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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K의 첫 요리 - 2004년 2월 11일

| 조회수 : 5,527 | 추천수 : 81
작성일 : 2010-08-19 15:38:13
"아이의 첫 음식"
2004년 02월 11일 15시 57분 45초

“엄마, 이 냄비 써도 돼”
“응, 뭐하려고?”
“몰라도 돼”
“당근 어디 있어?”

‘기분이 안 좋다.’며 뚱해 있던 아이가 부엌에서 뭔가를 하는지
일요일 오후 낮잠에 빠져드는 귓가로 들려온 소리였다.

얼마나 흘렀을까? 마늘빵 냄새와 도마 소리에 잠이 깼다.
좀 더 버티다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20여분 잠들었나보다.

아이는 부엌에서 뭔가를 만드는지 후라이팬을 붙잡고 씨름중이다.
큰 접시를 찾더니 조금 있다 내오는 음식
12살 아이의 첫 음식 '마카로니 볶음'이라나.

'생각보다 맛이 없어' 라며 들고 나온 마카로니 볶음 기가 막혔다.
마늘, 당근, 버섯 등등을 넣고 소스를 만들고 마카로니 삶아 얹어오다니.
하하! 크게 한번 웃고 한수저 가득 물었는데.... 전혀 간이 되어 있지 않았다.

“소금 안 넣었니?”
“응”
“아빠하고 다시 만들어 보자”

팬에 마카로니 다시 넣고 소금 좀 넣고 파 좀 썰고 잠깐 다시 볶았다.
접시에 올려놓으며 후추 뿌리고 먹으니 그럴싸했다.

마카로니 볶음이란 음식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아이 때문에 맛있게 먹은 일요일 간식이었다.



* 블러그하기 전 어느 게시판에 간간히 올리던 글중 K의 첫 요리에 관한 거다.
하도 오래 전이라 글 정리할까 해서 들어갔다 '이 글들을 다 어쩌나' 고민만 만들었다.
사진이 없어 아쉽기도 하고...

얼마전 쌀 튀밥 먹으며 TV보던 K가 "아빠 조청 있어?" 물었었다.
"있어. 왜?"라고 하니 튀밥 쭉 내밀더라
"강정해먹게?" 하니 "응"
"니가 해먹어."하자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며 부엌으로 내 손을 잡아 끌던 K의 모습이 겹쳐 빙긋이 웃었다.
더위를 좀 잊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리s
    '10.8.19 5:47 PM

    2004년도면, 초등학생 K양?
    소금간을 안했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귀엽네요..
    저의 첫 요리는 콩나물 무침이었어요.
    뭔가 맛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설탕 한숫가락 퍽!
    그래도 맛있다고 웃으면서 드셔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 2. 오후에
    '10.8.20 1:08 PM

    마리s님//네 초등생 K입니다. 저때까지만 해도 참 귀여웠는데... "생각보다 맛이없어" 저는 이말이 더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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