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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만에 휴가 다녀왔습니다...

... 조회수 : 1,386
작성일 : 2010-08-08 20:26:04
힘든남자 만나서 마음의 여유, 경제적 여유없이
늘 메말라있고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왔어요
이 남자는 가족들 나몰라라하고 실컷 놀러다니고...

큰아이들은 수학여행이나 캠프가서
바람이라도 쏘여봤지만
저는 다친 작은아이를 키우느라
놀러가는거 꿈도 못 꾸어봤습니다

그러던 차에...


1박2일로 놀러갈 일이 생겼어요
관공서에서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모집하는건데
무료라길래 내 인생에 지금 아니면 언제 놀러가볼까싶어
우편공문 뜯자마자 바로 전화하여 신청하였습니다

신청하고서 처음에는 마음이 심란하더군요

나 어렵게 사는거
밖에 나가 광고할일있나....싶기도 하고
다친 아이 데리고 가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민폐를 끼치면서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등등

혹여 아이를 보고 저런 상태에서 뭐하러 참석했나
남들이 흉볼것만 같아 참 괴로웠습니다


아침일찍 출발하여 관공서앞에 도착했는데
일단 담당공무원에게 아이가 몸이 불편하니 버스 탈때 앞자리 좀 부탁한다고 하고서
고등학생같아보이는 남학생과 그 엄마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드릴테니 도와달라고 부탁했어요

목적지에 도착하여 자기소개 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다들 밝은 얼굴로 소개하는데 저는 아이때문에 남들처럼 소개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아이가 몸이 불편하여 이제껏 놀러가본일이 전혀 없어
여러 님들께 폐끼치는거 뻔히 알면서 신청했다고
조금씩만 불편하시더라도 잘 봐달라고 했습니다


밥먹을때나 강의장 자리에 앉을때
제 아이를 생각하여 진행하시는 분들이
먼저 편한 자리를 내주시더군요

소개가 끝난뒤 밥 먹을때 신부님과 한 식탁에 앉았는데 (천주교단체지원)
아이의 상태에 대해
몇마디 물으시면서 뭐든지 필요한거 말씀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옆에 앉으신 레크리에이션 담당자께서는
오후에 래프팅이 있는데 아이와 함께 꼭 참석을 해달라고 하셨구요


래프팅은 그냥 멀찌감치서 보기만 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배 가운데에 앉히기만 하면 된다시면서
래프팅이나 다른 프로그램 아무 염려 마시고 모두 참석해달라 하셨어요

10여년전에 직장에서 래프팅 계획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취소가 되어
래프팅이 뭔지 잘 몰랐어요

배가 뒤집히게 되면 아이는 어쩌나 하는 우려때문에
그냥 아이와 물가에만 있으려고 했거든요...


자갈밭을 걸어서 아이 배에 태울때 진행요원이 아이 안아서 태우시고
뭐든 저와 아이를 위해 먼저 배려를 해주시어
눈치보거나 주눅들지 않고 너무 즐겁게 보냈습니다

3시간 가량 강에서 노를 저으며 배를 타는데
정말 딴세상에 온것같았어요

버려진것만 같았던 저와 아이에게 이런 즐거움의 순간이 온게
꿈만 같았습니다


저녁에는 호텔에서 뷔페음식을 먹었는데
돌잔치나 결혼잔치하는 곳과는 비교가 되지않게 메뉴나 맛이 월등히 좋았습니다

살다보니 내가 이런 고급식당에도 와볼수 있구나...
살다보니 호텔에서 잠까지 자는 일도 생기는구나...
살다보니 엄두도 내지못할 비용이 드는 래프팅까지 즐길수 있구나...
아이의 건강때문에 죄인아닌 죄인으로 살아왔는데
가족보다도 더 따뜻하게 아이를 배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호텔에서 묵을때에 두가족이 방을 함께 쓰게 되었는데
저와 방을 쓰는 사람들은 부모없이 아이들만 셋이서 온 가족이었어요
여고생 두명중 큰아이가 옷을 학생스럽지않게 야하게 입은것같아
방을 함께 쓴다는 말을 듣고서 걱정했는데(아이때문에 불편해할까봐...)
함께 온 열살짜리 막내를 키우다시피하여 괜찮다고 잘 돌볼수있다면서
아이목욕이나 옷갈아입을때 동생 보살피듯 도와주더군요

너무 고마워서 헤어지기전에
막내에게 돈 만원을 쥐어줬어요

마음같아서는 아이숫자에 맞추어 용돈을 주고 싶었지만
제 형편이 좋지않아
만원을 주면서 누나들과 집에 갈때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으라고 했네요


부모교육시간과 티셔츠 그림그리는 시간에는
아이가 찡찡거린다고 진행하시는분께서 먼저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셨어요


늘 용기갖고 살아야하는거 알면서도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폐끼치는 삶이 죽도록 싫어서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들...
아니 폐끼치고뭐고간에
먹고사는거에 치여서 놀러가는거 자체를 생각조차 할수없었어요
더구나 가족보다 더 자상하게
도와주시는 분들을 보니
내가 이틀간 꿈을 꾸다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10여년만에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고서는
나와 아이도 소중한 존재구나... 내 인생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P : 119.204.xxx.10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8.8 8:32 PM (175.112.xxx.69)

    잘 다녀오셨어요.
    관공서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짜임새 있고 좋아요. 앞으로도 많이 참가해 보세요.^^*
    우리는 구청에서 하는 도농체험에 참가한 적 있어요. 아이도 좋아하더라구요. 아이만 가는 거였거든요.
    요즘은 저소득층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으니 더욱 기회가 많을 겁니다.

  • 2. ..
    '10.8.8 8:37 PM (112.168.xxx.87)

    정말 잘 다녀오셨네요
    앞으로 기회되신다면 더 열심히 놀러 다니세요 ^^
    주변에 배려깊으신 분들이 많아서 참 다행이네요~~

  • 3. ^ ^
    '10.8.8 8:49 PM (121.130.xxx.42)

    내미는 손을 잡을 줄 아는 용기있는 분이시군요.
    원글님 글 덕에 오늘 제 가슴이 훈훈합니다.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원글님이야야말로 소중한 것을 글 읽는 우리들에게 나눠주고 계신 겁니다.

  • 4. 우와..
    '10.8.8 9:00 PM (175.119.xxx.59)

    1박2일 짧다면 짧은 휴가지만
    원글님께서 아픈 자녀분 데리고 래프팅까지 하셨다니..
    얼마나 기분전환이 되고 뿌듯하셨을 지 제가 기분이 다 시원해지네요.
    앞으로도 너무 움츠리고 있지 마시고
    더 열심히 바깥 경험 많이 시켜주세요.
    아이도 무척 좋아했겠어요..

  • 5. ..........
    '10.8.8 9:15 PM (175.119.xxx.3)

    축하드려요. 세상이 좀 더 다뜻해진거 같아요

  • 6. 잘 다녀오셨어요
    '10.8.8 9:37 PM (220.117.xxx.130)

    10년만에 휴가라 너무 좋으셨겠어요..글을 읽다 보니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아직은 따뜻한 사람이 더 많은거 같아요~^^

  • 7. ....
    '10.8.8 9:38 PM (125.208.xxx.27)

    원글님은 참 용기있고 지혜롭고 현명한 어머니일것 같아요..현실은 어렵지만 마음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 분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잘 다녀오셨어요 제일 힘든게 자신의 어려움. 부끄러움을 있는그대로 보일수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 아드님을 위해서 그리고 본인 자신을 위해서 용기있는 선택을 하셨잖아요^^

  • 8. 다음에도
    '10.8.8 9:51 PM (219.241.xxx.201)

    이런 좋은 여행 다녀오셔서 후기 올려주세요.
    원글님과 아드님을 도와주고 시간적 경제적 심적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곳을
    또 만나시길 바래요.

  • 9. 크리스마스
    '10.8.9 9:02 AM (180.69.xxx.161)

    참 좋은 글이네요. 님 행복하시길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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