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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 최고은 선배님의 같은과 학교 후배입니다..."

저녁숲 조회수 : 3,449
작성일 : 2011-02-09 20:39:19


- 그동안 정말 말하고 싶었다. 영화 제작사의 횡포-



저는 돌아가신 최고은 선배님의 같은과 학교 후배입니다.

일주일 쯤 전인가, 학교 동기에게 선배가 집에서 홀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무슨 사정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오늘 기사를 보고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네요.

정말 눈물만 나고 그동안 참으며 쌓아왔던 이 영화 바닥의 모든 서러움과 화가 한꺼번에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최고은 선배님, 아마 자신의 첫 시나리오 계약 후 엄청난 꿈에 부풀어 오르셨을 겁니다. 정말 열심히 쓰셨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돌아온 건 계약금 중 일부인 몇백만원정도가 고작이었겠죠.

몇주, 몇달, 몇년, 그렇게 기약없는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하지만 캐스팅과 투자가 확정되어 영화가 들어갈 때까지 받아야 할 남은 돈은 주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나가고 싶어도 자신과 자신의 시나리오는 말도 안되는 계약 때문에 이미 회사에 묶여습니다. 일은 계속 하지만 돈은 받지 못합니다. 생활이 힘듭니다. 몸이 아픕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아래의 글을 쓰면서 사실 참 부끄럽게도 걱정이 앞섭니다. 혹시 이 글이 크게 퍼져 해당 제작사쪽의 귀에 들어가면 제 앞길에 방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 역시 감독을 꿈꾸는 사람이니 말이죠.

하지만 정말 말해야 겠습니다. 음악과 방송계의 어두운면에 가려져 있던 이 영화판의 더욱더 말도안되는 횡포들을요.



이제부터 다른 한 제작사의 사실적인 예를 들지요.

작년에 유명한 미남 주인공이 톱으로 나와 엄청난 흥행을 일으켰던 한 영화가 있습니다. 600만이 넘어간 영화입니다. 아마 100억은 벌었을 겁니다. 근데 그 제작사의 횡포, 아주 대단했습니다.

제 지인이 그 영화 스탭이었죠. 처음에 그 제작사가 3달에 800만원 주겠다고 하며 계약했다고 합니다. 근데 몇주 뒤 갑자기 말을 바꾸더니 4달로 연장하자고 바꾸더래요. 한달은 봐줄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같은 돈에 계약했습니다.

근데 이게 웬걸 촬영은 5개월, 6개월로 늘어납니다. 처음에 3달에 800만원 했을땐 많아보이죠? 근데 그 추운 겨울날 맨날 밤 꼴딱 새고 일어나자마자 새벽같이 출근하고 야근수당도 안주고 촬영은 날로 늘어갑니다. 더군다나 저 800만원 받은 분은 기술스탭이라 그나마 많이 받은거구요, 일반 연출부나 제작부는 저 돈의 반도 못받을 겁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스탭들이 추가계약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근데 그 제작사 대표, 배째라는 식으로 돈 안주더랍니다.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라, 다른 애들 뽑아서 돈 주겠다고 하더랍니다. 도대체 그건 무슨 논리입니까? 일 계속 하던 사람 돈 주고 쓰면 되지 왜 다른 사람 새로 뽑아서 돈 주겠다고 할까요?

스탭들이 저렇게 쎄게 나오다가도 결국 참고 돈 안받으며 일할거 뻔히 알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제가 두렵다며 이야기 했지만 스텝들 제작사 눈치 엄청 봅니다. 나중에 일거리 안들어오면 큰일이거든요.

아무튼, 지금 당장 돈이 없어서 돈 못준다 칩시다. 그러면 나중에 영화 개봉하고, 흥행해서 수입 생기면 그때 추가로 주겠다는 계약서라도 써야되는거 아닙니까? 그 영화 40억인가 50억 정도 제작비 들여서 600만 넘게 들었습니다. 순수익만 100억에 가까울 겁니다. 근데 돈도 제대로 못받고 일한 스텝들, 떨어지는 돈 단돈 만원이라도 있을까요? 없습니다.

600만 넘었을때 제작사가 스텝들 모아서 파티 했다고 합니다. 그 영화제작사 대표 싱글싱글 거리며 돈 떼먹은 스탭들 테이블에 낯짝좋게 앉아서 수고했다고 말했더랍니다. 다들 무시하고 쌩깠다죠.



이게 영화판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모두 참고 일합니다. 꿈 때문이죠. 남의 꿈 밑져서 생노동 시켜먹고 횡포부리는, 한마디로 사x꾼들 입니다.

뭐 처음부터 저예산으로 시작한 영화라 인정상 돈 조금 받고 일하는건 충분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중에 큰 수익이 났을 경우엔 그만큼 돌려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하지만 그냥 관례니까, 원래 그랬으니까, 하고 스탭들 뛰엄뛰엄 보고 줄것도 안주는 제작사나 투자사들 진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일은 돈도 잘 안 모입니다. 목돈 한번 받고서는 다음에 들어 올 일거리는 기약이 없습니다. 돌아가신 최고은 선배처럼 가족, 지인 없이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정말 끝 입니다.



할리우드는요, 평생 카메라 포커스 맞추는 일만 해도 걱정없이 먹고 산다고 합니다. 물론 영화 시장이 크니 말이 되는 얘기입니다.

근데 우리가 뭐 그런거 바랍니까? 일한만큼만 받을 수 있길 바라는 거지요.

영화 스탭들은 일반 기업들 처럼 노조 만들어서 파업같은 것도 못합니다. 먹히지 않으니까요. 헝그리 정신으로 이 바닥에 보수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은 넘치고 넘칩니다.



물론 개념찬 제작사도 분명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이 이런 현실이고, 이런 대우와 수익구조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 바닥을 우리는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겠습니다. 그놈의 꿈 때문에요.

사실 감독과 배우들은 아무 힘이 없습니다. 이들을 욕해선 안됩니다. 제작사와 투자사가 문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부디 이 어려운 현실을 알고 영화를 즐겨주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이 보시는 한국의 모든 영화들, 이렇게 제대로 된 대접도 못받으며 뒤에서 일하는 수십명의 스탭들이 몸 바쳐 만드는 영화 입니다.



이런 글을 쓴다한들 달라지는건 없겠죠.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못다 핀 꿈을 안고 홀로 생을 마감하신 선배님의 마지막은 얼마나 슬프셨을지, 외로우셨을지, 감히 제가 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

선배의 죽음이 물론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분명 선배가 속해있던 위와 같은 사회 구조의 문제가 더 컸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따지며 책임을 묻고 싶네요.



정말 뭐라 말을 이으며 이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228314
IP : 58.235.xxx.6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녁숲
    '11.2.9 8:39 PM (58.235.xxx.68)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2283...

  • 2. ..
    '11.2.9 8:43 PM (203.255.xxx.41)

    아저씨들은 꼭 봐야하는 글이네요...답답합니다. 여러모로..

  • 3. 썩은 세상
    '11.2.9 8:45 PM (125.142.xxx.233)

    알고 보면 사회곳곳 거진 다 그래요.
    살기 힘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4. 청사포
    '11.2.9 8:47 PM (175.113.xxx.86)

    울나라 아저씨들은 왜 그럴까요?

  • 5. -_-
    '11.2.9 8:55 PM (115.23.xxx.8)

    오늘부터 한국 영화 안보렵니다.
    이 부조리한 구조가 바뀌기 전엔 절대 안보렵니다.

  • 6. 이제보니
    '11.2.9 8:58 PM (110.5.xxx.253)

    정의의 아저씨가 아니라
    독버섯이었네요.

  • 7. verite
    '11.2.9 9:11 PM (121.160.xxx.215)

    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 곳곳 많은 부분에,,,, 이런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관계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 하나를,,, 고인이 격으신거죠.
    저도,,,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 8. 에효
    '11.2.9 9:28 PM (180.67.xxx.152)

    씨네21에서 영화제작 스탭의 처우 환경에 대한 기사는 몇년전부터 줄창 접했더랬지요.
    여러해가 지나도 이 문제는 항상 제자리 걸음 도돌이표구요.
    사실 경제가 안좋아지만 가장 먼저 타격받는 부분이 문화예술쪽이니 종사자들의 환경은 점점 형편없어집니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젊은 창작자들의 피 빨아먹는 현실에 대해서 분개합니다. 정말 너무해요.
    저도 한국영화 안볼랍니다....!!

  • 9. 아~
    '11.2.9 10:17 PM (122.36.xxx.17)

    댓글 뭔소린가 했더니..

  • 10. 저...
    '11.2.10 10:02 AM (121.134.xxx.148)

    저...욕 먹을 소리지만, 저 정말 궁금해서요...
    원글님 말씀 예전부터 10년, 20년 전부터 계속 들어왔던... 그러니까 영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었던 얘기거든요.
    영화판에 뛰어드는 분들이 이런 현실을 모르고 뛰어들지 않으셨을텐데...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왜 이런 곳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지...
    '꿈'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정말 잘 이해가 안되요.
    '꿈'도 좋지만, 일단 '직업'이라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바닥인지는
    확인하셨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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