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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속풀이 하면 시원할까요?
명절 이틀전에 시댁가서 차례 지낼때까지 혼자 일 다했습니다.
사정이 생겨 시댁 작은댁에서 한분도 오지 않으셨고, 동서는 임신... 그렇다고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지난 명절보다도 훨씬 많은 음식을 했습니다.
새벽 두시부터 묵쑤기를 시작으로 날이 저물때까지 음식하고 밥차리고 치우기의 반복
중간에 세번쯤 눈앞이 깜깜해지며 멍해진적도 있었지만 까짓거 이틀뿐이다 하고 참았습니다.
동서도 힘든 와중에 도와주려고 많이 노력하느 것 보였고, 안쓰럽기도 해 웬만하면 앉아서 있게하거나, 신랑이나 시동생에게 청소나 설거지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결혼 십년만에 남자들 일 시켜본거 처음입니다. 이게 아마도 처음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린거 같기도 합니다.
차례 지내고 점심 먹고 나설 준비를 하려는데, 하루 더 자고 가라시기에 내일부터 일해야 해서 안된다 했습니다.
그럼 자고 아침일찍 가면 되지 않느냐 시길래 아침일찍부터 친정에 애들 맞겨야 되서 아침에 가면 힘들다 하고 준비하는데, 어머님이 "친정가니?" 라고 물으셨습니다.
낼 아침 애들 맡기러 친정갈꺼면 명절 당일날 친정은 가면 안되는 거였을까요?
명절날 가서 세배하는 것 하고 다음날 일때문에 아이들 맡기는 것을 저는 따로 생각했거든요.
아이들 맡기는게 좀 많이 미안 하고, 친정 부모님 아이들 거의 매일 봐주실때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돈 드리면 막 화내세요. 십원한장 안받으려고 하세요. 돈때문에 손자봐주는 사람 만든다고....동생이 막 뭐라고 해요 저한테...언니때문에 엄마 힘들다고... 그건 아냐고... 알아서 안맞기면 또 막 뭐라하세요. 왜 안 맞기냐고, 조금이라도 힘있을때 도와주고 싶다고... 그래서 매일 미안하고... 그래서 설날 애들데리고 예쁘게 세배하고 바로 오고 싶었어요.
남편하고는 시댁가기전에 미리 말 맞추고 가요 항상... 이틀종안 죽도록 열심히 일하고 명절 당일날 점심먹고 와요. 매번 더 자고가라 잡으시지만 그냥 옵니다. 시누보고가란 말씀은 못하세요. 항상 명절 전날 저녁에 아이들과 남편 온식구 데리고 와서 저녁 먹고 가요. 아이들한테 외가 친적들 다 모였을때 보여준다고....
이번에도 조카들에게 미리 세배 다 받고 준비해간 봉투도 다 줬습니다. (중1, 초 2 : 20만원)
남편도 제가 시댁에 있는 동안에는 죽도록 열심히 하는 거 알고 있어요.
올해는 남편일을 도와줘야 해서 명절 당일까지만 쉬고 다음날부터 열심히 일하기로 약속하고 갔어요.
시댁에서 나와서 집에 먼저 와서 애들 목욕 시키고, 옷갈아 입혀서 친정 가서 세배하고 집에오니 저녁 8시 정도 되더군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어머니 전화하십니다.
"다짜고자 큰애(남편) 거기 있니?"
시동생 청국장 끓여주려는데 청국장이 없다. 가져오라십니다.
못간다. 내일 시누가 올텐데 올때 가져와라 하심 안되겠냐? 시누는 바빠서 못가져온답니다.
안갔습니다. 그시간까지 친정에 있나 싶어 혹시 친정에서 자고 올까봐 전화하신걸로 생각됩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 전화하셨어요.
"광에있던 과자 봉지채 없어졌다. 니가 가져갔니?"
제가 도둑으로 보일까요? 기분 너무 나빴습니다. 예전에 금반지 가져갔니 부터 시작해 젓가락 가져가니 소고기 가져갔니까지 듣고 제가 열받아 어머니랑 전화로 한바탕 한 이후로 안그러시더니....
신랑한테 어머닌 내가 도둑으로 보이시나봐 과자 가졌가져갔냐 물으시네... 아침부터 기분 참 안좋아 라고 하니
한숨쉬며 우리엄만 왜그러냐며 미안해 했습니다. 남편도 자기 엄마 아주 잘 알아요.ㅠㅜ
중간에 아버님 전화가 두번정도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통화하고 싶으시다고....
저녁즈음에 어머니 또 전화하십니다.
보름날 떡해야 되는데 너 바뻐서 못올테니 보름전 제일 좋은 날이 내일이다. 어떻할래?
떡하러 오라는 말씀....일 해야 하니 떡은 제가 한다고 안간다 했습니다. 며느리 10년차가 되니 저도 이리저리 머리 굴려집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쁩니다.
제가 진짜 남편도와 일하는지 확인 하려는 전화인거 저도 다 압니다. 그래서 집에 있으면 안되는 시간에 꼭 집전화로 하시는 것도 압니다.
다음날 아침 또 전화 하십니다.
떡은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거라고 가르치십니다. 못하겠으면 오라고...ㅠㅜ
아버님 또 전화하십니다. 목소리가 왜그러냐 시길래 몸살이 난거 같다고 했습니다.
니가 뭐 한게 있다고 몸살이냐십니다.
저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게 느껴졌습니다.
또 전화벨이 울리더니 시댁 번화번호가 뜹니다.
순간 "아 시팔..... 짜증나" 이말에 제 입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남편을 저를 쳐다보더니 옷 입고 나갑니다.
밤 열시 핸드폰에 XX노래방 200,000원이 찍힌 문자가 왔습니다. 남편이 노래방에 간거지요.
화났습니다. 참았습니다. 열한시반 노래방에 전화했습니다. 어떻게 쓰면 이십만원 나오냐 물었습니다.
자긴 주방아줌마라 모른다더군요.
남편이 노래방에서 아가씨 불러서 놀다가 저한테 걸린적이 여러번입니다. 남의 남편 와이프한테 잡힌 현장에 같이 있던거 제가 그 부인한테 듣고 정말 열받아서 남편한테 그랬습니다.
너가 노래방에서 아가씨랑 노는 건 나의 자존심을 정말 밟아 뭉게는 일이라고.... 제가 예민해하는 걸 알면서도...
새벽 두시 현관문을 발로 꽝 차면서 들어오더니, 생 난리를 칩니다. 노래방까지 전화해서 창피를 줬다는 이유입니다. 니가 나를 못믿는 것이 화가 난답니다. 저보고 xx년이 지X한다고 합니다.
이러다 이사람한테 내가 맞을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울었습니다. 쳐울리 말랍니다.
제가 자기 부모를 원수처럼 말하더랍니다.
왜 자기를 못믿냐 합니다.
우리 큰애 육개월때 큰 수술 해야 한다고 해서 여긴 지방 병원이라 도저히 믿기지가 앉아서 서울 큰병원에 가보면 혹시 아닐지도 모를까 싶어서 울면서 서울 병원에 가보고 싶다고 했을때 회사일 바빠서 자긴 못간단 말이 맨처음 이남자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두번의 수술 하는 동안 회사일 바쁘다고 한번도 같이 안있어 줬습니다. 그래서 그때 그 믿음이 반쯤 날아갔다고 말했습니다. 바빠서 핏덩이 자식 수술할때도 못오더니 시댁 모내기 할땐 회사 휴가 내더군요.
어머님이 우리 엄마 아빠 앞에서 내 동생 앞에서 저한테 니네 아버지 죽으면(돌아가시면 도 아니고 죽으면 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다 챙겨야 되는 데 그럼 힘들다 빨리 동생 결혼시켜라 했을때도
친정엄마가 산후로지를 제대로 못해줘서 내 자손이 이리 비실비실 병이 많다고 했을때도....
금반지 가져갔냐고 했을때도 ...
다 쓸수도 없는 그 많은 모진말로 내가슴에 대못 박을때도 모른척 했을때.... 나머지 믿음의 반 다 날아갔습니다.
큰애가 비실하게 태어난 이유는 추석날 임신 9개월된 며느리를 너무 부려먹어서 태반이 떨어져 버려서 달도 제대로 못채우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다 알면서....
그래도 참은건 내새끼 부모없는 아이 안만들려고, 그래도 남편이 딴짓은 안하니까 였는데.....
그래도 어머님만 아니면 내 남편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사랑하고 살고 싶어서 매일 사랑한다고도 말해줬는데...
큰애가 놀래서 우는데도 저보고 지X하네 어쩌니 저쩌니...
제가 미쳤나봐요. 그와중에 신랑한테 그랬네요.
나도 사랑받고 살고싶고, 가끔 옆에서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등돌리고 눕더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그렇게 살자고 하더군요. 술취해서 그랬다고 위안삼을 수도 있는데 술취해서 이렇게 얘기한게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내가 왜 그런말을 했을까.....뭘 바라고...이젠 바라지도 않으면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더니 저한테 와서는 자기가 다 잘못했다고 미안하고 합니다. 예전엔 미안하다 소리 들으면 그냥 화르르 다 풀렸습니다. 남편이 무딛면도 있고 고집도 있어서 미안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절대 안하는 사람인거 압니다. 그래서 본인입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정말로 미안해 하고 있다는 거 압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정말 힘들게 용기낸거라는 것도 알게 되더군요. 십년을 살아보니...
근데, 남편이 저한테 어디까지,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란걸 알아버린 거 같아요.
화가난것도 아니고, 삐진것도 아니고 그냥 서글픈거 같아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남편 너를 그냥 사랑하고 살 수도 있었을거 같은데, 이젠 영 틀린거 같아요.
이리 저리 쫒아다니며 계속 안아줄려고 하며 미안하다고를 세네번하는데, 그 성격에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거라고 생각되는데, 전혀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그래서 서글퍼요.
십년을 참고 살았더니 갑상선에 혹이 생겼습니다.
정기적으로 초음파 하는데 어제가 그날이었습니다. 초음파 할때쯤이면 제가 많이 예민합니다. 더구나 저랑 비슷한 크기인 다른분이 수술한다는 얘기듣고 제가 기분이 더 많이 울쩍합니다. 물론 남편도 제가 예민해지는 걸 알구요.
어제는 새벽밥먹고도 출근을 하지 않고 계속 밍그적 거리더니 뒤에서 안아주면서 묻는 한마디가 병원 몇시야 였어요. 근데 제가 그랬네요. 그냥 나 내버려 두라고....
또 전화가 옵니다. 시댁에서.... 남편이 제 눈치 보더니 얼른 나갔어요.
전화끊고 좀있다 남편이 전화가 오더니 병원 몇시냐고 또 물어요. 지금껏 한번도 같이 간적 없으면서.....
그래서 내가 알아서 할테니 이젠 내일에 신경 끄라고 했어요.
저 때무에 집에를 못오나 봐요. 새벽 두시에 들어온 남편 얼굴이 굉장히 꺼칠합니다. 근데 이젠 하나도 안불쌍 해요. 평소에는 그냥 이불도 펴지 않고 자는 사람이, 제가 좋아하는 요에 이불에 곱게 깔아놓고 누워있어요. 하나하나 다 화해하려는 몸짓인거 알아요. 근데...
이젠 저도 그사람이 필요 없어요. 다정하게 대해줄 사람이 필요하긴 한데, 남편은 싫어요. 말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싫어요.
저는 절대로 이혼 안해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게 부모없는 아이들이라 생각해요. 엄마든 아빠든 부모없는 아이는 안만들어요.
외로운거 이력이 나서 이젠 괜찮아요.
시어머니 시아버지 활짝 웃으면서 대할 수 있어요.
그래도 혹이 커졌다고... 그래서 우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위로해주는 친구도 있고, 자기 애들 제쳐놓고 저 영화보여주고 밥사주고 드라이브 시켜주고 기분 진정시켜 집에 들여보내주는 친구도 있어요.
근데도 옆에서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위로해주는 친구 말고 다른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한밤중에 멍하니 베란다 밖을 바라보는 대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남편인건 정말 싫어요.....
에고 쓰다보니 주절주절 많이도 썻네....이렇게 글올리면 속이 좀 풀릴까요
1. 롤리폴리
'11.2.8 12:34 PM (182.208.xxx.41)에구 오늘 그나마 한가해서 82에 있다가 이제 나가려고 하면서 마지막 본글인데..
가슴이 막막해지네요. 고생하셨어요..
일단은 이렇게 속상할때마다 여기 글 올려서 위로 받으시구요.
그다음에는 바운더리를 넓혀서 여기저기 모임도 가보세요. 없는 시간은 만드시고요.
글에서 느껴지는 마음씨가 참 고와보입니다. 님께선 최선을 다하신겁니다. 그거가지고
아무도 뭐라고 못할거에요. 조금만 있으심 좋은 날이 올거에요. 힘내세요.2. ..
'11.2.8 12:39 PM (112.158.xxx.5)코끝이 찡하네요.
애 많이 쓰셨구요....
저도 비슷한것들때문에 이혼했고,
다시 재혼했지만
두번째라고 수월하지도 않네요.
하나가 넘치면 다른하나가 부족하고...
뭐 그래요.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려하고
사소한건 털어버리는 것도 참 중요한것 같아요.
힘내시구요.
건강챙기세요. 마음이 참 아프네요.3. ,,,
'11.2.8 5:45 PM (118.220.xxx.63)가슴이 아프네요 원글님 마음은 알겠는데요 그래도 이혼은 안하시겠다니
마음을 조금만 더비우세요 남자란 정말멍청하고 모자라요 말한마디만
부드럽게해주면 더욱더 알아서 잘할텐데 어쩌자고 일은벌려놓고 또용을쓰며
용서를 구하는걸보면 가엾고 안쓰러워요 저도결혼23년차 이혼은 자식들땜에
절대못하고 원글님처럼 남편에게 맘을내려놓고 살았는데요 첫째는 애들이
너무힘들어하고 제자신도 힘들어서 남편을 조금씩용서하게되었어요
대신 시댁에는 정말기본만 해드리고요 원글님도 애들아빠니 너무오래힘들게
하지마시고 맘을내려놓으시길 무엇보다 자신을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