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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분 나빴던 선물..

... 조회수 : 2,187
작성일 : 2010-11-15 16:10:24
추석에 시댁에 갔다가 시이모님을 뵈었습니다.
시이모님, 성격이 걸걸하고 말투 거칠긴 하셔도 나쁜 분이 아니고(이말 꼭 나오죠? 시댁식구 얘기할때? ㅋㅋ)
아무튼 전 정말 아무 감정 없었습니다.
시어머니보다 사는 형편도 나아서 그런지 말씀하시는 데에 남 배려하는 여유도 있고
(시이모님은 강남에서 사업 하세요. 저희 시어머니는 너무너무 가난하게 사시고 입에 욕 달고 사시고 ㅠㅠ)
매사에 훨씬 상식적인 분이라서 대하기가 편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추석때 절 준다고 선물을 갖고 오셨답니다. 저 너무 깜짝 놀랐지요. 추석날이 조카며느리 선물주는날 아니잖아요..
"어머 이모님 이걸 저를요? 감사합니다. 저 뜯어봐도 돼요?"
하고 나서 이게 뭐냐고 여쭤봤더니

"향수야"라고 하시네요.

아니 추석에 웬 이런 비싼 선물을,, 향수 비싸잖아요. (저 향수 되게 좋아하거든요..)

속으로 좋아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향 계열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포장을 푸는데
이상한게 두 덩어리 나와요. (똥색;;;)

근데 시이모께서 그걸 보시더니 말을 바꾸셔요.

"응 향수비누야 향수비누.."

--;;;;;;;

근데 왜 제가 선물을 뜯기 전엔 "향수"라고 하셨을까요? 순간적으로 왜 그러셨을지..
제가 바본줄 아셨을까요?

당연히 그 비누,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오래되어서 향은 당연히 안 남 - 사실 색깔 보니 폐식용유가 아닐까 하는;;)
박스 낡은건 당연지사고~
부엌주변에 오래 두셨는지 박스위에 기름때에 먼지까지 덕지덕지 껴서~
사실 알고는 도저히 만질수도 없었어요. 근데 전 기름때 먼지 낀 줄 몰랐죠. 포장이 되어있었으니까.
그 박스 만지고 바로 주방세제로 손 씻어야 했답니다.

적어도 절 '위한' 선물은 아니라는 느낌 받았어요. 그냥 어디서 생겼는데 버리긴 뭐하고 집에 오래 묵혔다가 저 주신 건가봐요..
(시이모님은 며느리가 없으세요)

저 정말 바보천치같이,, 좋다고! 너무 좋다고! 큰 소리로 말씀드리고 입 찢어져라 방긋방긋 웃었답니다.

속이 뒤집힐 거 같지만 정말 웬만하면 입다물고 있으려 했는데, 오는길에 남편에게 보여줬습니다. 이런걸 주셨다고.
남편은 그냥 조용히 쓴웃음을 짓더군요..

그 다음날 바로 버렸습니다. 청소할 때 쓰시라고 청소아주머니 드릴까 했는데 그것도 싫더라구요.
아주그냥 시원하게 텅~! 소리나게 버려버렸더니 속이 시원했어요.

추석 지난지 두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속이 미식미식한게 기분이 안좋아요..
저 너무 못된 거 알지만 저자신이 누구한테 선물할땐 예의 차려서 제가 쓰는거보다 좋은걸로 하는게 습관이 되어있는데
향수라고 하고 향수비누라고 말까지 바꾼 저런 지저분한 선물 받으니까
정말 기분 안 좋았어요.ㅠㅠ
IP : 14.52.xxx.22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11.15 4:12 PM (14.52.xxx.223)

    글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무시당했나? 생각드네요.. 쩝.
    남편이 개천용이라 시댁쪽 집안에서 막 무시하진 않는데 사실,
    남편이 식구들 사이에서 워낙 말이 별로 없어서, 끗발(?)은 없거든요.. 히유..
    선물 받고도 뭔가 무시당하고 짓밟힌 느낌 ㅠㅠ

  • 2. 아뇨
    '10.11.15 4:16 PM (203.11.xxx.73)

    누구한테 뭐든지 주기만 하면 상대방이 좋아할 거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 남편도 우리 입에 안맞는 육포(비첸향), 제가 으악 했던 촌스런 크리스탈 잔, 개업식 글씨 새겨진 수건 이런거 남들 주면 된다고 갖고 있고 막 그래요
    실제로도 저랑 연애할때도 회사 운동회에서 나눠주는 줄넘기, 유통기한이 의심스러운 비타민 이런거 준적 있었고요
    시어머니랑 저랑 우리가 아닌건 남들은 더 싫어한다고 얘기얘기 해줘서 이제 겨우 알아들어요.

  • 3. ㅇㅇ
    '10.11.15 4:17 PM (121.138.xxx.79)

    남편무시하는것보다 시어머니를 무시해서 그런거같아요... 시어머니가 못사니까 며느리까지 우스워보일듯

  • 4. ..
    '10.11.15 4:20 PM (125.139.xxx.108)

    그자리에서 호호 웃으시며 '이모님. 저 이거 안쓸래요. 전 쓰는게 따로 있거든요.
    귀한 것 같은데 이모님 쓰셔요' 하고 놓고 오시징!!!!!!!!!!!

  • 5. ...
    '10.11.15 4:29 PM (14.52.xxx.223)

    원글이에요.

    ..님, 사실은 그렇게 좋아는 했어도 이거 저 주셔도 되는거에요? 하고 놓고 오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관계 파탄날까봐.. ㅠㅠ
    안그래도 제가 하도 그날 분을 못참아서 오기전에 시이모님께 소심하게 한마디 톡 쐈거든요. 헤헤 ㅋㅋ

    ㅇㅇ님, 저도 사실 저희부부보단 시이모님이 자기 언니, 즉 시어머니를 무시해서 그런 거 같아요. 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저는 오히려 시댁에선 일명 '귀한집 딸-친정아버지가 힘이 좀 있으셔서-'로 다들 저를 어려워하시거든요..
    그런데 저희 시어머니, 남들에게 무시당할 말이나 행동 정말 많~이 하시거든요. 남 속 뒤집는 데도 일등이시구요.
    단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 없어도 사람 자체가 점잖고 위엄있으시면 아무도 터치 못하는데요, (존경할 수 있지요)
    '타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아~무 개념이 없어서 남들에게 욕먹을 일 잔뜩 하시고 본인은 모르세요.
    아무데서나 욕하고 소리지르고 머리채 잡고 정말.. 시이모 사업장에도 전화를 한번하면 끊질않고,
    받은 쪽에서 대충 응대하고 끊으면 다시 하기를 무려 수십번.
    단골손님들이 저희 시어머니가 시이모께 전화 하시면 "아 그 이상한 언니?"하신대요.. 시이모님 미치려고 하시거든요.

    시이모를 비롯, 주변 사람들은 저희 시어머니를 정말 힘들어하십니다. 저는 어느정도 끊고 살아요.
    (솔직히 시어머니 정신과 치료 좀 받고 약 드셨으면 좋겠지만,, 시아버지가 몇번 권유했는데 난리치셨습니다. 내가 정신병자냐며. 근데 거의 근접입니다 제가 보기엔.)

    에고,, 그래도 쓰고 보니 좀 마음이 가라앉아요. 전 무려 두달을 (두달내내는 아니지만) 정말 속 미식거려서 죽을뻔했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 ^^

  • 6. ...
    '10.11.15 4:37 PM (180.66.xxx.37)

    저도 선물받고 기분 나빳던적 있어요.
    나를 뭘로 보기에 이런걸 주나하는....
    못된마음일수도 있지만
    주는 사람의 사정, 받는사람의 사정을 다 생각해도
    기분이 나쁜 선물이 있더군요..

  • 7. 선물은
    '10.11.15 7:50 PM (175.213.xxx.22)

    저는 남에게 선물할 때 기준이 딱 하나예요. 내 자신조차 탐이 날 정도로 가치 있는 물건인가. 그렇게 해도 상대방은 만족할까 말까 하는데. 저런 무신경하고 무식한 사람들을 보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그저 입만 떡 벌어져요.

  • 8. ..
    '10.11.15 9:25 PM (112.214.xxx.10)

    에흉, 저도 시가쪽 사람들이 선물한 거 보고 기분나쁜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애 백일 선물로 자기집에서 뒹굴어다니면서 안보던 동화책 2권 받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해요. 당당히 얘기하더라구요. 사은품으로 받아서 가지고 왔다구요. 그냥 챙기지 말지.

  • 9. 프랑스친구
    '10.11.15 10:10 PM (194.206.xxx.202)

    제 프랑스친구, 우리집에 저녁 먹으러 오는데 선물로 웬 조그만 바구니를 주더라구요.
    비닐로 동동 싼 바구니인데 열어보니까 호텔에서 주는 1회용 샴푸, 바디크림 등이 잔뜩 들어있더군요. 언제적부터 받아 놓은 건지도 모르겠고 (양이 많은걸로 봐서 몇 년째 모아 놓은 것 같더라구요) 일단 질이 의심스러워서 그냥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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