계였던건지...
남편과 아들은 미역국을 안좋아해서, 남은 미역국 반솥도 내일 둘리양과 제가 깨끗하게 먹어치울 예정이예요.
오늘 명왕성에는 또 춥고 눈이 많이 와서 저희 네 식구가 다니는 네 군데 학교가 모두 휴교를 했어요.
저는 오늘이 일주일 중에 가장 바쁜 날인데 뜻밖의 휴교로 하루를 룰루랄라 놀았어요.
이건 아마도 하늘이 주시는 제 생일 서프라이즈 선물~
메인 음식 사진은 이게 전부이고요... ㅠ.ㅠ
다음은 후식 사진입니다.
훤칠한 키에 분위기 있는 미인분은 저희 가족과 무척 친한 이웃 주민이십니다.
어느 주말 아침에 저희 집에서 함께 커피 만들기 놀이를 하며 놀았어요.

과학자인 코난아범이 최첨단 온도계로 섭씨 80도를 확인한 끓인 물로...

이렇게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대지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을 모아~~"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서 커피를 추출합니다.

핸드밀로 방금 갈아서 신선한 커피가 만들어내는 크레마가 보이시죠?

이 커피의 맛은, 과연 천하제일이라 자부합니다.
이걸 마시고나면 커피 기계로 내린 커피는 너무 밍밍해서 맛이 없게 느껴져요.
하지만 맛을 사진으로 보여드릴 수 없으니 안타깝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해요 :-)
(이 맛있는 걸 나혼자 먹을 수 있으니... ㅋㅋㅋ)

커피놀이 하러 오신 이웃 주민님께서 한국에서 공수받은 차를 나눠주셨어요.

오설록, 이거 몇 번 얻어마셔봤는데 참 향긋하고 떫지 않고 맛있던데요?
제가 한국에 살았으면 이거 사먹느라 돈 좀 썼을 듯...

그나마 후식 사진도 이게 전부...
허면, 마음을 살찌우는 마음의 양식 사진이라도 올려보렵니다.
지난 주에 저희 학교 음대 교수들이 총출동해서 연주한 음악회가 있었어요.
음대 교수 중에 한국분이 무려 세 분!
그 중에 두 분은 피아노 전공인데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셨어요.
오랜만에 참석한 클래식 음악회가 얼마나 행복하던지...

코난군은 태권도 클래스에서 오만가지 무지개 색깔 띠를 거쳐가고 있어요.
두 달 마다 심사를 해서 새 띠를 받는데, 거의 같은 포즈에 띠 색깔만 바뀌니 다음부터는 귀찮게 따라가서 사진찍지말고 예전에 찍은 사진에다 포토샵으로 띠 색깔만 바꿀까봐요 :-)

덤앤더머 다이어트를 축복하고 격려하는 신의 배려로(?) 독감을 앓아서 살이 왕창 빠져버린 제 모습입니다.
너무 아프니까 이틀 동안 안먹어도 배고픈 줄을 모르겠더군요.
김치밥국으로 빈속을 채우면서 회복식을 했더니 별 무리없이 위장에 탈 안나고 다시 잘 회복했어요.
그런데 다 나을 무렵에 정기검진을 갔다가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고 다시 하루 끙끙 앓았어요.
다이어트에 쉬지 말고 용맹정진하라는 신의 계시...
(아 지겨워!)

네버랜드의 해적 제이크 라는 디즈니 만화를 아시나요?
요즘 둘리양이 열심히 시청하는 중인데, 등장인물과 똑같이 옷을 만들어 주었어요.

코난군은 다소 쑥쓰러운 듯...
이 다음에 디즈니 크루즈 타고 해적파티 할 때 입히려구요 :-)

춥고 눈이 많이 왔지만 다행히 정전도 안되고, 온 가족이 다 휴교해서 안전하게 집안에만 있으니 미끄러운 도로 걱정도 안해도 되고...
이만하면 훌륭한 생일이었답니다.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