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때는 참 징하게 마셨네요 술모임 좋아하는 친구, 회사동료들에 둘러쌓여서.
그 회사 그만두고도, 그 친구들 이제 안만나게 되고도 집에서 주말이면 치맥!
한주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지요.
근데 그게 술로 스트레스 풀다보니 주중에도 스트레스 받으면 마시고,
좋은 일 있어도 속상한 일 있어도 마시고...
사실 친정아빠가 술마시는 모습 항상 보고 자랐어요.
술마시고 엎어지는 모습은 잘 못봤고 항상 달고 사시는 모습?
제가 좀 그런 편이고 그걸 끊지 못했네요.
술 마시고 나면 다음날 힘들고, 아이랑 못 놀아주고, 술값 안주값 내 형편에 펑펑 써대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다 느꼈지만 또 금요일 저녁이 오면 술먹을 생각에 너무 좋았거든요 ㅠㅠ
내가 술에 쩔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폐인도 아니고... 내 몇 안되는 즐거움 중 하난데 꼭 끊어야 하나
그렇게 자기합리화 시키면서요.
한번 마셔야겠다 생각하면 절대 못 거두고... 모자라다 싶으면 남편한테 술 사오라;; 술이 술을 부르고...
알콜리즘 증상 제대로 있었지요. 술에 쩔은 폐인만 알콜 중독자 아니잖아요.
그리고 가장 무서웠던 건 뇌세포가 하루하루 죽어가는 느낌...
술마시고 나면 머리 항상 띵하고 일 잘 안되고, 회복될 쯤 또 마시고 그걸 항상 반복하니까요.
나중에 일은 고사하고 벽에 똥칠하는 거 아니냐 항상 무섭긴 했는데 그래도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라
또 맥주 생각이 나면 여지없이 마시고 그랬네요.
하지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이사간 집 근처에 알콜중독 치료 병원이 있길래 큰맘먹고 들어갔습니다.
도저히 내 의지로는 못 끊겠길래...
상담하고 약먹고....
지금 한달 채 못되었는데 첫주에 너무 힘들었어요.
남편에게 말을 할까 말까 하다가 의사가 오픈해야 편하다 그래서 얘기했더니
놀라는 눈치였어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그럼서.
하여간 첫 금요일, 술 생각이 간절....
그래서 남편에게 일주일에 한번만, 2주에 한번만 한달에 한번만, 완전 비굴하게 얘기했는데
그럴거면 치료고 뭐고 다 치우라고 단호하게 말하대요. 사실 나중엔 고마웠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술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생각하니까 맘이 편해지네요.
더우니 맥주가 잠깐잠깐 생각나고 축구경기 볼때도 와 션한 맥주와 함께하면 얼마나 좋겠냐
문득문득 생각이 들다가도 다행히 마음이 접어져요. 크게 괴롭지 않네요.
이번주 감기약 먹느라 약 안먹었는데도 편해요.
그래도 꾸준히 먹고 상담도 받고 해야겠지요. 5년은 안 마셔야 성공하는 거라니까요.
의사 선생님 왈,
매일매일 먹어도 알콜리즘이 아닌 사람이 있고 주말마다 마셔도 알콜리즘인 사람이 있대요.
유전인자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네요.
전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끊고 싶었지만 못 끊어서 병원을 찾았어요.
그 기분 처음엔 참 비참했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까짓 한달 그게 대수냐 싶을 수도 있지만 그까짓 것을 못하는 게 이 병의 특징인 것 같네요.
5월 24일부터 오늘까지 잘 견딘 내가 촘 대견하고, 혹 저같은 분 계실 듯 하여 글 올려봅니다.
남편이 제목보고 혹 클릭해서 볼 수도 있겠네요 하여간;;
절주 결심하신 분들 성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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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주 근 한달째에요 (절주가 아니라 단주근영;;)
술끊은 여자 조회수 : 432
작성일 : 2010-06-18 10:38:49
IP : 124.49.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토닥토닥
'10.6.18 10:41 AM (59.30.xxx.75)너무 장하세요
그 단호함으로 끝까지 절주하시길..
화이팅!2. ...
'10.6.18 10:50 AM (119.207.xxx.40)글쓰신 분과 거의 흡사한 행태였다가 작은 사고로 인해 잠시 일을 쉬고 있는데요샌..매일 마십니다ㅠ 치료병원의 상담과 약처방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여쭈어도 될지요?혼자 살림꾸려가는 싱글맘 입니다. 도움될만한 정보 있으신분 조언 부탁 드립니다.
3. 술끊은 여자
'10.6.18 10:51 AM (124.49.xxx.34)네 ㄳ 화이팅! ^^
4. 술끊은 여자
'10.6.18 11:00 AM (124.49.xxx.34)...님, 제가 다니는 병원은 상담+처방전+약처방까지 다 같이 해주네요.
첫주는 3만원이었구요, (지방간 등 피검사 합해서) 그 다음부터는 만오천원씩 냈어요.
생각보다 저렴해요.
선생님이 비타민C, B12 약국에서 따로 사서 먹으면 좋다고 하셨고
지역 AA (단주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면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시네요.
AA가 술생각 간절한 저녁시간에 많이 이루어진대요.
전 첫주에는 나가야겠다 생각할만큼 힘들었는데 지내보니 괜찮아서 한번도 나가진 않았어요.
그런데 많이 힘든 경우 참석하면 성공률이 크게 높아진대요.
약값 상담비 생각보다 높지 않으니 망설이지 마시고 함 가보세요.
무엇보다 술마시는 시간, 몸 힘든 시간에 아이에게 정성을 못쏟아주는데 대한 죄책감이 없어요.
몸상태도 항상 너무 좋고 머리도 맑고... 우리 같이 끊어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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