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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퇴근하고 돌아와보니 집에 빨간 압류딱지가 붙어있습니다

봄비 조회수 : 1,617
작성일 : 2010-11-01 14:23:03
아고라에 올려졌다가 지금은 삭제된 글입니다.
글쎄요... 왜 삭제되었을까요.
얼마전에는 네이트판에도 이와 유사한 글이 올랐었는데 네이트에서 삭제했었지요.
이유는 재능교육에서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간 기업들이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조와 노조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적은 여러번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기도 했었지요.
대표적으로 2003년에 민주노조를 와해시킬려는 회사와 정부를 상대로
고공 크레인에 올라가 129일 동안 투쟁하셨던... 그러다 아래로 투신하셨던
한진중공업의 김주익 열사가 생각나네요.

그런데 이번에는 노조원의 동산에 대한 가압류가 실시되었습니다.  
노조가 무슨 정치투쟁을 해서가 아닙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에게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적용받게 해달라고 해서이지요.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사무국장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저를 포함해 대학물 먹은 아짐들이 가장 흔히 생각하는 것중의 하나가
"급하면 나가서 학습지 선생이라도 하지 뭐...."가 아닐까 싶은데,
혹여라도 제가 이후에 학습지교사를 하면서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하나라도' 보장받게 된다면 그건 이런분들의 노고 때문이겠지요.

****

오늘 저희집에 법원 집행관과 자칭 채권자 교육기업 재능교육에서 와서 집안 집기들에 빨간 딱지들을 붙이고 갔습니다. 육아 때문에 2년반전에 합가해 모시고 있는 어머님 혼자 계실 때 장정 6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와 제대로 설명도 없이 왜 함부로 들어오냐니까 우리는 그냥 문 따고도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집안을 어슬렁 거리면 여기적기 딱지를 붙였다는 군요.

제 아내는 재능교육 학습지선생님입니다. 2001년부터 했으니까 벌써 10년이 다되었네요.
신문사회면을 꼼꼼히 보시는 분은 아실테지만,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은 정규직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보통 말하는 파견 뭐 그런 비정규직하고도 좀 다릅니다. 회사에 출근해서 관리자한테 업무지시를 받고, 업무성과에 대해 끈임없는 피드백을 듣고, 그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지만 회사와는 단지 1:1의 위탁계약을 맺은 자영업자로서 노동법의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노동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월차생리휴가도 없고, 퇴직금도 없고, 의료보험도 없고 뭐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대부분이 가임여성임에도 보장된 출산휴가, 육아휴가도 없습니다.  국회에서는 이런 사람들도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해야 한다고 맨날 법을 만든다 만다 하고, 신문에서도 매년 때 되면 빼놓지 않고 보도를 하지만 이 회사들 로비를 얼마나 잘 하는지 제대로 해결된 적 없습니다. 그나마 겨울철에 골목길 누비며 아이들 만나러 돌아다니다 빙판에 넘어져 다치시는 분 얘기가 하두 많이 나오니까 산재보험만 들 수 있습니다. 그것도 회사에서 의무로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반 회사반 내야 된답니다.

이렇게 법으로도 뭐로도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있으니까 회사들은 신났습니다.
2007년 6월 재능교육은 300만원 받던 선생님이 150만원 받고, 120만원 받던 선생님이 80만원 받는 제도로 급여체계를 바꿨습니다. 물론, 복잡한 계산방법으로 변동이 없거나 다소 월급이 오른 일부 선생님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대다수 선생님들은 월급이 깍였지요.

재능교육에는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정권 바뀌기 전에 학습지교사도 노동자로서 보호해 줘야 한다는 사회적공감대가 있었을때 정부는 노동조합설립신고필증을 발급해 준적이 있지요. 뭐 지금 기업프렌들리 얘기하시는 분은 그딴거 일찌감치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지만요.

제 와이프는 앞에 제가 설명한 학습지선생님이 처한 현실에 공감하고 조금이라고 개선할 것이 있다면 함께하겠다고 그 노조에서 하는 행사 빠지지 않았고 급기야 사무국장이라는 간부가 되었고, 그리고 위에 적은 대로 급여체계 변경을 꾀한 사측에 맞선 항의시위등의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

2007년 6월에 위에 쓴 일이 생기자 재능교육을 위시해 다른회사 동료 학습지선생님들이 합세해서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 12월 급기야 새로 바뀐 제도로 새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는 선생님들 다음년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해고협박을 하면서 회사와 선생님들의 대치는 극에 달했습니다. 참다못한 선생님들은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재능교육 본사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정말 눈물없이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1000일 넘는 농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에 많이 나오기도 했는데, 재능교육 얼마나 돈이 많은지 광고성 기사로 도배를 해놔서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 와중에 재능교육에서는 “방해금지가처분신청”이라는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내용은 회사앞에서 집회, 시위, 피켓팅 기타 지네 맘에 안드는 것들 하지마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하지마라는 게 아니라 한번씩 하면 얼마씩 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서 말이지요. 하지만, 대한민국. 다들 아시다시피 중국집 배달부가 음식값 몇만원 횡령한거는 구속수사하면서도 대기업총수가 수조원 횡령한 것은 휠체어 타고 몇 번 방송에 나오다가 흐지부지 되는 나라인지라,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 결사표현의 자유 다 필요 없고 회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소송사건이 2008년 봄쯤에 있었고, 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고는 하나 그건 순전히 민사상의 문제고 그래도 대한민국에는 집회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매일 경찰서에 가서 집회신고를 하고 합법적으로 집회및 시위를 꾸준히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회사는 제 집사람이 가처분을 몇 번 어겼다고 천만원돈의 채권을 주장하며 갚으라는 말도 없이 통장을 가압류했습니다.

그리고는 한참 별 일없이 흘러가나 싶더니, 오늘 난데없이 딱지를 붙이러 온 겁니다.
참. 마음이 착잡합니다.
집사람이 노조일 한다고 애 돌볼 여력이 안되서 곧 칠순인 어머니하고 합쳤습니다. (전 3남의 막내인데 능력도 안되고 제가 모시는 게 아니라, 순전히 제 아이 때문에 어머니가 희생하시는 거죠). 몇 년전에 세 아들네가 주는 용돈들 모아서 사신 김치냉장고에 딱지가 붙었습니다. 당신이 드시려는 생각보다는 김치 담글 줄 모르는 며느리들 생각에 많이씩 담아서 나눠 먹이려고 당신 용돈 모아서 사신거지요. 그 김치냉장고에 붙어 있는 딱지. 보니까 참 거시기합니다.

저는 원래 뉴스나 국민적 관심사 스포츠 말고는 잘 안보는 TV, 어머니하고 제 여섯 살난 아들이 제일 애용하는, 마누라는 밖에 나가 농성하느라고 볼 시간도 없는 그 TV. 결혼할 때 산 브라운관이 망가져서 큰맘 먹고 아들 교육용 DVD도 보여줄 겸 할부로 산 그 TV에도 여지없이 붙여놨더군요. 빨간 압류딱지.

공정사회니 뭐니 참 좋은 말들은 넘쳐납니다.
하지만, 누구는 남의 돈 한푼 빌리지 않고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 그 집회시위 했다고 대화로 해결하자고, 대화상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그 이유 때문에 집안의 집기가 압류되어 경매로 넘어가야 합니다.

뭐 신경 같이 못 써주다가 이런 일 당하니까 마누라한테 물어봤습니다. 갑자기 왜 이러냐고? 그랬더니 마누라가 웬 팩스복사본 한 장 보여주더군요. 요즘 관심있는여러 시민사회 단체에서 시작한 불매운동이 회사는 그렇게도 맘에 안들었나 봅니다.

역시 돈이 최고군요. 1000일 넘는 농성도, 집회도 다 필요없습니다. 불매운동으로 돈줄인 회원 떨어져 나가는 건 죽어도 싫은가 봐요.
불매운동. 사실 돈많은 사람들이 자식 군대 안보내려고 애 낳으러가는 그 나라, 집회 때 폴리스라인 넘으면 총으로 쏜다는(대한민국 경찰청장님 말씀입니다.) 그 나라에서는 기업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항의수단 아닙니까?

뭐 주저리 주저리 심란한 마음에 적었네요. 재능교육에서는 이런 걸 노리고 압류도 하고, 경매도 하고 그러는 거겠지요.
암튼 재능교육 돈 많이 벌어서 좋겠습니다.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님 김치냉장고, TV, 컴퓨터, 세탁기, 장롱 가져가서 맛있는 거 사 드십시오. 어디서 조사한 건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검색해 보니 회장님 재산이 1020억이라고 나오네요. 그것도 주식재산만 환산한 거 같던데. 자산운용팀이 교육프로그램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인원보다 많은 것 같던데. 그 자산운용 팀에서 하는 주된 일이 땅보러 다니는 거라던데. 그럼 주식말고 땅 포함하면 얼마나 된다는 얘깁니까?

뭐 많지는 않지만 까짓거 좀 보태드리지요. 꼭 계속 그렇게 사십시오. 그리고 재능교육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가르치는 보람, 삶의 여유” 재능선생님들 법대로 산재보험료 반씩이나 내 주시고 그 선생님 주위의 학령기아동 꾸준히 유치해서 회원 늘이시고, “모든 사람이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살아있는 신화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꼭 그렇게 하십시오.
IP : 112.187.xxx.3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봄비
    '10.11.1 2:32 PM (112.187.xxx.33)

    구미에 있는 KEC에서도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려는 회사에 맞서
    노동자들이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권에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야5당(민주,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민노당, 진보신당)이 함께 하고 있네요.
    기륭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되었듯이 구미KEC, 재능교육 문제도
    제발 잘 해결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20432

  • 2. ...
    '10.11.1 5:00 PM (218.235.xxx.89)

    뭐라 써야 할지...참 ㅠㅠ
    이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랄뿐입니다.

  • 3. .
    '10.11.1 5:58 PM (119.70.xxx.39)

    봄비님,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글들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빨리 이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랄뿐입니다.2222222

  • 4. 승질머리
    '10.11.1 11:14 PM (68.38.xxx.24)

    노조원 동산에 대한 가압류라니 정말 치사찌질합니다.
    지난번에 올려주신 비정규직에 관한 글을 보고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하종강이란 분이 쓰신 것을 봤는데
    기륭이 1800 몇십일이고 재능교육이 1000일!! 농성중이란 글을 봤어요.
    기륭은 그래도 들어는 봤는데 재능교육은 첨 알았어요.;;;(유명 학습지인데)
    얼른 해결돼서 농성자분들이 이번 겨울을 맞기전에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 5. 승질머리
    '10.11.1 11:31 PM (68.38.xxx.24)

    참, 하종강님 글에서 보니, 재능교육 불매운동이 있던데
    학습지니, 어머니들이 관심을 가지시면
    기륭보다 파급력이 클텐데....아닌가요?;;;

  • 6. 봄비
    '10.11.2 12:20 AM (112.187.xxx.33)

    승질머리님 오래만입니다.ㅎㅎ
    시민단체에서 재능교육 불매운동을 하는데 펌글속의 내용과
    승질머리님 댓글 덕분에 그 사실을 알고 동참하시는 여기 '엄마'들이
    한분이라도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재능교육의 처사가 너무 치졸한데.... 그 치졸함이 교활함까지 겸비하고 있다는게 문제인 것 같아요.
    공권력을 불러들여 때려잡는 것보다 어떤게 진짜로 노조원들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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