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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 글중 답글....

**** 조회수 : 276
작성일 : 2010-11-26 09:42:46
너무 마음에 와 닿아서  퍼왔습니다...
저의 남편은 3남3녀의 막내아들입니다.

결혼 15년차가 될 무렵

제 남편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정신도 육신도 다 놓아 버린 어머님이 계셨습니다.

저의 가정이 아니면 어느 형제도 감당할 여력도 마음도 없다는 판단하에....

저의 가정마저 손을 놓아 버리면 어머님은 요양시설에서 놓아 버린 정신속에 갖혀 세상을 떠나실 수 밖에 없기에 어머님을 모셨습니다.

음식은 거부해서 얼굴로 뿜어 버리고, 드시지도 못한 분이 밤새 소리지르고 뛰고, 대변은 관장으로도 안되어서 손가락으로 마사지해서 파내야 했지요.

겨우겨우 힘들게 올라갔던 자리.....일도 손에서 모두 놓아야 했지요.

직장을 잃어버리고 제아이들에게 신경쓸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는 어머님간병인로만 저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불쌍해서...그렇게 가시게 할 수 없어서..그러면서도 혹여 나의 공허함을 표현하면 남편이 심란할 까봐 씩씩한 척 했습니다.

내가 우울하면 내 가정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웃으려고 화 안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대화중에 시형제분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 불편함이 있었기에 남편에게 약간 내색을 했던거지요.

그런데 남편이 그러더군요. "그래..내 형제들이 어쩌고 저쩌고....그래서 너는 울엄마한테 마음을 다해서 대했냐? 사실 너도 형식적인 부분있잖아. 내가 일일이 얘기해볼까. 니가 그렇게 잘났어?"

대충 이랬던 것 같습니다.

아픈 시부모님을 오래 모시다보면 시집형제께 안좋은 들을 기회가 많아집니다.

한마디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마음 상처받을 기회도 많아집니다.

그런데 시집형제들이 하는 말들은 그래도 괜찮습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 듣자고 좋은 평가 받자고 어머님을 모시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남편의 말을 저를 완전히 좌절시키더군요.

아내가 남들에게 효부소리 듣는 것에 으쓱 하니 기분 좋아 하며 그것을 즐기고

다른 형제들이 전혀 할 수 없는데 본인이 감당하니 뿌듯하고

손주들도 치매걸린 할머니에게 지극 정성이니 남들이 교육잘 시켰다...부모가 본보기다 ..칭찬 일색이고...

그랬지요...

그리고 남편은 느꼈겠지요

가끔은 어머님께 냉랭하고...가끔은 사무적이고...가끔은 돌아서서 화나서 씩씩거리는 아내의 모습을요...

그리고 결정타를 저에게 날렸지요.

'니가 항상 어머님께 최선을 다했냐고....사람들이 있을때와 없을때..두얼굴을 가지고 있다고..이중인격자라고..내가 니가 좋아서 사는 줄 아냐고'



그때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하고 살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저를 남편곁에 붙잡았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픈 어머님이셨습니다.

내가정이 해체되면 어머님은 마음 상처받고 잃어버린 정신세계에 갇혀 요양원으로 가시는 것 말고는 답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때 결심했던 것이 '어머님 살아 생전까지만' 살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님 살아 생전까지만...

남편과 시집형제들 맘 안상하게 지내다가 상치르고 나면 바로 이혼하겠다는 결심을 굳게 했더랬지요.



님!

아내분은 그 오랜 세월동안 제가 했던 이런 결심을 수 없이 반복했을 겁니다.



아내분이 기분을 확 드러냈을때 ..님은 받아 주셨는지요...아니면 저의 남편처럼 한큐에 다시 말할 수 없게 좌절시켰는지요?



제존재에 대한 창피함...억울함..민망함..허무함  이런 것들을 뒤로 하고 저는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기 위해 자식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요?



"나는 성인이 아니라 사람이다. 항상 웃고 항상 친절할 것을 내게 요구하지 마라. 내게 중요한 것은 효부가 아니라 미치지 않고 내자식들을 지키며 어머님 살아 생전까지 함께 지내는 것이다. 잘하고 잘못하고를 내게 따지지 마라. 나는 생활로 함께 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당신과 내가 하는 수준의 할머니에 대한 효도를 강요하지 마라. 당신과 나는 아들과 며느리이기에 당연히 해야 하지만 내아이들에게까지 멍에를 함께 지라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엄마 잠들었을때 엄마깨우지도 못하고 할머니 대소변까지 다 가려주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얼마나 더 해야 당신이 만족하겠나.. 지금도 아주 잘 하고 있다. 당신은 내남편으로 살 필요없다. 어머님의 아들로 살아라.. 나는 어머님의 며느리로 살겠다.  단 당신의 하나뿐인 어머님에게 당신은 어머님의 여러 자식 중 하나인 아들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단 한명뿐인 아빠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라. 어머님 돌아가시고 나면 그때 이혼하겠다 . 당신도 준비해라"



그날 이후

제 남편 엄청 조심하더군요.

아내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오밤중에 술을 마시러 나가기도 하고-아마도 맘속에는 어머님이 맘에 걸리겠지만요^^-

걷기 싫은 오솔길도 걸어야 하고, 아내가 모임이라도 나가면 열일 제쳐두고 귀가해서 어머님 식사 챙기고 아이들 공부도 어떻게 하는지 관심가지고 물어 보아야 하고 딸아이 캠프까지 참석했습니다.

남편은 15년 살면서 안하던 일들을 온힘을 다해 하기 시작한 거지요.



님!

님과 아내분

저와 저의 남편

차이가 있다면 대화가 있었으냐...갈등을 해소했느냐 라는 차이일 겁니다.

여하든 저는 죽을힘을 다해 말로 풀어내었고 그래서 남편은 섣부른 말과 행동이 그 어느때보다도 강하게 가정을 해체시킬 수도 있음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되었으니까요.

님!

아내가 말하지 않았다구요? 그래서 할 수 없었다구요? 기회도 없었다구요?

직설적이지는 않아도 다른 언어든... 표현이든... 수없이 했을 것입니다.

남편에게 시아버님의 며느리가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로 보여지고 인정받기를 갈망했을 겁니다.



님!

아내의 이혼요구를 받고 님은 어떻게 노력하셨는지요?



님께서 아내분께 가지고 있는 믿음과 사랑을 봅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난 세월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아내에게 시간을 주세요.

아내에게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물어 주시고

경제력이 되신다면 제공해 주세요...

일주일에 한번이든 한달에 한번이든 데이트하는 시간도 가져 보시구요...

당신 왜그래?...가 아니라 당신을 사랑해 라고 감정을 표현해주세요

내가 이렇게 까지 잘못했나? 내가 이렇게 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 설마 16년보다 길겠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세요.



여하든 님!

이혼은 아니지만

수많은 생채기가 오랜 시간 굳고 또 굳어 흉터가 되고

이미 가슴에 낙인으로 박혔을 세월이

쉽게 풀어내지지는 못할 겁니다.



님!

힘드시더라도 아내분을 포기하지 마시고 노력해주세요!



그리고

님께서 형제들에 대해 자포자기 식으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 형제들에게 미안한 맘까지 갖지는 마세요.

수많은 댓글들 속에서 상처받고 좌절하실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님께서 형제들에 가지고 있는 애정이 그게 아님을 압니다.

그리고 님의 형제들이 님의 글을 보더라도 원망이 아니라 님의 마음을 가슴 아프게 감싸 주실 것이리라 믿습니다. 그래야 하기도 합니다. 형제니까요...

님의 형제들은 욕을 먹어야 할 나쁜 사람이 아니라 이시대의 평범한 아들딸일 뿐입니다.

님과 님의 아내가 특별하셨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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