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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6월 2일 선거일, 밥상

| 조회수 : 9,620 | 추천수 : 155
작성일 : 2010-06-03 12:14:57
6월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선거결과에 만족하든 아쉬워하든 선거는 끝났습니다.
달콤한 휴일을 즐기셨든, 나름 권리를 행사하셨든, 휴일은커녕 동동거리며 일하고 투표까지 하셨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아무튼 저마다의 일상을 담고 눈부신 한 낮의 꿈처럼 간, 6월 2일은 이제 어제입니다.

화요일, H씨 ‘몸이 안 좋다.’는 전화가 있었습니다. ‘체 했는지 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설쳤다.’며 ‘일찍 올 수 있냐?’ 묻더군요. ‘약속이 있어 좀 힘들겠다.’ 했습니다. 이런 경우 열 일 제치고 집에 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이상하게 아플 때 옆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반성은 하지만 그 반성은 어린 시절 반성문 보다 못한 경우가 많지요.

뭐 약속이라는 게 별건 아닙니다. ‘술’ 먹는 일이지요.
중간에 전화하니 ‘괜찮은 것 같다.’ 하더군요. 그러다 결국 “술 잔뜩 먹고 들어오고…….” 한 소리 들었습니다. “괜찮으면 됐지”하고 볼멘소리로 답하고 아침 준비했습니다.

딱 한 숟가락쯤 솥에 밥이 있더군요. 누룽지를 죽처럼 좀 되직하게 끓이려 합니다. 한 술 밥 있는 솥에 누룽지 넣었습니다. 물 넣고 물이 졸아질 때까지 팍팍 끓입니다.


누룽지 끓는 동안 우뭇가사리 무쳤습니다. 혹 입맛 없다 못 먹을까봐 시금치 국도 준비했습니다. 소화에 부담 없는 된장국물이라도 마시라고요.

꽈리고추 조림, 콩 햄 등 먹다 남은 반찬들 꺼내 차린 아침상입니다.
누룽지는 일부러 뒤적이며 좀 치댔습니다. 고소해지라고요. 참기름 넣을까 하다 그냥 깨만 조금 얹었습니다.



아침 먹고 텃밭에 갔다 왔습니다. 여름 상추 씨 뿌렸습니다.

점심엔 샌드위치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2박 3일 일정으로 수련회 갔다 돌아오는 날입니다.
좀 웃기는 학교입니다. 휴일인 선거일을 끼어 수련회 일정을 잡았더군요.

私기업에서도 ‘선거일’ 대체휴무가 쉽지 않을 텐데. 개념이 없는 건지 아이들 하루라도 더 공부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인지 아무튼 좀 용감한 학교입니다.

반쪽짜리 단호박 굴러다니는 게 눈에 거슬렸는데 드디어 해치웠습니다.
쪄낸 단호박은 마요네즈와 버무리고 파프리카 맛 나는 ‘당조’라는 고추와 상추까지 얹으니 그럭저럭 모양도 납니다.



좀 늦은 점심을 커피에 샌드위치로 먹고 투표하러 갔습니다. 10여년만의 투표입니다. 20분쯤 줄 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H씨 “줄 서긴 처음이네, 투표율 높을 모양이네.” 합니다. 투표소가기 전에 선거공보물 한 번 훑어보았습니다. 참 후보 많더군요. “교육의원은 당도 없고 이거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가네.” 라고 하는 H씨와 둘이 파란색 공보물 부터 골라내고 남은 것 중 ‘무상급식’이 공약에 있나 확인하는 것으로 투표준비를 했습니다.  

투표 마치고 나온 학교 운동장, 참 좋습니다. 6월의 빛은 5월과 또 다릅니다. 5월이 여린 순의 색이라면 6월은 하루 볕만큼씩 색이 짙어집니다. 그렇게 짙어지고 있는 가로수 길을 둘이 잠시 걸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 앉기도 했고요.

우리 일상은 하루 볕만큼씩 짙어지는데 선거 결과가 부여하는 정치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얼핏 비바람과 햇빛에 영향을 무지 받는 다이나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마지막 잎새’처럼 가짜인 경우가 많더군요.



수많은 김씨, 이씨, 박씨님들…….  디씨님까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ibbonstuffie
    '10.6.3 12:21 PM - 삭제된댓글

    오후에님 오늘 글은
    다른 때 처럼 쉽게 읽어 내려가 지지 않아요.

    마지막 잎새..
    공감입니다.

  • 2. 쎄뇨라팍
    '10.6.3 2:06 PM

    ㅋㅋ
    글쎄 말입니다
    정치판 얘기는 정말 입맛 가시게 하는덴 최고죠 ㅎㅎ

    토스트에 전 필이 확 꽂혔습니다

    역시 늦은 오후쯤엔 먹고사는 얘기가 훨 낫은것 같아요

    그래야 지겨우리만치 초침이 멈춘 것 같은 오후를 그나마 버틸 수 있으니 말예요

    오늘도 화이팅하시구요,

    H님 체끼 언능 나으셔요^^

  • 3. 커피번
    '10.6.4 8:15 AM

    굴러다니던 단호박을 찜,,,,아이고야~~
    엊그제 굴러다니던 단호박 찜통에 푹 찐 후
    뒷베란다에 내놓은거 지금 생각났어요.
    어제저녁 찜통 보면서 내일 냉동실 떡 쪄먹어야겠다..하면서도
    단호박은 생각도 못했네요. 정신 나갔나봐요..ㅠ.ㅠ
    아깝지만 버리러 갑니다..흑
    H님, 빨리 나으세요....

  • 4. 오후에
    '10.6.4 9:59 AM

    ribbonstuffie님//제가 좀 무거웠나요?
    팍님//덕분에 H씨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화이팅하시구요
    커피빈님//어이쿠 그래도 찜통 불에 올려놓고 태운것보단 낫잖아요. 상한거야 버리기만 하면 되지만 태운건 찜통 닦는 일이 장난아니라는... ㅋㅋ 감사

  • 5. 쎄뇨라팍
    '10.6.4 10:52 AM

    어머!!!
    이젠 답글까지요 ㅎㅎ

    감사감사^^

  • 6. ribbonstuffie
    '10.6.4 11:56 AM - 삭제된댓글

    무겁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다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서...

    언제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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