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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치는 무렵 씁쓸했던 기억

좀있으면 수능이네요. 조회수 : 1,259
작성일 : 2010-11-13 10:47:30
91학번이니 학력고사 끄트머리 세대네요.

오빠가 재수하고 있어서 고3때 별로 배려도 주목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알아서 공부하던 중
시험일은 점점 다가오고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있는데

아침에 신발신고 있는데 아빠가 뒤통수에 대고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저말은 우리 아빠는 챙겨준다고 한마디 하는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울컥 해서 반항심이 생기더라구요.
꼿꼿이 일어나서 내가 쓸데없는 짓한게 뭐가 있냐고 독오른 목소리로 대답했더니
아빠가 움찔하는데 엄마가 옆에서 말리더라구요.
나보고 학교 다녀오라고 빨리 보내셔서 그냥 그 일은 그렇게 되었어요.

시험치기 전날 엄마가 도시락을 뭘싸줘야 하나 뭐 그러시더니 참치캔 가져가서 먹을래 해서 그러마고 했어요.

시험치고 친구들과 한파에 도시락 꺼내놓고 먹는데 김치랑 뭐 기억 안나는 반찬이랑 참치캔을 뜯으려고 봤더니 뜯어져있고 플라스틱 뚜껑이 덮어 있어서 뜯어 봤더니 참치 몸통은 없고 쪼가리만 조금 남아 있는 상황
같이 먹던 친구들도 어이없어 조심스러워 아무말도 못하는 분위기 감지하고
그대로 다시 집어 넣었어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참치캔을 집어 넣었을까요?
실수 였을까요?
점심 밥맛도 없었는데 더 먹을 맛이 없어지더군요.

그렇게 학력고사를 마치고 다음날 면접을 보러 가는데
버스 한번 타면 좀 막히기 때문에 안되겠다 생각하고 지하철로 갈아타야지 하고 내렸는데
내리고 보니 아차, 주머니에 10원짜리 한푼 없고
달랑 버스 토큰 2개 가지고 있는걸 깨달았어요.

면접 못가면 대학은 물건너 가는건데
내성적이던 나 생전 첨으로 지나가는 아가씨 붙잡고 울먹울먹하며 지하철 요금 구걸했어요.
맘씨좋은 그 아가씨 웃으며 돈주고 면접 잘보라고 하더군요.
정말 정말 내 인생을 구해준 아가씨인데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어요.ㅠ.ㅠ

지나고 생각해보니 아이가 면접간다는데 어떻게 돈한푼 쥐어줄 생각을 못할 수가 있었던건지 정말 부모가 원망스럽니다.

그래도 장학금 타고 대학에 들어갔는데
우리 부모님은 4년 내내 전액 장학금 탈거라고 생각햇나봐요.
이제 저 교육비는 손털었다고 생각하셨었는데
대학 첫 여름방학때 엄마가 다니던 공장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래서 따라 갔어요.
(제 나이때도 공장가서 아르바이트하던 일 흔한 일 아니었어요.)
50만원을 벌었는데 저한테 온게 아니라 엄마가 받아온거 였죠.
생각도 못한 2학기 등록금이 나왔다고 그돈 구경도 못해보고 바로 등록금으로 들어갔어요.
어찌나 섭섭하고 서럽던지
몇날 몇일을 기운없이 축 처져 다니고 말도 안했더니
별의별 잔소리를 다하시더니
결국엔 부모님과 오빠 나를 불러 앉혀놓고
일장 연설에 잔소리를 하시더니 혹시 나보고 연애하다 실연이라도 했냐고 이상하게 넘겨 짚으시더니 더이상 니가 그러면 사람취급을 안하겠다 해서
이야기했죠.
내 친구들은 그 더운 여름날에 놀러 다니고 신입생이라고 mt다니고 그러고 다녔다고
나는 공장에 가서 일했는데 그 돈 구경도 못해보냐고
나한테 수고했다고 얼마라도 좀 주면 안되는거냐고 그 50만원 나한테 주면 내가 그거 다쓰고 다녔겠냐고 장학금 놓친거 죄송해서라도 난 그렇게 못한다고 울먹였더니
세사람 다 당황하고 일장연설하던 기세는 다들 어디 갔는지
유야무야 자리를 파해 버리더군요~~~

생각할 수로 서러운 이야기네요. 저한테는
IP : 117.123.xxx.21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0.11.13 10:56 AM (211.198.xxx.108)

    그래도 원글님 바르게 장하게 잘 자라셨네요.
    가족들이 이런거 저런거 다 챙겨주고 대접받으면서 공주처럼 자라도
    장학금 타고 대학가기가 쉽지가 않은데..
    가족들이 참..
    지금은 행복하시죠? 행복하실거예요.

  • 2. 와우
    '10.11.13 11:06 AM (112.152.xxx.79)

    친정부모도 잘만나야 본전이라우
    난83학번
    학력고사 준비하면서 한 번도 부모님께 문제집 살 돈 달라고 안 해보고
    친구꺼 다쓴거 지우개로 지워가며 그렇게 저렇게 공부했고

    대학등록금 없다는 그 한마디에 장학금 주는 대학 알아보러 다니다
    걍 취직해서 돈벌어 오라더니
    결국 동생들은 내돈으로 재수에 대학 보내주더군요

    어느날인가 옆집 아줌마가 내처지가 너무 불쌍한지
    아가씨가 안벌어도 친정 굶어죽지않으니까 돈관리하라고 충고 해 주시는 걸
    지금 50 다되어서야 내가 그때 미친짓을 한 거라고

    하루에도 문듣문득 가슴치며 통곡합니다
    내청춘 돌려달라고 화풀이 할 곳도 없고
    그나마 그돈으로 저들 배불리 먹고 잘살면

    어려울때 내 누나 내 조카 용돈이라도 한 번 쥐어줬다거나하면
    각골난망
    평생 흐믓한 기억으로 더 배가되어 내가 배풀었을텐데..

    이젠 국물도 없죠
    다 필요 없어요 내자신이 우뚝 서는 길밖에

    원글님 뼈속 깊이 그 일 새기시고
    앞으로도 흥청망청 가족에게 올인 하지마세요

  • 3. 저도.
    '10.11.13 11:07 AM (125.176.xxx.49)

    토닥토닥...어째 그랬을까요? 제가 81학번이니까 원글님하고 10살 차이나네요.
    저도 두살 차이 오빠가 있었는데 엄마가 은연중에 차별을 하셔서 서운했던 기억이
    나네요. 너무 착한 딸이었나봐요. 제가 엄마 대신 안아드릴께요 서운함 푸세요.

  • 4. ..
    '10.11.13 11:35 AM (124.49.xxx.214)

    아휴. 속상해요. 철들고 기특한 딸을 외그리 서운케들 하셨을까요.
    아침에 이런 기억 떠올렸으니 오늘 괜히 우울한 거 아닐까 걱정되네요.
    달콤한 핫초코나 커피 한 잔 마시면서 ' 그렇지만 지금은 이렇게 씩씩하니 잘 지낸다'라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겨 주세요.
    힘내요~~~~^^

  • 5. 힘내세요
    '10.11.13 11:51 AM (125.187.xxx.210)

    ㅜㅜ 제가 다 눈물이 나네요.....이런 거 보면 부모님이 꼭 훌륭해야 자식이 잘 크고 반듯한 건 아닌듯. 원글님...솔직히 너무 멋있으세요. 앞으로 복 많이 받으실꺼예요^^

  • 6. .
    '10.11.13 1:08 PM (211.224.xxx.25)

    아 과잉보호도 문제지만 저렇게 각박한 부모님들도 계신가 봐요. 부모님이 멀쩡하신데 저러시면 정말 상처받을거 같아요. 하지만 저런 부모님 덕에 사회생활 할 때는 그다지 힘들지 않지 않았나요? 워낙에 단련되서.
    전 집안도 어려운데 엄마가 너무 맘 좋게 구셔서 사회생활 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저 학번이면 실업계도 많이 보냈는데 그래도 대학쪽으로 길을 터주신걸 그나마 고맙게 좋게 생각하세요. 여기글 읽으시고 맘푸시길

  • 7. ,,
    '10.11.13 3:09 PM (110.12.xxx.230)

    이쁘신 원글님^^;;앞으로 복받으실거에요..
    토닥토닥...

  • 8. 원글
    '10.11.13 10:16 PM (117.123.xxx.26)

    네^^
    따뜻한 답글 감사드려요.
    저린 기억들이 오히려 한참 나이가 든 지금에서야 저를 괴롭히니 저도 힘드네요.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이건 아니었다 싶은게 어찌나 힘든지요......
    남편한테 털어놓고 눈물 조금 흘리고 위로받았어요.
    따뜻한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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