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에요.
결혼전엔 누구보다 아빠를 좋아했고 아빠에게 연민을 느꼈고 전 늘 아빠편이었어요.
어릴적 엄만 맞벌이에 늘 바빴고, 그래서 따뜻한 말한마디 듣기 힘들었고,
늘 목소리가 컸고, 늘 아빠를 싫어했고....아빠때문에 술마시고 울고 소리지르고 그랬어요.
그 모습때문인지 아빠가 너무 불쌍했고 안쓰럽고 일년에 한두번 욱해서 엄마를 위협하거나 집안 집기를 부수고 해도 전 아빠편이었어요.
엄만 늘 아빠가 이기적이라고 하셨지만 저도 가끔 그러는 아빠가 무서웠지만 그래도 엄마 잘못이라 생각했지요.
근데 시집을 와보니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지더라 이겁니다.
일단 아빤 자기 몸을 너무도 끔찍히 생각하시고...
집안일도 거의 도와주시지 않았고, 무능력하셨고...또 부부생활이 불가능한 분이세요.
게다가 그나마 엄마가 투잡해서 간간히 돈벌어와도 자기 무시한다고 집안을 때려부수었고
엄마가 다른 남자와 조금 말을 섞으며 웃어도 그날밤 꼭 엄마를 위협하곤 했어요.
식구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러 앉으면 무조건 아빠배가 차도록 굽기 무섭게 2~3점씩 쌈을 싸서 드시고
맛있는 음식이나 과일을 자식들에게 주기보다는 숨겨놓고 혼자드셨고..
집안 전구를 갈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늘 엄마가 도맡아 하셨고.......등등등등
저희 앞에선 늘 자상한 목소리로 불쌍한척 연기를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이 아빠와 전혀 달라서일까요....
예를 들어 분리수거 같은 경우도 저 결혼3년동안 분리수거 한번 해본적이 없거든요. (남편 자랑이 아니라 남편 자체가 부지런하고 여자를 위하는 사람이라..말보다는 그냥 행동으로 하거든요.) 아빤 늘 투정부리고 하기 싫어해서 엄마랑 싸웠구요.
엄마가 살아온 세월이 너무 험난했고, 엄마가 왜 매일 술을 드시고 눈물을 흘리셨는지 알것같고...암튼 혼란스럽고 아빠가 미워집니다. 지금도 아빤 저희앞에서 불쌍하척 자상한척 연기를 하세요.
이젠 엄마도 늙어서 그런 아빠에게 미운 마음보다는 연민을 느끼지만 전 아빠가 너무 너무 보기 싫어요.
그냥 안보면 그냥 나이드신 아빠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더 챙겨드리고 싶지만 이제 퇴직하시고 만날 사람도 없고 심심하시니 일주일이 멀다하고 오세요........
아빠에게 늘 다정하던 제가 이젠 정말 차갑게 돌변해버렸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마음이 잡히질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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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친정아빠가 미워지신분 계신가요?
답답 조회수 : 1,164
작성일 : 2011-01-16 00:44:10
IP : 59.25.xxx.13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1.16 12:51 AM (220.126.xxx.236)저도 결혼하고 그렇네요
결혼전엔 그냥 아버지가 엄해서 어렵기만 했지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제가 결혼해서 살면서 부부로 사는것에 대해 생각해보니 친정아버지가 너무 밉네요
전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젠 나라도 잘해드리고 챙겨드리지 못하니 더더욱 엄마를 힘들게 했던 친정아버지가 밉고 싫습니다
제가 성숙한 인간이 못되서인지 친정 아버지 그냥 안보고 사네요 ㅠㅠ2. ...
'11.1.16 1:28 AM (220.88.xxx.219)전 미혼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일생을 생각해보면 아빠가 미워지네요. 정말 우리 엄마를 만난 아빠는 인생 로또.
3. 저두
'11.1.16 9:39 AM (125.143.xxx.83)우리 고생안시키고 부유하게 키워주셨지만..
저도 어릴땐 부부싸움하면 엄마가 잘못됏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나이가 많이 드니..왜 싸우게됏는지 이해가 백만배 됩니다.
엄마가 이런 사람이랑 어떻게 살았을까싶고..
요즘 제가 아버지랑 마니 싸워요..너무 답답해서..4. 네
'11.1.16 10:18 AM (125.176.xxx.2)저도 친정아버지 좋은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결혼생활을 해갈수록 아버지가 엄마에겐 좋은 남편은 아니었구나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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