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담겠다고
메주를 시골집으로 부쳤습니다.
부모님은 가까운 지방도시에서 오가십니다.
두분 모두 건강이 안 좋으십니다.
늘 조마 조마.......
어제
택배 아저씨가 하얀대문 앞에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무도 안계시답니다.
대문 앞에 그냥 내려놓고 가셨습니다.
안달이 나신 아버지
아침 일찍 서둘러 시골로 들어가셨나봅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메주 잘 받아 놓았다.
하십니다.
무거워서 어쩌셨냐고하니
둘이서 들어다 놓았다 하십니다.
눈이 쌓였다 녹은 그 진입로를 올라
키가 큰 할배와 키가 작은 할매가
중간에 차를 세우고
열쇠로 철대문을 열고
차를 마당에 세우고는
다시 걸어 내려와 대문 바깥 돌위에 얹힌
십키로가 조금 넘는 메주를 둘이서 옮겨서 들여다 놓으셨답니다.
배추 한접 백포기를 김장을 하던 할매가
피아노를 이리 저리 옮겨가며 집안에 들어 온 쥐를 잡아내던 할배가
메주 한상자를 못 들어서
둘이 맞들고 옮기셨다네요.
이 뚱뚱이 딸을 안고 얼르던 그 분들은 그대론데
스러져가는 삶이 참으로 안타깝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 있겠지요.
이 봄
그리고 또 한해
늘 건강하게 곁에 계셔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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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네 두분만 오롯이
세월이..... 조회수 : 768
작성일 : 2011-02-16 13:45:09
IP : 210.221.xxx.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2.16 1:49 PM (116.37.xxx.204)곧 만나게 될 우리네 모습이기도 해서 더 아련하지요?
2. 명절에
'11.2.16 2:10 PM (218.50.xxx.182)좋은 고기가 구해져 싸들고가서 찜을 해드렸더니
그리 질긴것도 아닌 그것을
입안에서 이리저리 돌리시는 모습 보면서 울컥 했습니다.
요며칠 도가니랑 꼬리를 사다가 눈물로 끓였네요.
자식 키우면서 겨우 짚어지는 마음들이 있어 특히나 유난하고 까다로웠던 제가 드렸을 불효에 가끔은 억장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바빠서, 내 할 일들이 많아서 잊은 듯이 살다가 일년에 몇 번 뵈는 사이에 그리 늙으셔서 내내 마음이 안 좋습니다.
눈도 많고 추웠던 이 겨울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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