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 자고 자게 복습하다가 '좁은 세상 이야기'에 필 받아 생각난 이야기에요.
우리 아버지 얘긴데요.
뭐, 왕년에 한가닥 안했던 사람 없다 하지만, 우리 아버진 고향에서 알아주는 옹기쟁이의 외아들이었어요.
위로 형도 있고 누나도 있었지만 형들이 병으로 어렸을 때 세상을 뜨는 바람에
완전 금이야 옥이야 키워졌죠.
쌀밥에 고기반찬 올라온 밥상만 받았던 아버지가, 국민학교 때 할머니를 병으로 잃게 되었어요.
혼자 자식들을 키울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아빠보다 나이어린 딸을 데리고 있던 한 여인과 재혼을 했죠.
그래서 커다란 집에 아버지의 아버지(할아버지), 새어머니, 새여동생(?), 누나가 살게 되었어요.
그러다 아버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하루아침에 새어머니가 재산을 싹 다 정리해서 새여동생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합니다.
할아버지는 이 일로 몸져 누웠고, 아버지는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나이 차 많이 나는 누나는 번개불에 콩궈먹듯 결혼해 이민을 가요.
아버지는 16세 때 무작정 상경해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비슷한 처지의 엄마를 만나 결혼하셨구요.
일찌감치 저랑 동생을 보셨어요.
그럭저럭 어려운 살림은 아니었지만 워낙 가진 게 없고 배운 게 없는터라
생활이 쉽진 않았지만,,,
제가 중학교 들어갈 때쯤 해선 작지만 아빠엄마 명의의 작은 빌라를 사게 되었죠.
워낙 살뜰한 엄마는 동네에서도 인기가 좋았어요.
그래서 이웃들에게 이것저것 퍼주길 좋아하셨구요.
그러다 어느날, 빌라 2층에(우리는 3층) 신혼부부가 이사를 왔어요.
엄마는 언제나처럼 새로 이사온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셨죠.
그 자리는 저도 기억나요.
저녁식사 후 다과자리에서 아빠는 신혼부부의 고향이나 뭐, 이런 걸 물었어요.
그런데 얘기가 계속 될수록 엄마아빠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봤죠.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새댁이 아빠의 새엄마가 데려왔던 딸인거에요.
그 모녀는 큰 재산을 가지고 서울로 도망가 가게를 차리고 새 인생을 시작했지만
잘 되질 않았대요. 그러다 결국 사기당해 다 말아먹고, 가난해졌다더군요.
새엄마는 서울 인근에 혼자 살고 계셨어요.
아버지는 원망하며 무시하고 싶으셨지만, 엄마가 잘 설득해 지금은 1년에 한두번 찾아 뵙고 계세요...
그 할머니는 아버지만 보면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우신대요...
이 이야기가 가끔 생각나면서 세상 참 좁다 느끼곤 해요.
아기가 깼어요~ 이유식 주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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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좁다하니 생각난 이야기
인더스몰월드 조회수 : 827
작성일 : 2010-08-27 10:43:36
IP : 122.202.xxx.23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8.27 11:01 AM (122.153.xxx.11)소설 같은 이야기 이네요
정말 세상좁아요 죄짓고는 살지 말아야 ....2. 오호호
'10.8.27 11:06 AM (203.126.xxx.130)부모님이 참 좋으시네요. 저같음 절대 찾아가고 인사가고 못그럴거에요. 완전 원수인데.. 복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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