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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하네요..
새삼스럽게 그냥 정리해보고파서 주절주절 써가게 되네요.
스물 일곱에 만나서, 연애인지 친구인지 헷갈리면서 3년을 만나고
우리가 친구인지 연인인지 결정을 내려야하는 상황에서 이별을 택했습니다.
전.. 여자는 외모~라는 기준에서 보면 한없이 딸리는 상황이었고,
나머지는 뭐.. 대기업 대리.. 적당한 연봉.. 사랑받고 자란 막내..
그 친구는.. 가족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고,
야간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죠. -직접적인 건 아니지만, 일 자체가 그랬어요.. -
거칠면서도 늘 위축되어 있어서 연민처럼 끌렸었나봐요.
항상 그 사람은 저에게 좋은 가정에서 잘 자란 사람 만나서 잘 살라는 말을 했었고,
저도, 연애라는 것도.. 한 남자를 온전히 믿는다는 것도 힘들 것 같다..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다보니.. 정말 정이 들더라구요.
무엇보다.. 제 삶, 제가 가진 것들에 대해서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해줬고,
그 친구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면서..
담배도 끊고, 직업도 바꿔보려고 바텐더 시험도 준비하고,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서로에게 참 많이 의지하고 살았었나봐요.
그러다가 문득... 친구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할 그 쯤에..
갑자기 두렵더군요.. 이 감정들이 뭔지, 내가 이 친구 손을 잡고
내 부모님 앞에 설 수 있는 확신이 있긴 한건지.. 지금 내가 동정인지 사랑인지..
전 혼란스러워했고, 그 친구는 늘 그렇듯 항상 자신없는 모습으로 절 놔주고
그렇게 헤어짐 아닌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제가 해외로 갑자기 한달 짜리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한달로 끝날 줄 알았던 일이, 돌아왔다가 다시 또 한달.. 이렇게 1년 반복..
혼자 있다보니, 생각할 시간들이 많아지고... 계속 혼란스러워지고..
그 와중에, 평소에도 그 친구를 좋아한다면서 저를 괴롭했던 여자와
이 친구.. 사고를 쳤더군요.
제가 전화로 헤어지자고 했던 날이라고.. 술 마시고 정신이 없었다고..
정말 눈물로 빌어서, 그래.. 뭐 우린 연인도 아니었지.. 싶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그 사건이 끝끝내 저를 괴롭히더군요..그 여자의 괴롭힘도 계속되고..
그냥 그렇게 보내주고.. 반년 쯤 지나서
결국 그 여자와 살고 있다고 듣고.. 잊고 살려고 했고, 또 잊고 살았는데..
크리스마스.. 제 생일.. 그런 날들 마다 불쑥 찾아와서 그냥 인사라고..
처음 만났을 때의 자신없는 뒷모습을 남겨놓고 가더니..
몇 주 전에.. 전화가 와서는.. 몇 년간의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놓더군요..
나로 인해, 사랑받고 살고 싶어졌고.. 살아보고 싶어졌었다고..
내가 가진 조건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진 꿈 때문에..
차라리, 내가 돈 많은 남자 좋아했더라면, 죽을동 살동 벌면 됐을텐데..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하고 예쁘고 따뜻하게 살고파하는
내 꿈 때문에 자기는 점점 자신이 없었다고..
헤어지고, 끊었던 담배도, 술도 다시 시작했고,
팔았던 오토바이도 다시 샀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처럼 힘들어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던터라.. 멍하니 듣고만 있었는데..
엊그제 어떻게 돌아서 연락을 들었는데..
그 사이 빚이 엄청났다고... 경마에 손대고,
2년 사이 꽤 많은 사채를 끌어써서,
많이 힘들어했었다고..
저에게 전화를 하고 2,3주 쯤 후에 말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하네요.
사채업자들 등살에, 사라진 것 같다고..
그 친구와 저를 만나게 해준 친구가 전해준 말이..
한동안 정말 옆에서 놀라울 정도로 열심히 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버리더라고..그리고는 더 나빠졌었다고..
어디서 어떻게 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제 친구는 사채업자들한테 제 이야기까지 들어가면 안되니,
절대로 나서지 말라고만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내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뀌고 있던 사람에게 내가 무슨 선택을 했는지.. 착잡하고 그러네요..
1. 영화같은 얘기
'10.6.7 12:55 PM (123.212.xxx.162)친구분 말씀이 맞아요.
절대 나서지 마시고요.
이젠 인연이 다한 사이고 그 빚을 형성하는데
원글님이 어떤 작용을 한거 같지도 않으니 그냥 잊으세요.
죄책감이라도 가질 일이라면 두고 보시기 어렵겠지만 아니잖아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 일이지
자기 인생을 저렇게 함부로 하지 않겠죠.
말이 야갑업소지 혹 호스트 아닌가요??
영화같은 인생 사는 사람 옆에 있다 괜히 불똥 튀는 수가 있어요.
일찌감치 정리된거 다행으로 아시고 현 생활에 충실하셨음 해요.2. 익명이라
'10.6.7 1:03 PM (210.94.xxx.89)흠냐.. 그 친구 직업이 그런 건 아니었구요....
지금에서야 나선다고 달라질 일도 없고, 그냥 맘이 그렇네요.
그냥 인연이 아니었겠죠.. 생각해보니
저도 2년 동안.. 우울감 같은 증세가 왔던 걸 보니,
서로에게 꽤 괜찮은, 좋은 친구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복잡합니다..3. 님이
'10.6.7 1:03 PM (220.86.xxx.185)그사람의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
그 분의 삷은 그 분이 선택하였다가 정답..
사귀는 기간에 님이 영향을 줬을 지는 모르나 그 영향을 받아 삶의 방향을 바꾼 것도 그분 자신이지 님이 아닙니다..
전혀 맘의 빚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님이 잘 알지 않나요?
다만 어디서 살든 잘살라고 맘속으로 기도는 할 수 있겠죠.4. 인생
'10.6.7 1:04 PM (118.217.xxx.162)힘든 분께 모진소리 같지만,
특별한 인생의 인연을 만나서, 죽을둥 살둥 열심히 기를 쓰고 노력해야만
경마에 손안대고 사채 안쓰고 인생에 책임감 느끼고 등을 힘겹게 하는 분이신 듯 해요.
남들 그냥 항상 당연히 다 하고 사는 건데...
그 분도 힘든 일 빨리 지나고 행복궤도로 얼른 접어들었으면 하구요
원글님도 마음의 큰 부담 지우셨으면 합니다.5. 익명이라
'10.6.7 1:08 PM (210.94.xxx.89)첨에 만났을 때.. 왜 저러고 사나.. 싶었는데,
몇 번의 명절을 거치면서, 맘이 안쓰럽더라구요..
언젠가는 맨날 두드려 패도 좋으니까, 부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태어나면서 버려져서,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랐던 사람이었으니..
제가 가진 따뜻한 가정이 넘기 힘든 벽이었다는 말에
가슴이 참 아팠어요..
그냥 지금은.. 어디서라도 얼른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잘 살아주기만 바랄 뿐이죠...
한동안은.. 맘이 많이 아릴 것 같아요..6. ..
'10.6.7 1:21 PM (121.181.xxx.10)아무생각 마시고.. 그 사람 존재 자체를 잊으세요..
물론 어렵죠.. 압니다..
근데.. 그런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누가 그 사람 얘기를 꺼내려거든.. 아예 듣지를 마세요..
그게 제일 좋아요..7. 레몬향기
'10.6.7 2:14 PM (76.216.xxx.32)원글님! 따듯한 마음과 지혜로움을 다 가지신듯..
꿈꾸는대로 소박하고 예쁘고 따듯하게 사실거 같다는...
근데, 전남친분은 안타깝네여..