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정녕 자식들을 이렇게 키울 수 있나요?

ㅠ.ㅠ 조회수 : 665
작성일 : 2011-01-12 06:54:52
만약에 말이다. 그 옛날, 1855년에 프랭클린 피어스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땅을 팔라는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란 스퀘미시족의 시애틀 북미원주민 추장이 그랬던 것처럼 구제역으로 살육당하는 소·돼지를 대표해서 1970년대를 살았던 늙은 소 한 마리가 연설을 한다면 오늘의 구제역 사태를 두고 뭐라 한탄할까?

전에 우리는 들판에서 풀을 뜯고 살았습니다. 논에서 쟁기를 끌었고 무거운 등짐을 장터로 옮겼습니다. 진실된 노동 끝에 한 통의 여물을 받았고, 짚 몇 단으로 일용할 양식을 삼아 고단한 하루를 넘겼습니다. 일 년에 몇 번 제사상이나 명절상에 귀한 음식으로 오르긴 했지만, 한 번도 식탐의 재료가 되어 사시사철 고깃집에 걸려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달포 사이에 소,돼지가 130만 마리나 죽임을 당해 언 땅에 파묻혔습니다. 일부는 생매장 되기도 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소주에 곁들여 우리를 뜯어 먹던 이들이 포클레인 삽날로 우리를 짓뭉개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재앙을 왜 죄 없는 우리 소·돼지에게 뒤집어씌우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좁은 쇠창살 속에 가두어놓고 평생을 사료만 먹이는 짓을 누가 했습니까. 90% 이상을 외국에서 사온 사료를 먹이면서 눈앞에 펼쳐진 7월의 무성한 풀밭에는 제초제를 뿌려대고 우리는 단 한 입도 풀을 뜯지 못하게 한 게 누구입니까.

평생토록 단 한번도 짝짓기를 하지 못하게 하고는 강제 인공수정으로 새끼만 빼내 가는 짓을 누가 했습니까. 구제역이 왜 번지는지 정녕 모르고 하는 짓들입니까. 대량살육과 생매장으로 과연 구제역을 막을 수 있다고 믿기나 하는지요? 예방 백신만 확보하면 이런 사태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동차에 기름 넣듯이 지금의 배합사료는 쇠고기 만드는 공장에 넣는 공업용 원료입니다. 우리는 원래 되새김 동물입니다. 위가 네 개인 우리는 되새김질을 해야 정상적인 순환작용, 소화작용을 합니다. 대부분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를 갈아 만든 이따위 배합사료는 단백질 덩어리와 다름없습니다.

1:1로 균형을 이뤄야 할 오메가6 지방산이 오메가3보다 무려 66배나 많은 옥수수는 되새김질은커녕 목구멍을 넘기면서 흡수되어 버립니다. 우리의 몸은 망가지고 살만 찝니다.

막사 구석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항생제들은 우리 몸뚱이를 지탱하는 의족이자 의수입니다. 우리들에게 먹이는 항생제 량은 호주의 37배나 되고 미국의 근 3배나 됩니다. 우리는 늘 약물중독 상태입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습니까.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 한 마리가 구제역에 걸리면 반경 얼마 안에는 전부 몰살당해야 하는 이 비참을 누가 조성했습니까. 자식같이 키웠는데 하루아침에 살처분당했다고 통곡하는 축산농가에도 우리는 할 말이 있습니다.

정녕 자식을 이렇게 키우는지 묻고 싶습니다. 영양제와 항생제로 자식을 키우는지 말입니다. 좁은 우리에 가두어 놓고 경제성이 가장 좋은 출하시기를 자로 재듯이 가늠 해 가며 되팔아서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최대의 관심사 아니었는지, 우리를 자본재로 여기며 자본회전 속도에 관심을 더 두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우리가 축사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도살장으로 끌려가 컨베이어벨트 쇠갈고리에 걸려 빙글빙글 돌면서 바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것을 그들은 알 겁니다. 때로는 목숨이 다 끊어지지 않은 채로 머리가 잘리고 사지가 조각납니다. 이런데도 자식처럼 키운다는 말은 우리가 듣기에 거북합니다. 인간들이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못해 원혼이라도 살아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좁은 이 땅에 소만 340만 마리나 됩니다. 갓난애부터 노인병원 와상환자까지 다 합쳐서 14명당 한 마리입니다. 돼지는 1000만 마리나 됩니다. 세 끼 밥 먹고 살자고 이런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돈을 향한 맹목적인 탐욕과 싸구려 고기로 식욕을 부추기는 이런 짓을 해야 합니까. 이러고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내 세우는 게 가당치나 하단 말인가요?

소 돼지를 파묻는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진정 파묻어야 할 것은 공장식 축산이며 돈벌이 목적의 산업형 축산입니다. 시급히 생매장해야 할 것은 과도한 육식문화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건강에 보탬이 되고 싶지 건강을 망치는 원흉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진정 한 식구처럼 살고 싶은 것은 우리들입니다. '축산물'이 아니라 '가축'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유제류의 원혼을 위로하는 초혼제를 지내고 속죄하기를 호소합니다. 참된 속죄를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마지막 한 마리의 소가 구제역으로 쓰러지기 전에. 마지막 한 마리 돼지가 파묻히기 전에.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IP : 175.119.xxx.18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5840 유명산 휴양림 가려는데요 유명산 근처 깨끗한 팬션 알려주세요. .. 2010/08/09 242
    565839 반찬 배달 전문점에 대해서 꼭 알려주세요 2010/08/09 239
    565838 뭐든지 아는 82cook lemont.. 2010/08/09 325
    565837 방학동안, 문화체험,학습..할수 있는 곳 좀 알려주세요~~ 초등2 2010/08/09 213
    565836 프로스펙스 정기세일이 언제인가요? 1 초등맘 2010/08/09 894
    565835 자궁적출술하신 분들.... 2 난소검사 2010/08/09 975
    565834 남들 다 갖는 아이를 처음 갖게 되었는데.. 8 댓글 절실^.. 2010/08/09 1,077
    565833 파워포인트가 안되는데 좀 봐주세요. 1 도와주세요~.. 2010/08/09 182
    565832 지금 급히 상갓집을 가야하는데.. 5 블랙 2010/08/09 623
    565831 인터넷 도서 사이트에서 직수입 해외도서 구매해보신 분. 4 도서주문 2010/08/09 423
    565830 아이(중1) 교우 관계 어디까지 관여해야 할까요? ** 2010/08/09 327
    565829 구몬 끊기도 어렵군요...장사인지 교육인지?? 13 영업 2010/08/09 2,106
    565828 [중앙] 불법사찰, 몸통 없는 원맨쇼로 끝낼 작정인가 1 세우실 2010/08/09 141
    565827 딴지일보에 올라온 기사에요... 안희정 죽이기가 시작 됐다네요...ㅠ.ㅠ 2 딴지일보 2010/08/09 1,013
    565826 언니네 휴가갈때 우리 아이둘을 같이 보내려는데 비용을 얼마나 주면?? 12 동생 2010/08/09 1,731
    565825 푸켓, 싱가포르, 하노이, 프놈펜 중 어디가 좋을까요? 11 혼자가요 2010/08/09 848
    565824 7세 여아, 대변이 늘 ... 무른 상태 1 죄송합니다만.. 2010/08/09 301
    565823 나도 예쁜옷 입고 다니고 싶어요 7 나도 2010/08/09 1,849
    565822 초등1학년인데요, 1학기 공부한것 다시한번 흝어주려면 어떤 책을 사야할까요 2 2010/08/09 403
    565821 집만 크면 모하냐고요 21 yaani 2010/08/09 11,303
    565820 자동차 저렴하게 구입하는 노하우 있나요? 2 차 사고파 2010/08/09 827
    565819 8/09뉴스! 서울 도심서 버스 운행중 폭발, 17명 부상 1 윤리적소비 2010/08/09 596
    565818 아이친구맘들과 식사할 만한 곳 추천해주세요^^ 예술의전당근.. 2010/08/09 151
    565817 예전 남편분이 부엌 개조하는 과정 올려주셨던 글 좀 찾아주세요.. 1 이케아 2010/08/09 352
    565816 둘째임신중인데 질문이요~ 3 입추 2010/08/09 291
    565815 둘째때 훗배앓이가 더 심한가요? 16 제왕절개 2010/08/09 1,405
    565814 北, 서해 NLL방향 해안포 100여발 발사..“우리 군 피해 없어” 14 세우실 2010/08/09 608
    565813 손발이 오글오글하는 광고. ^^; 20 --; 2010/08/09 2,510
    565812 주걱턱 아이 삼성의료원이 나을까요 개인병원이 나을까요? 4 걱정맘 2010/08/09 770
    565811 씁쓸한 휴가... 3 새댁 2010/08/09 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